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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생활] 열대과일의 천국, 마닐라에서는 커다란 포멜로가 150페소!

by 필인러브 2019.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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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멜로 껍질 벗길 줄 알아? 내가 해줄까?"

150페소를 주고 포멜로(Pomelo) 하나를 사놓고 냉큼 가방에 넣으려는 내게 미라 아주머니가 먹을 줄 아느냐고 물어왔다. 오렌지처럼 대충 껍질을 벗기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나는 좀 게으른 편인 데다가 가능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얼른 껍질을 다듬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아주머니가 칼집을 내어 잘라준 포멜로는 속이 주황빛이었는데 무척이나 향이 좋았다. 그리고 먹는 와중에도 입안에 군침이 고일 정도로 싱싱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맛있는 과일을 먹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기꺼이 포멜로의 맛을 음미하는 내게 미라 아주머니가 과일 맛이 어떠냐고 물어왔다. 길거리에 파는 20페소 국수로 대충 때우면서 과일을 팔고 있는 미라 아주머니가 과일 장사를 한다고 하여서 비싼 포멜로를 먹을 리는 없었다. 이 맛을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니, 재빨리 포멜로 한 조각을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아주머니는 점잖은 사람이라서 손님이 주는 과일을 먹는 것이 민망한지 잠깐 사양했지만, 하나 먹어보라고 재촉을 하자 내가 내민 포멜로를 받아 입안에 넣어보셨다. 아주머니 얼굴에 미소가 잔잔한 호숫가의 나뭇잎처럼 물결쳤다.


요즘과 같은 때에 제철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과일이 좀 더 많이 나오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일마다 일일이 언제가 제철인지 기억하기란 어렵다. 그냥 길가 과일가게의 소박한 좌판에까지 과일이 등장하면 그게 제철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제 마닐라의 11월은 포멜로가 잔뜩 나오는 시기가 된 것 같다. 원래 포멜로는 8월부터 12월까지 열매 수확이 가능한 열대 과일이지만 필리핀에서는 6~11월 사이가 제철이 된다. 7월이 되면 마닐라에서 다바오 쪽에서 올라온 포멜로가 Suha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한다. 그러니 11월에 마닐라 거리에서 보이는 포멜로는 중국산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필리핀은 포멜로의 원산지가 아니다. 이 멋진 과일은 원래 동남아시아와 말레이시아군도 쪽이 원산지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미국과 중국에서 주로 생산하는 과일이 되었다. 내가 산 포멜로 역시 한자가 잔뜩 적혀 있는 것이 중국산이 분명해 보였다. 


핸드볼 공만큼이나 큰 대형 감귤류인 포멜로는 만다린(mandarin), 시트론(citron)과 함께 귤속(citrus)의 주요 원종(true species)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감귤류 품종 개량 시에 자주 쓰이는데, 포멜로와 만다린의 자연 교배종이 오렌지이며, 오렌지와 포멜로가 교배된 것이 그레이프프루트(자몽)인 식이다. 사람마다 포멜로의 맛에 대한 기억이 다른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품종의 수가 많고, 색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철에 어떤 품종의 포멜로를 먹었느냐에 따라 맛에 대한 기억이 달라진다. 연한 녹색을 띠는 것도 있고, 노란색을 띠는 것도 있지만 껍질 색보다는 과육 색을 보고 고르는 편이 낫다. 속살이 빨간 것이 속살이 희거나 노란 것보다 더 맛있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 그리고 과즙이 많은 것을 고르려면 같은 크기라도 무게가 좀 더 나가는 쪽을 고르는 편이 좋다. 그런데 포멜로를 그 크기만 보고 먹을 것이 많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포멜로(Pomelo)는 껍질이 정말 두꺼워서 실제 먹을 것이 많지 않다. 두꺼운 껍질을 다 제거하고 나면 기대감이 서운함으로 바뀔 정도로 크기가 확 줄어드는데, 귤이나 오렌지처럼 손으로 껍질을 까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이다. 껍질 까는 것은 귀찮지만 대신 그 맛은 특별하다. 쓴맛이 거의 없고, 상큼한 맛이 강한데 잘못 고르면 좀 싱거운 맛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제철에 잘 익은 포멜로를 고르면 약한 신맛과 단맛을 동시에 입안에서 느낄 수 있다. 뭐랄까, 잠깐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맛이다. 




포멜로! 





▲ 포멜로의 껍질은 말랑말랑한 편이지만 매우 두꺼워서 껍질을 까는 데 요령이 좀 필요하다.



세로로 칼집을 넣고 벗겨내면 되는데, 과육에 닿을 정도로 깊이 칼집을 내야 껍질을 벗기기 쉽다. 각각의 조각은 질긴 막으로 싸여 있으니, 흰색 막을 제거하고 속살만 먹으면 된다. 




[필리핀 생활] 열대과일의 천국, 마닐라에서는 커다란 포멜로가 150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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