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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루손섬

[필리핀 사가다 여행] 수마깅동굴(Sumaguing Cave) 탐험을 위한 준비물

by 필인러브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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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누가 여길 오고 싶다고 말한 거야?"
"바로 너야!"
"내가 왜 그랬지?"


살면서 아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지만, 다리를 한껏 접어야만 간신히 빠져나올 정도의 좁은 구멍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다. 배가 꽤 나온 가이드 아저씨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서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가이드 아저씨가 갈 수 있겠느냐고 재차 확인했을 때부터 쉽지 않은 길임을 짐작은 했지만 생각 그 이상으로 길이 좁고 미끄럽다. 폐쇄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호흡곤란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간이 좁은데, 틈새를 간신히 빠져나가도 몸이 편하지 않다.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몸이 부르르 떨린다. 하지만 일단 들어온 이상 전진 외에는 방법이 없다. 동굴 바깥으로 나가고 싶으면 열심히 가이드 아저씨 뒤를 따라야만 한다. 마치 고속도로처럼, 동굴 안에서는 후진이란 단어가 없다. 

예전에 사가다(Sagada) 여행 왔을 때 만났던 가이드 아저씨는 꽤 수다쟁이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관광안내소에서 소개받은 가이드 아저씨는 좀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굴 구석구석을 손바닥 보듯 훤하게 아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동굴 투어에는 상냥함보다는 전문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게다가 이 아저씨, 다른 가이드와 다르게 엄청 커다란 태양열 램프를 꺼낸다. 무거워 보이는 램프와 슬리퍼까지 도무지 동굴탐험에 적합하지 않은 차림이지만 아저씨의 걸음은 거침이 없다. 아저씨를 따라 어두운 동굴 안으로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가다 지역에는 크고 작은 동굴이 많다. 대략 60개가 넘는 동굴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몇 곳만 관광지로 개방하고 있다. 이렇게 동굴이 많다 보니 당연히 동굴은 사가다 사람들의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루미앙 동굴(Lumiang Cave)에 가면 관을 동굴에 가득 쌓아둔 것을 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동굴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수마깅동굴(Sumaguing Cave)이다. 사가다 지역 내 동굴 중에서 가장 큰 방(chamber)이 발견되어서 빅케이브(Big Cave)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수마깅 동굴은 필리핀에서 가장 깊은 동굴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수마깅 동굴을 놓고 "자연이 만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지하 동굴"이니 "인간이 손대지 않은 천연의 예술 작품"이란 표현을 종종 보게 되는데 사실이다. 이 동굴 안에는 약간의 로프 외에 인공적인 것이라고는 하나도 설치되지 않다. 계단이나 가드레일 같은 장치까지 바라지는 않아도 불빛 정도는 있으면 좋을 터인데, 하다못해 전등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전적으로 가이드가 들고 있는 램프의 불빛에 의지하여 전진해야 한다. 

수마깅 동굴 탐험은 2시간가량 진행되는데 보통 3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동굴 입구에 형성된 가파른 절벽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박쥐 똥으로 뒤덮여 있어 미끄럽기는 하지만 가이드의 지시에 따르면 큰 어려움 없이 내려갈 수 있다. 내려가면서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것이 느껴지지만, 이렇게 박쥐가 많은 동굴에서는 불이 훤히 밝혀 있는 것보다는 희미한 램프 불빛이 낫다. 무언가 끈적한 것을 만지면, 어두움이 고마워진다. 절벽을 통과하면 이제 신발도 필요 없는 곳에 이르게 된다. 2단계에 들어서면 바위 부분이 더 미끄러워져서 신발을 벗고 이동해야 하는데, 계속 아래로만 내려가니 어두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곧 고생한 보람을 만나게 된다. 어두운 동굴 안을 가득 채운 종유석과 석순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사가 여행을 온 보람마저 느껴진다. 이곳에 오면 가이드 아저씨가 갑자기 말이 많아지는데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여기저기 암석을 가리키며 왕의 커튼(KING'S CURTAIN)이니 케이크, 콜리플라워, 라이스 테라스, 거북이, 악어 등과 같은 이름을 알려주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암석 속에서 그 사물의 모습이 보인다.  

인간의 상상력만이 유일한 한계라고 느끼며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을 구경하고 나면 마지막 터널(Tunnel)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3단계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좁은 구멍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야만 해서 몸집이 크거나 체력이 좋지 못하면 체험이 불가능하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구간에서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지만, 로프를 쓴다고 해도 이동도 쉽지 않다. 좁은 터널을 통과하려면 자신의 순발력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수직에 가까운 벽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야 그렇다고 해도 물웅덩이도 많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은 허벅지까지 차올라 있다. 하지만 고생을 한 보람은 있다. 도착 후 보이는 풍경은 2단계에서는 보지 못한 또 다른 감동이다. 상당히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을 놓지 못한다. 

신기한 일이지만 터널 속을 빠져나오다가 선글라스를 하나 주웠다.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좁은 동굴 안을 기어 다니다가 물웅덩이 속에서 누군가 잊고 간 선글라스를 발견한 이다. 재빨리 선글라스를 주웠다고 외쳤지만, 아자나 가이드 아저씨 모두 믿지 않는 눈치라 재빨리 가서 증거를 내밀었다. 불빛 아래 보니 흠집이 많은 것이 물속에 꽤 오래 있었던 모양이다. 햇빛이라고는 한 점 들어오지 않은 동굴 속을 탐험하면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오는 이가 있다니 참 재밌는 세상이다.  


Sumaguing Cave in Sagada

사가다 수마깅 동굴 탐험을 위한 준비물

- 주소 : South Rd, Sagada, 2619 Mountain Province
- 위치 : 필리핀 사가다(Sagada) 

필리핀의 동굴이 대부분 그렇지만 수마깅동굴(Sumaguing Cave) 탐험은 쉽지 않다. 상당히 어두운 데다가 길은 가파르고, 미끄럽기까지 하다. 곳곳에 물웅덩이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깊고 가파른 동굴을 내려가면서 보게 되는 종유석과 석순이 상당히 아름다워서 체력만 된다면 방문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체력이 좋은 편이라면 수마깅 동굴에서 출발하여 루미앙 동굴에서 나오는 방식의 투어도 가능하다. 동굴 안에서는 조개껍질과 물고기 화석도 볼 수 있어서 한 때 이 지역이 바다였음을 보여준다. 동굴 탐험은 2시간 남짓 걸리는데 될 수 있으면 오전 시간에 가는 것이 좋다.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임은 틀림없으나 안전장치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어서 어린아이가 체험하기는 적당하지 않다.  

1. 여행가이드 동반
사가다 관광안내소에 1,200페소라는 멋진 가격으로 가이드(800페소)와 차량(400페소)을 구할 수 있다. 이 가격은 1인당 금액이 아니라 1팀당 금액이며, 가이드는 최대 5인까지 한꺼번에 인솔할 수 있다. 차량의 경우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동굴이 있어서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동굴탐험 시 체력 소진이 많으므로 렌터카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자가용을 가지고 있어도 동굴 근처에서 주차가 금지되어 있어서 차량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2. 탐험에 적절한 복장 
동굴 중간 즈음에 가면 맨발차림으로 돌아다니게 되지만, 입구에서는 신발이 필요하다. 바위가 굉장히 미끄러운 편이라 될 수 있으면 미끄럽지 않은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거의 기다시피 이동하는 곳도 많아서 신축성이 있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3. 손전등과 방수카메라 
동굴 안에는 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머리에 부착할 수 있는 유형의 손전등을 가지고 가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촬영을 원하면 방수카메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안전모 등이 전혀 지급되지 않아서 조명이 달린 안전모가 있다면 가지고 가도 좋을 듯하다.

※ 수마깅(Sumaguing Cave) 동굴을 놓고 수마구잉으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현지인들의 발음은 수마깅에 더 가깝다. 가이드 아저씨의 안내에 따르면 수마깅은 Suyo와 Madongo, Gutang 등 마을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라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한다. 

 

출발! 수마깅 동굴 투어의 경우 최대 5명까지 한꺼번에 데이투어를 할 수 있다. 셔틀 예약을 했더니 사진 왼쪽에 있는 차량이 나왔다. 차 종류는 투어 인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동굴 입구 동네
내려가는 초입에 작은 안내소가 있다. 추워서 외투를 입고 갔는데 동굴 투어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맡아주셨다.
가이드 아저씨가 램프에 불을 밝히는 것으로 투어 준비가 끝난다
동굴 입구
사진 외에는 가지고 가시지 마세요!
이런 동굴에서는 가이드의 말이 곧 법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경청하면서 따르게 된다.
어둡고 차가운 동굴. 사진 찍기에 이렇게 좋지 않은 곳도 없다.
물이 생각보다 매우 깨끗한 편이다.
왕의 커튼(King's Curtain)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까 싶지만 어떻게 해보면 또 지나갈 수 있게 된다.
동굴 안은 매우 즐겁지만, 녹색을 보는 일은 더 즐겁다.
Sumaguing Cave in Sagada



[필리핀 사가다 여행] 수마깅동굴(Sumaguing Cave) 탐험을 위한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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