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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마닐라 생활] 대충 살자. 필리핀 은퇴청(PRA)처럼.

by 필인러브 2021.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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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필리핀에 보이는 대충 만든 메이드 인 차이나 삼겹살. 포장지에 '돼지고기썰기'와 '얼어붙다'라고 적혀 있다.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필리핀도 변화하는 것이 있다. 팔라완 지하강의 종유석처럼 매우 느리게 성장해서 그렇지, 지난 10여 년의 시간을 놓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예전과 달라진 점이 종종 눈에 띈다. 내가 느끼는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서비스 태도이다. 그랩이나 필리핀항공과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이민국이니 세관과 같은 관공서도 무언가 문의하면 매우 친절하게 답장을 보내준다. 필리핀 정부에서 코로나19 관련 문의를 하라고 만들어 놓은 전화번호는 몇 번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을 보내주지 않았지만, 타귁 시티 페이스북 담당자 같은 경우는 자정 가까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열심히 친절하게 응대해주어서 살짝 감동하였을 정도이다.

근래 몇 년 사이 주로 친절한 안내만을 받아왔던 까닭에 아무래도 필리핀 은퇴청(PRA)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것은 과히 큰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마카티에 있는 은퇴청 사무실을 방문하고 싶었을 뿐이다. 문제는 워크인 방문이 금지된 지 오래라는 것이었다. 일일 방문객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방문 약속을 해야만 하는데 예약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은퇴청 페이스북에서는 사무실 방문 예약을 위한 버튼을 마련해 놓고 있었지만, 새로 은퇴비자를 발급하려는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약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은퇴청 페이스북 담당자로부터 해당 예약을 취소한다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은퇴청 페이스북 담당자가 알려준 이메일의 담당자는 굿모닝이니 헬로우와 같은 형식적인 단어를 싫어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업무량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는 없으나, 확인 후 답장을 주겠다고 하더니 그 뒤 감감무소식이다. 독촉 메일을 두 번이나 보낸 뒤에야 답장을 받을 수 있었는데, "We already sent you your appointment schedule. Thank you."라는 내용의 답장이었다. 재빨리 방문 일정 관련하여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하였다고 이메일을 보냈지만 태종 이방원이 보낸 차사인지 답장이 없다. 결국 아침마다 일삼아 "나는 아직도 네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라고 굿모닝 인사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굿모닝 인사를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야 받은 답장은 실로 엄청났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덜렁 사진 한 장만이 첨부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답장을 받으려고 그렇게 많은 이메일을 보내야만 했다니 좀 허탈했지만, 그래도 알고자 하던 정보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답장을 받았으니, 아침 문안 인사를 그만 끝내도 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필리핀 은퇴청에서 받은 이메일. 연락을 부탁한다고 적어도 3번은 핸드폰 번호를 보낸 것 같은데, N/A로 표시되어 있다.  
공사장의 댕댕이들 : )   

 

[마닐라 생활] 대충 살자. 필리핀 은퇴청(PRA)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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