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으로 일하면 얼마를 저축할 수 있을까?
우선 필리핀 대통령의 임기는 6년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월급은 현재 399,739페소(한화 약 91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399,739페소는 올해 초 인상된 금액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2016년 6월 30일이었는데 2016년 당시 월급은 160,924페소에서 165,752페소 사이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7년도에 222,278페소로 월급을 인상했다. 그리고 2018년에 298,083페소로 또 월급을 올렸다. 그리고 올해 101,656페소를 더 올려서 399,739페소가 되었으니 올해 말까지 월급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저축했다면 대략 2억 9,641만 원 정도를 모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40세 이상의 필리핀 태생 시민으로 선거 직전 국내 10년 이상 거주한 필리핀인'으로서는 상당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아무나 필리핀의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순전히 월급만 바라보고 하는 자리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체 몇 대 필리핀 대통령일까?
16대 필리핀 대통령일까 아니면 12대 필리핀 대통령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쉽지 않다. 필리핀의 역대 대통령이 워낙 많았기에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워서는 아니고 학자에 따라서 어느 시기의 지도자부터 정식 대통령으로 보겠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1998년을 전후한 시기 필리핀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마젤란이 1521년에 사마르의 호몬혼 섬(Homonhon Island)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지만, 수차례에 걸친 원정 끝에 1571년 필리핀을 정복한 스페인은 무려 1898년까지 필리핀을 통치했다. 그러니까 스페인의 필리핀 지배 기간은 300여 년 넘게 지속하였다. 그러다가 1898년 12월 10일, 미국・스페인 강화조약을 통해 스페인이 2천만 달러를 받고 필리핀의 통치권을 미국에 넘기게 된다. 필리핀 사람들의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지배계층이 미국으로 바뀐 것이다. 1898년 6월 12일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고향인 카비테(Cavite)에서 필리핀의 독립을 선언했었지만 독립국이 되었다고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민족주의 무장 투쟁 독립운동 단체인 카티푸난(Katipunan. KKK)과 아기날도의 노력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명이 모여 독립을 외친다고 하여 독립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6월 12일의 독립 선언은 그저 필리핀인들이 스페인의 지배에 항거하여 나선 것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필리핀의 대통령을 헤아릴 때 미국 식민지 시기에 있었던 커먼웰스(Commonwealth)의 대통령이 아닌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1946년 7월 4일을 기준으로 하여 헤아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리고 독립 후 필리핀공화국(Republic of the Philippines) 때부터 대통령을 보면 마누엘 로하스 전 대통령이 초대 대통령이 된다. 필리핀 화폐 100페소의 주인공인 마누엘 로하스는 1946년 4월의 선거에 당선되어 5월 28일 커먼웰스 정부의 네 번째 대통령이 된 인물로, 7월 4일 독립이 선포되면서 필리핀공화국의 초대 필리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했다. 조선에서는 민족대표 33인이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전국 각지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났던 그해에 로하스는 카피즈(지금의 로하스)의 주지사에 당선되어 정치에 입문했는데,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였다. 1946년 5월 28일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로하스는 전후 복구 사업에 힘썼는데, 전후 복구자금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내기도 했다. 마누엘 로하스가 미국에 자금을 받은 대가로 클락 등 군사기지를 99년 동안 무상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에 허용하여 추후 반환받기 위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지만, 전쟁으로 손상된 것을 복구하고자 힘쓴 것만은 사실이다.
각설하고, 필리핀공화국(Republic of the Philippines)이 수립되기 전의 필리핀 지도자들을 과연 정식 대통령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조금 어려운 문제이다. 카티푸난의 지도자였던 안드레스 보니파시오를 정식 대통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은 대체로 모두 인정하는 바이지만, 에밀리오 아기날도를 정식 대통령으로 볼 수 있을까? 필리핀이 정식으로 독립하기 전 미국식민지 시대의 지도자였던 마누엘 L. 케손이나 호세 P. 라우렐, 세르히오 오스메냐 등은 어떨까? 호세 P. 라우렐가 지도자의 자리에 있었을 대는 일본이 마닐라를 식민지로 삼았을 시기인데, 겉으로만 독립된 국가의 모습을 하고 있던 괴뢰정권 시절도 대통령 재임 기간으로 볼 수 있을까?
■ 두테르테 대통령은 16대 대통령
필리핀 대통령에 대해 알기 위해 외교부에서 발간한 필리핀 개황 자료를 연도별로 찾아보면 매우 흥미로운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아기날도에 대한 호칭이다. 외교부에서는 2015년부터 필리핀 개황 자료를 발간하고 있는데, 2015년도 자료를 보면 아기날도를 대통령이 아닌 장군으로 칭한다. 그리고 2018년까지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12대 대통령으로 기재하였다.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2011년 1월 9일에 웹사이트에 올린 '필리핀 역사'에 대한 내용을 봐도 '필리핀 공화국 역대 정부' 부분에 마누엘 로하스를 1대 대통령으로 적어두었다. 그런데 최근 2019년 11월에 외교부에서 간행한 필리핀 개황 자료를 보면 아기날도를 1대 대통령으로 두고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16대 대통령으로 기재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독립 후 필리핀 공화국(Republic of the Philippines)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 존재하던 필리핀 혁명정부의 지도자까지 정식 대통령으로 간주하여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필리핀 역대 대통령 목록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외교부 외교간행물 목록
- 필리핀 개황(2015.11) : 로하스를 초대 대통령으로 기재
- 필리핀 개황(2017.10) :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12대 대통령으로 기재되어 있음
- 필리핀 개황(2018.6) :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12대 대통령으로 기재되어 있음
- 필리핀 개황(2019.11) : 아기날도를 1대 대통령으로 기재 /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16대 대통령으로 기재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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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역대 대통령
- 1898년 6월 12일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고향인 카비테(Cavite)의 집에서 필리핀의 독립을 선언했으나, 이 독립 선언으로 필리핀이 실제 독립국이 된 것은 아니었다.
- 미구엘 말바르는 필리핀의 독립운동가로 카티푸난의 멤버였다. 필리핀-미국 전쟁 시기에 지도자 역할을 했다.
- 마카리오 사카이 마닐라 근처에서 '카타갈루간 공화국'을 세우고 지도자가 되었지만, 필리핀 전체의 지도자 역할은 하지는 않았다.
- 1946년 7월 4일 독립이 선포되면서 마누엘 로하스가 필리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였다.
- 마르코스 대통령이 1986년 ‘피플파워’ 민주화 운동을 거쳐 21년간의 장기집권하고 물러난 뒤, 필리핀은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했다.
- 베니그노 아키노(Benigno Aquino)는 마르코스 정권에 투쟁하다가 귀국길에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당한 인물로 본명은 베니그노 시메온 '니노이' 아키노 주니어(Benigno Simeon "Ninoy" Aquino Jr.)이다. 필리핀 국민들에겐 애칭으로 '니노이'라 불린다. 필리핀 500페소 지폐에 그려진 인물로 마닐라 국제공항은 그의 이름을 따서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으로 개명되었다.
-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6월 30일 당선되었으며, 2022년 6월에 임기가 마감될 예정이다.
▲ 필리핀 자치령 연방 정부의 지도자였던 호세 P. 라우렐의 집(Jose P. Laurel Ancestral House). 마닐라 파코에 있다.
▲ 말라카냥궁에 있는 라몬 막사이사이(Ramón Magsaysay) 대통령 동상. 서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한 대통령으로 비행기 사고로 서거했다. 추후 막사이사이 대통령의 업적을 추모ㆍ기념하기 위하여 미국 록펠러재단이 후원한 자금으로 ‘아시아의 노벨상’이라는 막사이사이상(Ramon Magsaysay Award)이 제정됐다.
▲ 말라카냥 궁전(Malacanang Palace)의 대통령 박물관
▲ 필리핀 곳곳에 찌든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공약해 38%의 득표율로 필리핀의 대통령이 된 두테르테가 과연 그의 공약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여론 조사에서의 지지율은 꽤 높은 편이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리핀 개황 외교간행물 정보 - 필리핀의 대통령과 부통령
http://www.mofa.go.kr/www/brd/m_4099/list.do
·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 필리핀 역사
https://overseas.mofa.go.kr/ph-ko/brd/m_3642/view.do?seq=781725
· 외교부 외교간행물 - 필리핀 개황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775198&cid=43822&categoryId=43823
[필리핀 역사 뒷이야기] 필리핀 역대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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