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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중교통] 노동단체에서 필리핀 교통부(DOTr)에 80페소 환불을 요구하는 이유

by 필인러브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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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노동단체(Defend Jobs Philippines)에서 교통카드(비프카드)를 구매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쓴  80페소를 즉시 돌려줄 것을 교통부(DOTr)에 촉구했다. 노동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가 사회 서비스로서 좀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노동자들을 더 많은 이윤을 쥐어짜기 위한 젖소(milking cow)로 취급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요금 충전 시 부과되는 5페소의 수수료와 65페소의 잔액 유지 조건 역시 폐지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이 사건의 배경은 이렇다. 최근 필리핀 교통부(DOTr)에서는 비프카드(Beep card)가 있어야만 EDSA Busway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NO BEEP CARD, NO RIDE 정책을 실시했다. 대중교통 이용 시 현금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여서 버스 차장과 승객간의 물리적인 접촉을 줄이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이 정책은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노동자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교통부의 주장대로 "현대적이며 더 편리한 요금 결제 방법"을 이용하려면 비프카드를 사야 했는데, 카드 가격이 무려 80페소나 되었던 것이다. 지상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근로자들이라고 해서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를 쓰고, 버스에 오를 뿐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80페소란 돈을 주고 교통카드를 사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버스에서는 급하게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을 위해 버스에 현금통을 놓아주기도 했다. 잔돈을 거슬러 주지는 못한다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현금으로도 버스비를 낼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정책 시행 첫날, 교통카드 사용이 의무화되었음을 알지 못한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긴 줄을 서야 했고, 상당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서둘러 교통카드를 구매했다. 출근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했으니 별도리가 없었다. 


교통카드 구매에 대한 비용 부담이 논란이 되자 결국 아서 투가데(Arthur Tugade) 교통부 장관은 비프카드 결제 시스템을 운영사인 AFPI에게 무료로 카드를 배포하도록 지시했다. 생계유지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에게 추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교통부 장관이 무료로 교통카드를 지급하겠다고 나섰으니, 이미 카드를 구매한 사람들 처지에서는 환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80페소(약 2천원)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음료수 하나 가격이지만, 필리핀의 가난한 노동자에게는 적잖은 돈이다. 마닐라 도시노동자가 받는 일일 최저임금은 여전히 537페소에 불과하니, 80페소가 음료수 하나 값이 아니라 가족의 하루 식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노동자들의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 않았다. AFPI에서 카드 구매 비용인 80페소를 자사가 아닌 카드 제조업체에서 받고 있으며 카드 판매로 이윤을 얻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스카드 무료 제공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필리핀 교통부에서는 카드가 무료로 배포되어야만 정책을 계속 시행할 수 있다면서, 10월 5일부터 교통카드 의무 사용을 중단한다고 나섰다. 이미 교통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사용해도 되지만 현금으로도 요금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니 대중교통 이용객으로서는 반가운 이야기겠지만, 교통 정책의 시행과 중단이 이렇게 쉽게 된다는 것이 놀랍기는 하다.  


AFPI(AF Payments Inc.) : AFPI는 아얄라 그룹(Ayala Group)과 퍼스트 퍼스픽 그룹(First Pacific Group)이 합작 투자해서 만든 회사이다. 필리핀 정부의 민관 파트너십 계획에 따른 프로젝트에 따라 자동 요금 징수 시스템(AFCS)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필리핀 노동단체에서 대중교통 시스템을 제공하는 임무를 민간 기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운영 업체가 필리핀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필리핀의 NO BEEP CARD, NO RIDE 정책 진행 사항 요약 

① 필리핀 교통부 : 10월 1일부터 교통카드(비프카드)가 있어야만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② 노동단체 : 교통카드가 80페소나 된다니, 너무 비쌉니다. 

③ 필리핀 교통부 : 비프카드 운영회사에게 공짜로 카드를 주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④ 노동단체 : 그렇다면 이미 교통카드를 산 사람에게 80페소를 환불해주세요. 

⑤ 비프카드 운영회사 : 공짜로 교통카드를 나눠주기 어렵습니다. 

⑥ 필리핀 교통부 : 10월 5일부터 교통카드 의무 사용을 중단하겠습니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대중교통] 비프카드(교통카드)가 있어야만 대중교통 탑승 가능 - NO BEEP CARD, NO RIDE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No beep card, no ride policy? Groups slam gov't officials for 'anomalous pricing'

https://www.rappler.com/moveph/groups-statements-edsa-beep-card-policy

· DOTr to suspend Beep card use in EDSA bus system if P80-fee not dropped

https://www.rappler.com/nation/national-news/dotr-warning-suspend-beep-card-edsa-bus-system

· Workers' group calls for Beep card refund after cashless policy takes effect

https://www.philstar.com/headlines/2020/10/02/2046688/workers-group-calls-beep-card-refund-after-cashless-policy-takes-effect

· Refund P80 Beep card purchase fee, DOTr urged

https://mb.com.ph/2020/10/02/refund-p80-beep-card-purchase-fee-dotr-urged/

· DOTr suspending mandatory use of Beep cards for EDSA buses starting Oct. 5

https://news.abs-cbn.com/business/10/04/20/dotr-suspending-use-of-beep-cards-for-edsa-buses-starting-oct-5




[필리핀 대중교통] 노동단체에서 필리핀 교통부(DOTr)에 80페소 환불을 요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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