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이민국(Bureau of Immigration. BI)
마카티 이민국이 마카티 시청 앞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의 일이니 상당히 오래된 일인데, 이민국에 비자 연장을 하러 갔다가 비자 연장 대행사 직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두툼한 서류를 넘기면서 작게 접은 돈을 슬쩍 넘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좀 빨리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뇌물이었다. 동남아 후진국은 대부분 그렇다고 하지만, 필리핀에는 출입국 관리소나 이민국 직원들이 비자 관련 수속을 빨리 해주겠다면서 뇌물을 요구하는 관행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카지노 VIP를 위한 아로 서비스(ARO - Airport Relation Officer)가 금지된 뒤에도 에스코트 서비스 관행이 공공연하게 남아 있어서 약간의 돈만 집어주면 공항 터미널의 보안검색대를 좀 더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초기에 이 문제를 거론하며 관광객들에게 입국 관련 편의를 봐주겠다는 이유로 돈을 뜯어내면 죽여 버리거나 술루 제도로 유배를 보내 버리겠다고 경고한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질적인 관행이 그렇게 쉽게 없어질 리가 없다. 대통령이 나서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가 테러를 벌이고 있는 섬으로 유배를 보내버리겠다고 해도, 뇌물 가격만 계속 올라가는 듯하다.
■ 이민국 직원에게는 너무도 달콤한 파스틸라스 과자
마닐라 위쪽으로 불라칸에 가면 '파스틸라스 레체(Pastillas de leche)'라는 이름의 달콤한 과자가 있다. 분유를 주재료로 하여 연유와 마가린, 설탕을 잔뜩 섞어 만드는 과자인데, 셀로판지 포장은 꽤 예쁘지만 상당히 달아서 많이 먹기는 힘든 그런 과자이다. 지난주 필리핀 신문에 이 파스틸라스 과자 이름이 계속 오고 내린 것은 바로 이민국 직원들의 중국 노동자의 불법 입국에 대한 뇌물 수수 혐의 때문이었다. 이민국 직원에게 뇌물을 줄 때 돈이 접어서 주었는데 그 모습과 파스틸라스 과자의 모양새가 비슷하다고 하여 파스틸라스 브라이버리 스킴(pastillas bribery scheme)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필리핀 이민국(BI) 직원이 중국인의 입국 심사에 대한 편의를 봐주고 받았다는 금액은 무려 1인당 1만 페소. 기껏해야 한 개에 5페소 정도인 파스틸라스를 만들어 파는 불라칸 사람들이 들으면 입이 쩍 벌어질 금액이었다. 게다가 공항의 입국 심사과정에만 뇌물 수수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온라인게임업체(POGO - Philippine offshore gaming operators)의 관광객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중국인 직원에게 뇌물을 받고 취업 허가증을 불법 발급해 주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민국 블랙리스트에 있는 중국인의 입국을 도와주는 금액은 더 비싼데, 5만 페소에서 20만 페소 사이였다니 모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중국인들에 대한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했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묵인할 수는 없었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이민국 직원의 직무를 정지하고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어제 마닐라공항의 직원이 대거 교체되었다는 소식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은 물론 카운터 직원과 POD(Port Operations Division) 직원까지 모두 교체되었다는데 그 수가 무려 800명에 달한다. 중국인에게 공항 입국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겠다며 뇌물을 받는 일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직원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난 셈인데, 일선 직원 외 상위 직급의 직원까지 모두 교체되었다고 한다. 항만 운영 본부(Port Operations Division) 국장만은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라서 교체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필리핀 이민국에서는 추후 동일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개방된 공간에서 관련 업무를 보는 한편 CCTV 카메라를 설치하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마닐라공항 페이스북에서는 이와 관련한 공지문을 올리지 않았다. 필리핀인의 한국 입국 금지 관련하여 아시아나 항공사의 발권 가이드까지 꼼꼼하게 글을 올리면서 이런 중요한 글을 올리지 않는다니 이상한 일이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생활] 마카티 온라인 도박업체에서 일하는 중국인은 어떻게 생활할까?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800 immigration personnel at NAIA reshuffled
https://www.pna.gov.ph/articles/1095019
https://www.youtube.com/watch?v=5OXitnOIpWI
· 800 Immigration officers reshuffled over illegal Chinese entry: spox
· BI reshuffles 800 airport personnel amid ‘pastillas’
· Immigration officer tags NAIA ex-terminal heads as 'conduits' of illegal Chinese entry in PH
[필리핀 마닐라] 중국인 입국심사 비용은 1만 페소? 뇌물수수 근절을 위해 마닐라공항 직원 800명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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