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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루손섬

[필리핀 바타안 여행] 죽음의 행진과 사맛산 십자가(Mount Samat Cross)

by 필인러브 2018.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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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4월이었다. 흰 구름 속으로 비는 한줄기도 보이지 않았다. 밥을 언제 먹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더위 속에서 걷는 일에 지친 병사들이 길거리에 쌓여갔다. 걷거나 혹은 죽거나 둘 중 하나였지만, 죽는 것이 편하게 느껴질 만큼 걷는 일은 고되었다. 하지만 일본군의 총칼은 무서웠고, 두려움은 병사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길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길의 끝에 간다고 해도 지금의 고통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위와 먼지 속에서 100km의 길은 죽음의 길, 그 자체였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앙헬레스(Angeles)로 가기 전에 산페르난도(San Fernando)에서 루손섬 서쪽으로 빠지면 과구아(Guagua) 지역을 지나 "바타안 주(Province of Bataan)"가 나타난다. 바타안, 이 지역 자체는 크게 유명한 것이 없지만 그래도 이름이 낯설지 않은 것은 필리핀에서 2차 세계대전 전쟁을 이야기할 때 이곳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77년전, 그러니까 1941년 12월 8일의 일이다. 일본군이 필리핀을 침공했다. 일본군에게 있어 필리핀은 남태평양 침공을 위한 전진기지로 보였고, 전쟁은 미치광이를 만들어 내곤 하는 법이니 일본군의 공격은 거세였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일본군이 필리핀에 상륙하기 이전부터 미국에서는 이미 관련 정보를 입수하였고, 100만 갤런에 달하는 휘발유를 바타안에 비축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군의 기세에 미군이 밀리기 시작했다. 맥아더 장군이 그의 부대를 바타안으로 이동시켰지만, 전세는 역전되지 못했다. 일본군이 바타안을 포위하고 전면 공격을 해왔고, 결국 바타안 전투는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일본이 필리핀을 점령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죽음의 4월이 되었다. 일본군에 의한 전쟁 포로 학대 사례로 늘 언급되는 데스 마치, 즉 '죽음의 행진(Bataan DEATH MARCH)'이 시작된 것이다. 7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군과 미군이 바타안에서부터 딸락까지 무려 100km에 달하는 거리를 강제 행진했어야 한 이 사건은 그야말로 비극 그 자체였다. 4월 더위 속 물 한 병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행군으로 헤아릴 수 없는 군인들이 죽어 나갔고, 바타안은 지옥 그 자체가 되었다. 


요즘 바타안에 가면 평화로운 시골 풍경만을 보여준다. 공장지대가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도시화가 덜 된 느낌이 들 정도로 한가로운 인상이다. 하지만 지금도 바타안에서는 어렵지 않게 "죽음의 행진(데스 마치)"이 있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전쟁 당시 죽음의 행진을 했었던 경로마다 표지석이 세워져 있기도 하고, '사맛산 십자가(Mount Samat Cross)'와 같은 전쟁유적지가 제법 깔끔하게 운영 관리되고 있기도 하다. 그 잔인했던 4월 바타안에서 있었던 일은 이미 지난 일이라고 잊어버리기에는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었다. 



[필리핀 바타안] 사맛산 십자가(Mount Samat Cross)

■ 유형 : 필리핀 역사유적지 

 입장료 : 필리핀 사람 30페소 / 외국인 50페소 / 주차료 40페소 

 주소 : Mount Samat Rd, Pilar, Bataan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 : 

1. 버스 : 제네시스(Genesis)나 빅토리 라이너(Victory Liner), 혹은 Bataan Transit 버스 이용 가능 

2. 선박 : 1 Bataan Integrated Transport System. Inc 선박회사의 고속 페리 보트 이용 

    + 관련 글 보기 : 몰 오브 아시아에서 고속 페리 보트를 타면 마닐라에서 바타안까지 한 시간!



▲ 필리핀 바타안. 멀리서도 사맛산 십자가(Mount Samat Cross)가 보인다. 



▲ 입구 



▲ 사맛산 십자가(Mount Samat Cross)는 내국인(필리핀인)과 외국인의 입장료를 달리하여 받고 있다. 



▲ 바타안의 사맛산 꼭대기에 세워진 이 십자가는 그 높이가 무려 90m가 넘는다. 2차 대전 중에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죽은 필리핀 군인들을 애도하는 위령탑으로 십자가 주변으로 전쟁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다. 






▲ 바타안 사맛산 십자가 



▲ 내부에는 작게 휴게소 시설이 있다. 



▲ 이곳에서는 바타안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지역 주민의 이야기에 따르면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마닐라까지도 보인다고 한다. 







▲ 건물 벽면으로는 바타안 전쟁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필리핀 바타안 여행] 죽음의 행진과 사맛산 십자가(Mount Samat Cross)

- 2018년 1월. 필리핀 마닐라.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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