인간관계의 폭이 매우 좁은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은 갑자기 한국에서 온 또래를 만나면 내심 상당히 당황하게 된다. 비슷한 나이라고는 하지만 관심사가 전혀 다르고, 생활도 다른 탓에 대체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지속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그 짧은 만남이 즐거운 것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볼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현상을 놓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이이란 말인가.
지난 겨울 방학 때 잠깐 필리핀 마닐라로 어학연수를 왔었던 분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마닐라의 과일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었다. 필리핀에 살면 망고와 같은 열대 과일을 실컷 먹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하소연을 듣고 생각해보니 필리핀 생활을 하면서 열대 과일을 먹는 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1, 2월은 필리핀에서 잘 익은 망고를 먹기 어려운 시기이다. 망고는 5월이 제철인 과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망고가 5월에만 나온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아무래도 제철이면 가격이 좀 내려간다. 하긴, 제철이든 아니든 마닐라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과일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동굴 투어에 푹 빠진 내가 요즘 가장 즐겨 가는 여행지는 다름 아닌 리잘(Province of Rizal)이다. 리잘 곳곳에는 크고 작은 동굴이 많은데 마닐라에서 이동 시간도 길지 않고 입장료도 크게 비싸지 않아서 여러모로 한나절 데이투어를 다녀오기 적당하다. 리잘 쪽으로 여행을 가면 덤으로 얻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과일 장보기. 싱싱함은 기본이요, 저렴한 가격은 덤이다. 운이 좋으면 마닐라에서 사는 것의 절반 가격에 과일을 살 수 있다.
"망고는 얼마인가요?"
"130페소예요!"
망고는 파인애플만큼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손님이 망고를 잔뜩 사서 가는 모습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뭔가 가격이 저렴하거나 맛이 좋으니 저렇게 한가득 봉지에 담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생긴다. 주변을 달큰한 냄새로 가득 채울 정도로 잘 익은 망고가 1kg에 130페소라니 오랜만에 망고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필리핀 생활이 10년이 훌쩍 넘어가면서 내게 생긴 능력 중 하나는 1kg을 맞추는 것이다. 1kg이 넘는다고 해도 그만큼 돈을 내면 되니 아주 특별한 능력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과일이며 채소를 살 때 1kg을 딱 맞추면 어쩐지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욕심껏 망고며 고구마, 옥수수 등을 잔뜩 사고 기쁘게 지갑을 열었다. 대충 옥수수 2개를 집었는데 그것마저 딱 0.5kg였던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 망고는 가격이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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