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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두테르테 대통령과 마닐라공항을 차지한 2천 개의 의자

by 필인러브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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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부터 필리핀항공을 비롯하여 세부퍼시픽, 아시아나항공 등에서 필리핀 내 국내선 노선을 일부 운항하고 있지만, 노선이 취소되지 않고 탑승 가능한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국내선 운항에 대한 정부 지침이 수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지방 정부 차원에서 공항 이용을 금지하기도 하니 항공권을 발권했다고 해서 꼭 비행기에 탈 수 있다는 장담을 하기란 어렵다. 그러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해외노동자(OFW)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마닐라까지는 왔다고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비행기 운항이 갑자기 취소되면 대체 어디에 머무를 수 있단 말인가? 비싼 호텔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오갈 곳을 잃은 승객들은 터미널3 바깥으로 나와 길가에 야영하는 것을 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졸지에 노숙자가 되어 길바닥에 나앉게 된 셈이다.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LSIs-locally stranded individuals)의 수는 수백 명을 헤아렸다. 이에 대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닐라공항 바깥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머물 곳과 음식을 제공하도록 에두아르도 아노(Eduardo Ano) 필리핀 내무부(DILG) 장관에게 요청했다. 국내선 비행기이든 버스이든 고향으로 돌아갈 교통수단이 마련될 때까지 인근 학교에서라도 머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6월 30일에 있었던 대국민 담화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닐라공항 터미널 내의 상업 시설을 없애더라도 좌석을 더 만들라는 이야기를 했다. 필요하다면 식당 없애서라도 공간을 만들어서 항공편이 운항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대단히 자애로운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는 실상 좀 어려운 이야기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인해 공항 수입이 완전히 줄어든 상황인데, 레스토랑 등의 계약을 종료해서라도 공간을 더 확보하라는 이야기는 임대료 수익을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마닐라공항의 수익 중 임대료가 차지하는 금액은 28억 페소(677억 원)에 이른다.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공항세(terminal fee)인데 그 금액이 무려 54억 페소(1,307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공항 이용객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항세가 들어오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항공기 이착륙 비용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이용료(aeronautical fee)도 41억 페소(992억 원) 정도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항공기 운항이 확연히 줄어든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이 부분 역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시를 어길 수는 없었으니, 바로 다음 날인 수요일, 아서 투가데(Arthur Tugade) 교통부 장관은 마닐라공항을 방문했다. 그리고 공항 주변의 상황을 파악한 뒤 비행편이 갑자기 취소되어도 공항 안에 머물 수 있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마닐라 국제공항청(MIAA)의 공지에 따르면 항공권 바우쳐가 없는 사람은 공항 터미널 내 출입이 불가능하다. 공항 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항공편의 운항 여부를 꼭 확인하고 공항으로 오라고 신신당부하는 판국에 공항 내 의자가 더 생긴다고 해서 상황이 해결될 리 없다. 증빙서류가 없으면 공항 터미널에 들어가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공항 건물 내에 들어간다고 해도 식사 등의 문제는 대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인간이란 밥을 먹고, 잠을 자야만 하는 생존하는 존재이니 공항 내 의자에 앉아 국내선 비행기가 운항하기만을 기다린다고 해서 상황이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 공항 관계자들은 필리핀에서는 보기 드물게 신속한 처리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어제 마닐라 국제공항청(MIAA)에서 터미널2와 터미널3에서 사용할 의자 2천 개를 주문했다는 소식이다. 마닐라 국제공항청(MIAA)에서는 터미널3에는 이미 8천 명 이상의 승객을 위한 의자가 있어 충분한 좌석이 확보되었다고 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기 위해 절반만 사용하도록 한 상태라고 하면서, 새로 주문한 2천 개의 의자는 터미널 내부 및 외부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마닐라. 마닐라공항 터미널3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Palace: Business outlets at NAIA to make room for passenger seats

https://www.manilastandard.net/index.php/news/national/327550/palace-business-outlets-at-naia-to-make-room-for-passenger-seats.html

· Feed stranded airline passengers – Duterte

https://newsinfo.inquirer.net/1300506/rody-feed-stranded-airline-passengers

· Duterte wants fewer restos, more passenger seats at NAIA

https://www.pna.gov.ph/articles/1107577

· 2K more chairs sent for NAIA Terminals 2, 3

https://www.pna.gov.ph/articles/1107780?fbclid=IwAR1DXrxCcWfwTsXumxUfMq6fjj-Wf-ZlkYL5pGZxP_rdYXZDeKNj2lG3cQs




[필리핀 마닐라] 두테르테 대통령과 마닐라공항을 차지한 2천 개의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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