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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만성절과 위령의 날, 운다스(Undas) 기간 묘지 폐쇄 예정

by 필인러브 2020.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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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특별한 날이 아니지만, 필리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공휴일이 있다. 바로 11월 1일 만성절이다. 모든 성인의 축일(All Saints' Day)이라고 부르는 이날은 천국에 있는 모든 성인을 추모하는 축일이다. 모든 성인에게 각기 특정한 날을 지정하여 추모할 수 없기 때문에 한꺼번에 추모하려는 뜻에서 만들어진 날이라고 한다. 필리핀 사람들은 만성절을 운다스(Undas) 또는 망자의 날(알라오 낭 마가 파타이. Araw Ng Mga Pata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성절 다음 날인 11월 2일도 매우 중요한 날이다. 이날은 위령의 날(All soul's day)로 성인으로 칭호를 받지 못한 고인이 된 성도들을 추모하는 날이 된다. 조상을 비롯한 먼저 간 모든 영혼을 위로하는 날이니, 가톨릭을 종교로 가진 이가 많은 필리핀에서는 부활절만큼이나 중요한 날이 아닐 수 없다. 


마치 한국인들이 추석에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를 하는 것처럼, 필리핀 사람들은 만성절 공휴일에 묘지를 방문한다. 오랜만에 고향에 모여 가족들을 만나고, 꽃과 양초를 들고 묘지에 방문하여 양초에 불을 붙인다. 한국처럼 벌초를 할 필요는 없지만, 묘 주변을 정리하고 비석의 색을 새로 깔끔하게 칠하기도 한다. 가족들끼리 예배를 드리기도 하는데, 돈이 좀 있는 집안에서는 신부님을 모셔다가 함께 기도하기도 한다. 음식을 잔뜩 가지고 가서 온종일 먹고 마시며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하면서 노는 날이기도 하다. 묘지 주변에서 무슨 노래인가 싶지만, 필리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였는데 노래가 빠질 수가 없다. 스피커 반입 금지가 묘지 앞에 커다랗게 붙을 정도이다. 묘지까지 가는 길에 차가 많이 막혀서 그렇지, 묘지 가는 일은 제법 즐거운 일이 된다. 하루 잘 먹고 잘 지내다가 오는 날인 셈이다. 그리고 보니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점은 또 있다. 바로 이 기간이 해외여행의 기회가 된다는 점이다. 핼러윈(10월 31일)부터 만성절(11월 1일), 위령의 날(11월 2일)까지 보통 나흘에서 닷새 정도 쉬기 때문에 징검다리 휴일로 만들어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도 많다. 해마다 운다스 기간이면 어찌나 해외 여행객이 많은지, 10월 말이 가까워지면 마닐라공항을 비롯하여 항공사에서 만성절 휴일 기간에는 공항에 일찍 도착해야만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안내문을 내보낼 정도이다. 마닐라의 묘지 주변은 물론이고 지방으로 가는 고속도로까지 차로 가득 해지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 모습이 사뭇 달라질 것 같다. 지난 화요일(9월 8일), 이스코 모레노(Isko Moreno) 마닐라 시장이 행정명령(Executive Order No. 38)을 통해 마닐라시의 모든 묘지가 10월 31 일부터 11월 3일까지 일시적으로 폐쇄됨을 밝혔다. 이유는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당연히 코로나 19의 확산 방지가 목적이다. 이스코 모레노 시장은  GCQ 지침에 따라 해당 시설의 임시 폐쇄를 명령하기는 했으나, 혹 백신이 나오거나 코로나 19 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허용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만성절 기간 가족을 만날 수 없어 마음이 아파도 용서해 달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만성절 기간이면 의당 묘지에 가야 한다고 여기는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상당히 바람직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의견이 합당하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는 모양이다. 메트로 마닐라 개발청(MMDA)에 따르면 운다스(Undas) 기간에 마닐라시뿐만 아니라 메트로 마닐라 지역 내 묘지가 모두 폐쇄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메트로 마닐라 지역의 17명의 시장(mayor)이 만장일치로 결정에 동의했으며, 이행 지침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오늘 밤에 만나 논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만성절(11월 1일)이나 위령의 날(11월 2일)에 묘지에 방문하는 연례 전통행사가 금지되는 것은 근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마닐라시에서는 묘지 방문을 허용할 경우 11월 1일과 2일 양일간 230만 명이 두 곳을 방문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노스 묘지가 크고 넓다고 해도 한꺼번에 150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 관련 글 보기 

[필리핀 공휴일] 필리핀 사람들은 11월 1일 만성절에 무엇을 할까?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만성절 마닐라 사우스 묘지 풍경




▲ 마닐라 사우스 세머테리(Manila South Cemetery). 이곳 묘지에는 39,228 개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 만성절 마닐라 사우스 묘지 풍경. 11월 1일이면 묘지 구역 안에 들어가는 일조차 버거운 일이 된다



▲ 마닐라 노스 세머테리(Manila North Cemetery). 사우스보다 노스 쪽이 묘지 규모가 훨씬 크다. 노스 세머테리 쪽은 105,837개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무덤을 갖는 것도 돈이 드는 일이라서, 납골당 형태로도 많이 한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All cemeteries in Manila City ordered closed during 2020 ‘Undas’ season

https://newsinfo.inquirer.net/1332840/all-cemeteries-in-manila-city-ordered-closed-during-2020-undas-season

· Mayor Isko orders all Manila cemeteries closed during ‘Undas’

https://mb.com.ph/2020/09/08/mayor-isko-orders-all-manila-cemeteries-closed-during-undas/

· Metro Manila cemeteries closed on Undas 2020

https://rappler.com/nation/metro-manila-cemeteries-closed-undas-2020

· Metro Manila mayors 'unanimous' on closure of cemeteries during Undas: MMDA

https://news.abs-cbn.com/news/09/09/20/metro-manila-mayors-unanimous-on-closure-of-cemeteries-during-undas-mmda




[필리핀 마닐라] 만성절과 위령의 날, 운다스(Undas) 기간 묘지 폐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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