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필리핀(IKEA Philippines)에서 드디어 건물 외벽에 간판을 달았다. 말이 좋아서 간판이지 이케아 특유의 푸른색 외장재 위로 노란색의 로고가 보이는 정도이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 눈에는 이것만 해도 퍽 대견한 모양인지 필리핀 주요 신문에서 모두 열심히 이 일을 기사화했다. 이케아의 개점 날짜가 하염없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는 하여도 좀 과한 반가움의 표현이다. 매장이 오픈한 것도 아닌데, 건물 바깥에 이케아 글씨 하나 보이게 된 것이 그렇게 큰 호들갑을 떨 일인가 싶다. 하긴, 간판을 달았다는 것은 뭔가 공사의 진전이 있다는 이야기라 나에게도 이 뉴스가 좀 반갑게 들리기는 했다. 진작부터 이케아 매장이 문을 열면 바로 달려가서 서랍장을 하나 사보리라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1이란 소리에 마음이 동해서 하드웨어 샵에서 1,400페소를 주고 산 플라스틱 서랍장을 대신할 그럴싸한 서랍장을 하나 장만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2018년도에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쪽에 이케아 1호점 매장이 생긴다는 소문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문짝이 분해되지 않는 서랍장을 사겠다고 생각했지만, 2021년이 된 지금도 나는 조잡한 플라스틱 서랍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스카이웨이 고속도로만큼이나 공사는 더디게 진행되었고, 매장의 오픈은 계속 연기되었다. 2020년 초반에 문을 연다고 했던 이야기는 써어틴먼스(13th Month Pay) 보너스를 쓸 수 있도록 크리스마스 시즌에 문을 연다는 이야기로 바뀌더니, 급기야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매장부터 운영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은 모양인지 온라인 매장마저 오픈 날짜가 자꾸 늦춰지고 있었다. 나는 건물 외벽에 로고 하나 보이게 된 일을 놓고 뭘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것일까 생각해주고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몰 오브 아시아까지 가서 이케아에서 간판을 정말 달았는지만 보고 오는 일이란 어쩐지 좀 탐탁하지 않게 여겨졌다. 나는 이케아 공사장 쪽으로 바로 달려가지 않고, 점잖게 에스메이슨(S Maison) 쇼핑몰 안을 구경했다. 1년여 만에 온 에스메이슨 쇼핑몰 안은 무언가 바뀐 듯한 모습과 전혀 바뀌지 않은 듯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눈에 띄게 손님이 줄어든 것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사람이라고는 보기 힘든 쇼핑몰 안의 풍경을 보는 것은 어색하기조차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누군가 야외 발코니 부분을 대여하여 결혼식 피로연을 하고 있었다. 신부는 어여쁘게 붉게 물드는 마닐라 베이를 뒤에 두고 사진을 찍느냐고 무척이나 분주했다. 붉다기보다는 노란, 노랗다기보다는 붉은 하늘, 거기에 마닐라베이 쪽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소음과 시원함이 물든 바람까지. 이케아 간판 따위를 구경하러 나오기보다는 결혼식을 하기에 더 적당한 완벽한 저녁 시간이었다.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에 이케아(IKEA) 간판 구경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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