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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음식•맛집

[필리핀 마닐라] 1리터의 밀크티, 블랙 스쿱 카페(Black Scoop Cafe)

by PHILINLOVE 2020.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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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숫자의 기억을 담당하는 세포가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나에게는 그 세포가 절대적으로 혹은 눈에 띄게 부족한 모양이다. 바람이 어떻게 불어댔는지, 공기는 어떤 냄새를 품고 있었는지는 꽤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지만, 가격이 얼마였는지나 몇 명이나 되는 인원이 모였는지 등은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핸드폰 메모장이라는 놀라운 신문물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고는 있지만, 숫자에 대한 부분을 명석하게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면 매우 부러운 기분이 든다. 아주 다행스러운 것은 필리핀에는 나와 같은 이가 잔뜩이라는 것이다. 매우 간단한 더하기 빼기에도 계산기를 동원하고 있으니, 나만 산수에 약한 것이 아니라서 고맙게 느껴진다. 내게 있어 문제는 개선보다는 퇴보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길이나 넓이, 부피 등에 대한 단위는 이해하고 있었는데, 필리핀에서 살면서 그 부분마저 어려워졌다. 100cm는 39인치이고, 1제곱미터는 0.3평인 것까지는 그럭저럭 계산해내지만, 1kg은 2.2파운드(lb)라는 것이나 갤런이 3.7리터인 것까지 나가면 도무지 암산으로 변환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1갤런짜리 밀크티를 샀을 때 355mL 톨(Tall) 사이즈 잔으로 몇 잔이나 나온다는 것인지를 알려면 계산기가 동원되어야 한다.


필리핀 사람들은 호기심이 좀 강해서 그런지 음식에 대한 유행에 매우 민감한 편인데, 무언가 음식이 유행하면 우르르 달려가서 맛을 보고 오는 식이다. 그런 까닭에 개업 효과가 잘 나타날 수밖에 없어 가게 주인을 기쁘게 하지만, 주인의 미소가 계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치킨만이 영원한 사랑의 대상으로 보인다고 할까. 그 외의 것은 신제품으로 나왔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때의 유행이 끝나면 이내 시들하게 느껴지는지 또 다른 유행을 찾아 어슬렁댄다. 밀크티만 해도 그렇다. 작년에 그렇게 유행을 하더니 요즘은 좀 주춤해진 느낌이다. 밀크티의 유행은 딸락 시골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동네 주차장 한쪽에서까지 파는 음료가 되었지만, 장사가 예전만큼 잘되지 않는지 이런저런 변동 밀크티가 튀어나오곤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되지만, 망고나 아보카도 밀크티는 어쩐지 좀 낯설다. 애초에 브라운 슈거 밀크티로 밀크티를 접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오트밀 밀크티에 이르러서는 어색한 기분마저 든다.


작년 일이지만, 한동안 밀크티에 꽂혀서 밀크티로 유명한 가게는 모두 찾아다니곤 했다. 마닐라 시내에 있는 밀크티 가게는 죄다 돌아다니고도 부족해서 오리지널 밀크티를 먹겠다고 대만까지 여행을 다녀오는 부지런함을 보였을 정도이다. 길고 긴 밀크티 유목민 생활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은 블랙 스쿱 카페(Black Scoop Cafe)였는데, 이 집의 밀크티 맛이 절대적으로 빼어나서는 아니고 그저 내가 원하는 당도와 진하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게도 필리핀 사람과 비슷한 기질이 있나 보다. 밀크티 유행은 내게서도 급격히 빠져나갔다. 그리고 기묘한 일이지만, 나의 밀크티에 대한 애정이 시들해진 것은 대만에 다녀오고 나서였다. 계속 밀크티를 마셔댔더니 질려버렸다고 할까. 밀크티 업계에서 들으면 아쉬워해야 할 일이지만, 밀크티도 인간과 비슷한 듯하다. 한번 사그라든 애정은 좀처럼 다시 생겨나지 않는다.




[필리핀 마닐라] 블랙 스쿱 카페(Black Scoop Cafe)


블랙 스쿱 카페는 필리핀 곳곳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굳이 차이나타운까지 갈 필요는 전혀 없다. 하지만 럭키차이나타운몰 쇼핑몰에 갔는데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른면 한번 들려보는 것도 좋겠다. 가벼운 식사류도 판매한다. 


■ 영업시간 : 오전 10시 ~ 오후 10시  (쇼핑몰 영업 시간에 따라 달라짐) 




■ 주소 : Lucky Chinatown Mall. Reina Regente St, Binondo, Manila, 1006 Metro Manila

■ 위치 : 마닐라 럭키차이나타운몰 3층 



▲ 필리핀 마닐라. 블랙 스쿱 카페(Black Scoop Cafe Lucky Chinatown)



 이곳 밀크티 가게는 1리터 용량의 밀크티를 판다고 해서 유명해졌었다.  1리터 밀크티의 가격은 클래식 밀크티(Classic Milk tea) 기준으로 850페소라고 한다. 몇 잔이나 나오는지 계산하기 힘들어서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직원이 "사용하시는 컵에 따라 다릅니다."라는 천재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매장 내부 





 메뉴판 




[필리핀 마닐라] 1리터의 밀크티, 블랙 스쿱 카페(Black Scoop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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