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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이해하기/필리핀 역사•정치

[필리핀 마리키나] 사치의 여왕 이멜다 마르코스와 구두박물관(Marikina shoe museum)

by 필인러브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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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르겠지만, 한때는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신발의 70% 이상을 생산해낸 덕분에 "필리핀의 신발 수도(Shoe Capital of the Philippines)"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동네가 있다. 마닐라 시내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14km 떨어진 곳에 있는 '마리키나 시티(City of Marikina)'라는 곳이다. 1996년에 시(City )로 승격한 이곳은 그 어떤 곳보다 교통이 복잡한 곳이지만, 19세기만 해도 쌀과 야채를 주로 생산하는 매우 한적한 농장이었다고 한다. 농장의 주인은 중국계 이민자였던 투아손 가문(Tuason family)이었는데, 농장이 어찌나 컸던지 아침에 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말을 타고 달려도 끝까지 못 갈 정도의 큰 규모였다고 전해진다. 


마리키나가 신발 산업으로 유명해지게 된 것은 돈 라우레아노 구에바라(Don Laureano Guevarra)라는 인물 덕분이다. 에스콜타 지역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두었던 덕분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구에바라는 외국에서 수입한 신발을 신고는 했다고 한다. 그런데 1887년, 구에바라의 신발 밑창이 망가졌다. 이럴 경우 보통 마닐라로 가지고 가서 고치는 것이 당시 관행이었지만, 구에바라는 신발을 직접 고치겠다는 생각을 품었고 구두 수선 및 제조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마리키나 신발 산업의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해외 유명상표의 신발에서부터 중국산 저가 신발까지 잔뜩 수입되는 탓에 신발 산업이 많이 죽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하지만, 마리키나의 중심은 여전히 제화업이다. 길이 5.5m, 너비 2.25m에 이르는 크기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신발'로 기네스북에 오른 신발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고, 9월이면 사파토스 페스티벌(Sapatos Festival)이란 이름의 신발 축제를 열기도 한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구두박물관(Marikina Shoe Museum)도 운영하고 있다.


1998년에 문을 연 구두박물관은 총 2층으로 되어 있는데 마리키나의 신발 산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적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건립된 박물관답게 수공업으로 신발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마네킹이며 각국 대사관에서 보내준 전통 신발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박물관의 주요 전시품은 이멜다 마르코스가 소장했었던 구두이다. 이멜다 마르코스가 소유했던 신발이 800켤레 가까이 전시되어 있어서 '이멜다 신발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박물관 건물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병기고로 사용될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고 하는데, 188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 그런지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런데 마리키나는 지대가 낮은 데다가 바로 옆에 강이 흐르고 있어서 여름 장마철만 되면 뉴스에 등장하는 단골 침수지역이다. 마리키나에서 홍수로 인한 가옥 침수는 해마다 벌어지는 일이지만, 2009년 발생한 대규모 홍수 때는 박물관까지 침수되었다고 한다. 당시 전시하던 구두 수십 켤레가 파손되었지만, 마리키나 구두박물관에서는 박물관 에어컨을 설치하고, 신발 진열장을 새로 만드는 등 시설 개선 작업을 했고 현재 구두박물관은 별다른 피해 없이 운영되는 듯하다.   


그런데 박물관 개관 당시 개관식에 참석한 이멜다가 했다는 말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자신은 구두를 신을 때마다 아직 남편이 대통령이란 느낌을 받는다면서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나와 비슷한 구두 욕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 것이다. 영부인의 자리에서 부정부패로 모은 돈으로 산 구두로 만든 박물관에서 남편이 아직도 대통령인 기분이며 구두를 소유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란 식의 이야기를 내뱉는 이멜다의 정신 상태도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나로서는 이멜다를 불러다 귀빈석에 앉게 한 박물관 측이 더 이해되지 않는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역사 뒷이야기]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11조의 재산

[필리핀 역사 뒷이야기] 3천 켤레의 구두로 기억되는 퍼스트레이디, 이멜다 마르코스





[필리핀 마리키나] 구두박물관(Marikina shoe museum / Marikina City Footwear Museum) 


■ 운영시간 : 오전 8시 ~ 오후 5시 (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으로 관람 불가

■ 입장료 : 50페소 




■ 주소 : J. P. Rizal St. Marikina City, Philippines

■ 위치 : 필리핀 마리키나 

* Rustic Mornings By Isabelo Garden 레스토랑 근처 (여담이지만, 이 레스토랑은 꽤 괜찮아서 박물관 관람 후 들릴만하다




필리핀 마르키나. 구두박물관(Marikina shoe museum) 입구. 






▲ 이 구두들은 마르코스 대통령 재임 당시 이멜다의 사치스러웠던 생활에 대한 증거가 된다. 



▲ 쿠바의 총리였던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찍은 사진도 걸려 있다. 






▲ 전화기 모양의 신발과 같은 독특한 신발도 진열되어 있다. 




▲ 한국의 전통신발도 보인다. 







[필리핀 마리키나] 사치의 여왕 이멜다 마르코스와 구두박물관(Marikina shoe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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