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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더워지면 물러갈까, 35도의 더위와 코로나19

by 필인러브 2020.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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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닐라의 날씨가 지나치게 덥다고 생각했으면, 정확히 느낀 것이다. 필리핀 기상청(PAGAS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주말에 이어 월요일까지 오후 3시의 기온이 35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체감 온도(heat index)는 39도이다. 그리고 햄릿이 불행은 하나씩 오지 않고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아직 3월 중순도 되지 않았는데 5월이라도 온 듯 더워져서 불쾌지수를 높이더니, 코로나19 확진자까지 갑자기 눈에 띄게 늘었다. 1월 29일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 신문 기사를 요약하여 거의 매일 글을 올리고 있는데, 요즘은 코로나 19 확진자 인적사항에 대해 열심히 조사하고 글을 쓰고 뒤돌아서면 다시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속보"라는 단어가 속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로 뉴스 속보가 쏟아지는 것이야 그렇다고 해도, 필리핀 보건부 사이트가 도무지 열리지 않는 것에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사이트 방문객이 갑자기 늘어서 그렇다고 이해를 해보려고 하지만, 현황표(COVID-19 Case Tracker)와 보건부의 보도자료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확진자 수가 20명으로 늘었다는 기사 위에 붙은 현황표에는 아직도 환자가 10명이라 표기된 식이다. 마닐라에서부터 민다나오까지 지역별 의심 환자 수를 더해보면 가끔 전체 수와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대한민국 바깥에 있어서인지 몰라도 대한민국 질병관리본부의 자료 업데이트 속도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혹 아이들에게 도시의 바이러스라도 옮길까 걱정이 되어 타루칸 마을에도 선뜻 가지 못하고 외출이 꺼려지는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밥을 굶을 수는 없으니 시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평소 산뜻하고 쾌적한 동네보다 허름한 듯하면서도 정겨운 동네를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그 어떤 동네도 딱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빈민가로 유명한 톤도가 보니파시오나 마카티보다 바이러스에게서 안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최소한 중국인 등 외국인이 톤도에 방문하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싶은 것이다. 그런데 잠깐 시장까지 걸어가는 것에도 온몸에 땀이 났다. 이렇게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날씨라면, 아무리 성격 좋은 사람이라도 덥다고 불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더위는 매년 경험한다고 하여서 익숙해지거나 견디기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으레 그려려니 하고 체념하게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햇살의 따가움이 줄어드는 일은 없다. 


이렇게 날씨가 인간의 체온과 비슷해지고 있음에도 필리핀 사람들이 불평을 참고 더운 날씨를 견디는 이유 중 하나는 신종 코로나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온이 오르면 사라진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니까 온도가 높아지면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에어컨을 잔뜩 트는 사무실이 많은 동네는 코로나19가 더 쉽게 퍼진다는 식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날씨와의 연관성은 약하다는 입장이다.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제 광저우에 있는 중산대학 연구팀에서 "코로나19는 기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바이러스는 8.72도에서 가장 빨리 전파되며, 그 이상에서는 확산세가 둔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하지만,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반박하는 여론도 많다.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싱가포르나 태국, 말레이시아와 같은 열대지방에는 전파되지 않아야 하는데, 코로나 19는 날씨와 관계없이 지속해서 급속도로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기온이 올라가고 계절이 바뀌면 코로나19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현재로서는 진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희망을 품고 코로나19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서는 곤란하고, 여름이 와도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확산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대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이 이야기를 가지고 굳이 필리핀 사람과 논쟁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정부에서야 날씨의 변화와 관계없이 방역망을 세워야 하겠지만, 에어컨 하나 없이 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서민들은 기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가 없어질 것이라는 그런 희망이라도 있어야 더위를 견디지 않겠는가. 




▲ 청개구리를 세 마리 정도 먹었는지, 누군가 외출을 삼가하라고 하면 더 나가고 싶어진다. 




▲ 오토바이를 타고 자전거를 배달해요! 마닐라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면, 이런 신기한 재주를 보는 행운을 갖게 될 수 있다. 



  더운 날씨, 얼음 배달 



  해가리개 모자가 필요한 요즘이다.  



필리핀 기상청(PAGASA)의 일기 예보에 따르면 요즘 날씨가 이렇다. 시원하기로 유명한 바기오 지역마저 높은 기온을 보여준다. 

( 출처 : http://bagong.pagasa.dost.gov.ph/ )





[필리핀 마닐라] 더워지면 물러갈까, 35도의 더위와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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