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졸리비(Jollibee)는 어떤 의미입니까?
한국인들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특별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은 그냥 필리핀의 국민 패스트푸드점으로 알고 있다는 정도로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에게 졸리비의 의미를 묻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졸리비는 햄버거와 치킨을 파는 장소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가족이 함께했던 장소로서의 애틋한 추억 이야기가 함께 있는 것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모두 어릴 적 졸리비에서 가족들과 보내던 기억 하나 정도는 하나씩 가지고 있고, 그 사람들이 다시 아이들을 낳아 그들의 아이와 함께 졸리비에서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빠(혹은 엄마) 어릴 적에는 졸리비에서 말이야."라는 어릴 적 추억을 꺼내니, 어찌 맥도날드나 버거킹과 비교를 할까. 졸리비가 가족과 함께했던 따뜻한 시간을 상징하는 한, 필리핀에서 졸리비는 단순히 "거기 햄버거 먹을 만했어."라는 평가를 하는 장소가 아니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지난 주말의 일이다. 라구나 칼라우안(Calauan)에서 피냐 페스티벌(Pinya Festival)축제가 열렸었다. 이 축제는 필리핀 라구나 칼라우안에서 매년 5월 열리는 축제로 지역 특산물인 파인애플(피냐)의 수확을 기념하는 의미를 지닌 축제이다. 사흘 동안 열리는 축제 동안 프로그램은 꽤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칼라우안 지역의 초등학교 9개 팀이 벌이는 댄스 경연대회가 축제의 대표적인 볼거리이다. 이 PINYAwan Street Dancing Competition 경연대회는 동네 초등학교 꼬마들이 나와 대충 움직이는 재롱잔치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7살 되었다는 아이가 그 정도로 춤을 추려면 대체 얼마나 연습을 해야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암튼 어딜 내놓아도 손색이 없게끔 멋진 공연을 보여준다. 그런데 본격적인 경연대회가 시작되기 전, 졸리비가 등장했다. 물론 진짜 졸리비가 나올 리는 없고, 마스코트 의상을 입은 사람일 뿐이었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그 환호성이 엄청났다. 가만히 서 있어도 안경 사이로 땀이 줄줄 흐를 정도의 날씨에 졸리비 인형을 쓴 사람이 얼마나 더웠을까. 그가 느꼈을 더위의 강도가 짐작도 되지 않지만 어쨌든 관객들의 반응이 그렇게나 뜨거우니, "나는 토요일을 좋아해요(I Love You Sabado)"라는 노래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출 기분은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수백 명의 칼라우안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 그 노래, "나는 토요일을 좋아해요(I Love You Sabado)"를 들어보면 매우 흥미롭다. 이 노래는 졸리비가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만든 광고 노래인데, 필리핀 꼬마 중에 이 노래 모르는 꼬마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CM송이다. 이 노래는 왜 필리핀 사람들에게 졸리비가 가족과 연관되는 단어가 된 것일까를 깨닫게 해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가사를 들어보면 "나는 토요일을 좋아해요, 나는 토요일에 웃지요. 나는 일주일 내내 토요일을 기다려요." 뭐 이런 단순한 내용이지만, 광고까지 함께 가만히 보면 그 속에는 주말에 엄마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아이들의 기대감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주중에는 엄마와 아빠가 바쁘지만, 토요일에는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뭐 그런 내용이라고 할까. 물론 그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맛있는 햄버거와 바삭한 치킨이 있는 졸리비이고 말이다.
▲ 졸리비의 CM송 "I Love You Sabado"
▲ 졸리비는 1978년도에 퀘존에 처음 문을 연 이래 계속 매장 수를 늘려, 2017년인 지금은 필리핀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 작년 2016년도 기준으로 해외 611개 매장을 포함 2,642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니, 누가 봐도 명실공히 필리핀을 대표하는 국민 패스트푸드점이 아닐 수 없다.
▲ 지난 토요일, 칼라우안(Calauan)의 파인애플 축제 PINYAwan Street Dancing Competition 에 등장한 졸리비
▲ 졸리비는 그 등장만으로도 가만히 앉아있던 수백 명의 초등학생들을 갑자기 벌떡 일어나게 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 가만히 숨만 쉬어도 더운 날이었기에 마스코트 의상이 얼마나 더울까 짐작도 되지 않았다.
▲ 다구판 방우스 축제에 왔던 졸리비
▲ 가족주의가 유독 강한 곳이 필리핀이다. 그런 곳에서 가족애를 내세우다니, 졸리비는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무기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셈이다.
▲ 이들에게는 졸리비와 함께 사진을 찍은 이 시간까지 퍽 소중한 가족 모임의 시간으로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필리핀 라구나] 토요일을 좋아하는 졸리비(Jollibee) - "I Love You Sabado"
- 2017년 5월. 필리핀 라구나.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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