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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이해하기/문화&지리

[필리핀 환경정책]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하는 사회 - 80만 개의 사리사리 스토어(Sari-sari store)



필리핀은 비닐(플라스틱)로 포장된 일회용 제품이 넘쳐나는 나라이다. 기업에서 소포장 상품을 내놓는 것은 서민들도 구매할 수 있게끔 제품 구매 단가를 낮추기 위함의 목적이 크다. '사쉐'라고 부르는 일회용 포장(sachet packaging) 제품이 어찌나 많은지, 목욕용품이나 세제는 물론 간장이며 소금 등의 각종 조미료까지 모두 일회용 소포장으로 팔린다. 유니레버와 네슬레 등과 같은 외국계 기업까지 나서 필리핀 시장을 위해 별도의 소포장 상품을 만들어 유통할 정도이다. 필리핀에 잠깐 여행을 온다면 이런 일회용 제품이 꽤 유용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소포장 제품은 필리핀 환경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서민을 겨냥한 대기업의 마케팅이 환경을 죽여버린 것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개중에는 일회용 소포장 제품의 등장을 좀 긍정적으로 보는 부류도 있다. '사쉐' 덕분에 가난한 이들도 적은 돈으로 시장을 볼 수 있었으며, 다른 사람이 써보는 것을 한 번 정도는 써보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는 주장인데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동의하기 어렵다. 섬유유연제까지 사쉐로 판매되는 덕분에 필리핀 사람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섬유유연제를 써야만 빨래를 제대로 한 것 같다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을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오랜 시간 일회용품을 쓰고 난 뒤 생긴 부작용이다. 가정부에게 대용량 제품을 주면 정확한 사용량을 알지 못해 하기에 일회용품 물건을 준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처음에 들었을 때만 해도 설마 그렇기야 하겠느냐고 생각했었지만, 필리핀에 오래 살면 살수록 점점 그 이야기가 사실로 다가온다. 그리고 보니 일회용품으로 세제를 주면 집안일 하는 가정부가 물건을 훔쳐 갈 수 없어 좋다는 사람도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 부분을 놓고 일회용품의 장점으로 보기란 어렵다. 


국제환경단체인 가이아(GAIA. Global Alliance for Incinerator Alternatives)에서 올해 3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필리핀 사람들은 매년 약 598억 개의 일회용품을 쓰고 있다고 한다. 대체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1억 6,600만 개가 사용된다고 하니 1억 인구가 하루에 하나씩은 쓰는 셈이다. 하긴, 일회용품만이 아니다. 비닐쇼핑백은 연간 170억 개 이상, 기저귀는 연간 11억 개가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회용품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사용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샴푸나 세제 등을 담는 플라스틱 통이라도 좀 덜 써보고자 용량이 큰 것을 사려고 하지만, 대용량 묶음상품을 사도 특별히 가격 할인이 많이 된 것으로 느껴지지 않으니 굳이 목돈을 주고 대용량 제품을 살 이유를 느끼기 어렵다. 마카티 그린벨트에 샴푸나 비누 등 제품을 포장을 전혀 하지 않고 벌크로만 판매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지만, 샴푸 가격이 일반 샴푸보다 비싸다고 하니 가볼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무엇보다 서민들이 즐겨 가는 사리사리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거의 일회용품인 상황에서 일회용품 구매가 줄어들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사리사리 스토어(Sari-sari store)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동네 입구마다 있는 이 작은 가게는 매우 흥미로운 장소가 아닐 수 없다. 타갈로그어로 사리사리(Sari-Sari)는 '다양함' 또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비공식적인 통계이기는 하지만 필리핀 전국에 대략 80만 개나 되는 사리사리 스토어가 있다고 한다. 사리사리 스토어에서는 이름 그대로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판다. 과자나 라면, 통조림과 같은 식품과 생활필수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물론 핸드폰 선불카드 충전이나 우편물 수령까지 가능할 정도이다.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는 이 사리사리 스토어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을 그대로 나타내준다. 작은 가게들이 모여 파는 매출액이 보기보다는 상당해서 필리핀 총 식품 소매 매출의 60%나 차지하고 있다. 매체 80만 명의 가게 주인이 있어서 개인별 소득이 높지는 않지만, 대형마트 매출액보다 사리사리 스토어의 매출액이 더 많다니 그 규모가 대단하다. 대형 슈퍼마켓보다 물건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지만 여러모로 시내에 있는 대형 쇼핑몰보다 훨씬 친근한 존재이다. 일단 집 근처에 있으니 방문이 쉽고 굳이 상자째 사지 않아도 당장 필요한 양만큼 물건을 낱개로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모기향만 해도 딱 지금 필요한 만큼 한두 개만 살 수 있으니 이보다 편할 수 없다. 게다가 가게 주인과 친하다면 외상으로도 물건을 살 수 있다. 사리사리 스토어가 필리핀인의 일회용품 사용의 주범이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무조건 미워하기는 힘든 공간이 아닐 수 없다. 






▲ 필리핀 마닐라 인트라무로스(Intramuros)




▲ 이런 곳에서 이발을 하면 이발비 부담이 없다. 가격은 주인 마음이지만, 보통 35페소에서 50페소 사이이다. 



▲ 필리핀의 사리사리 스토어(Sari-sari store). 한국처럼 별도로 가게 이름을 짓기보다는 주인의 이름을 가게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간판도 글로브나 스마트와 같은 통신사, 또는 코피코 커피처럼 대기업에서 협찬해줘서 만든다. 





▲ 규모나 판매 품목은 거의 비슷하다.  





▲ 개인적으로 동네에 있는 가게의 입구가 얼마나 개방적이냐에 따라 동네 치안을 판단한다. 입구가 아주 촘촘히 막혀 있으면 치안이 좋지 않다고 여기는 식이다.



▲  깐띤(Canteen. 간이식당을 의미)을 겸하는 곳도 있다.  




▲ 이런 과자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먹는 것보다 쓰레기 배출이 더 많아 보인다.  



▲ 핸드폰 로드 충전은 물론 방 렌트 문의까지 받는다. 






[필리핀 환경정책]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하는 사회 - 80만 개의 사리사리 스토어(Sari-sari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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