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생활] 이슬람 라마단 기간의 시작과 6월 15일 공휴일

오늘부터 이슬람 라마단(Ramadan) 기간이 시작되었다. 이 말은 오는 6월 15일 금요일이 라마단 휴일이 된다는 의미이다. 6월 12일 화요일이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니 휴가 계획을 잘 짜면 매우 긴 휴가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 

필리핀에 이슬람교도는 얼마나 많을까? 

필리피노 무슬림 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Muslim Filipino, NCMF)에서는 필리핀 전체 인구의 약 11%가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2015년도 필리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필리핀인 중 6%가 무슬림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슬람교는 필리핀에서 가톨릭 다음으로 큰 종교이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라마단 종료일을 공식적인 국가 공휴일(Regular Holidays)로 만든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닸다. 지난 2002년 11월 2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글로리아 아로요(Gloria Macapagal-Arroyo)가 종교 간 평화와 친선을 키운다는 이유로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를 공식적인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다. 

무슬림이 아닌 입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라마단 기간이다. 부활절 기간도 그렇지만, 라마단 기간도 특정 날짜가 있지 않다. 라마단 공휴일 날짜는 해마다 달라진다. 이는 라마단 기간이 이슬람 달력인 히즈라력(Hijra)을 사용하여 정해지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에서의 9월을 의미하는데, 예언자 무함마드가 알라의 최초의 계시를 받는 달인 9월이라고 한다. 그래서 라마단 기간은 음력 달력인 히즈라력을 기반으로 달의 모양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다. 그리고 라마단이 다가오면 전문가단이 구성되어 초승달을 관측하고 그에 맞추어 라마단의 시작 날짜를 공포한다. 이런 이유로 같은 이슬람국가라도 하루 정도 날짜 차이가 나기도 한다. 필리핀 공휴일 목록을 기재해둔 Republic Act No. 9177에 라마단 휴일이 'Movable Date'이라고 되어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무슬림은 라마단이 시작될 때, 천국의 문이 열리고 지옥의 문이 닫이며 악마들이 사슬에 묶인다고 믿는다. 그래서 라마단 기간이 되면 이슬람교도들은 한 달 동안 금식에 들어간다. 금식, 금주 그리고 금욕의 기간이 된 것이다.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라마단 기간에는 많은 일이 금지된다. 새벽 4시 이전에 간단히 아침(수후르. suhur)을 먹고, 해가 진 뒤 가볍게 저녁(이프타르. iftar)을 먹을 뿐이다. '사움(sawm)'이라고 알려진 라마단의 금식은 무슬림에게 인내와 자제력을 가르치고 소외된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일이 될 뿐 아니라 알라에 대한 순종과 알라의 은총에 감사를 표시하는 정신적 훈련의 의미도 있다. 그래서 임산부나 환자, 노인 등은 금식에서 제외되지만 건강한 성인은 모두 참여해야 한다. 금연을 해야 할뿐더러 새벽에서부터 황혼까지는 성생활도 금지된다. 그리고 그렇게 라마단 기간이 끝나면 이드 알피트르 축제(Eid al-Fitr festival)가 열린다. 가톨릭을 믿는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이날이 단순히 하루 쉬는 날에 불과하지만, 이슬람 사람들에게 라마단 기간의 마지막 날은 한 해 중 가장 성스러운 밤이 된다. 힘든 라마단 기간을 무사히 마쳤음을 축하하기 위해 이드 예배(Salat al-Eid)라고 불리는 축일 예배를 드리고 성대하게 잔치를 벌여 음식과 선물을 주고 받는다.  ‘이드 알 피트르’는 이슬람 최대 축제의 날이지만, 외국인들은 안전을 위해 이슬람 사원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이슬람 관습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필리핀 생활] 이슬람 라마단 기간의 시작과 6월 15일 공휴일 

- 2018년 5월. 필리핀 마닐라.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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