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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마닐라 생활] 필리핀 대사관과 페이스쉴드

by 필인러브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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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좋아져서 요즘은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서류를 모두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영사민원24'란 멋진 사이트도 공동인증서가 없으면 이용할 방법이 없다. 좀 귀찮기는 하지만, 보니파시오에 있는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까지 가야만 한다. 

가족을 만나러, 여행을 하러, 일자리를 찾아 등등의 이유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필리핀인은 많지만 한국 비자를 받는 일은 쉽지 않다. 좋아하는 케이팝 오빠들을 만나러 잠깐 방문해 보고 싶어도 일정 소득이 있음을 보여주고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해야만 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모두 옛이야기다. 코로나19 때문에 소득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여행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는 시절이 되고야 말았으니, 모든 것은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지"인 상태이다. 

기억 속의 대사관은 늘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었는데, 여행 목적의 비자 발급 업무가 중단된 탓인지 대사관은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 소리를 잃어버린 대사관에는 썰렁함마저 감돈다. 방문객이라고는 고작 두어 명.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이 손님보다 많다. 보안검색대에서 가방 검사를 하고, 건강확인서를 받아 코로나19 증상이 없다고 표시를 한 뒤 창구에 가서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고 볼일을 보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핸드폰을 집에 놓고 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벽에 붙여진 공고문을 죄다 읽고, 의자 개수를 하나하나 다 세어보았음에도 벽에 붙은 시곗바늘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끈적한 액체가 되어 고여있는 느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창구에서 서류가 준비되었다고 알려왔다.
대사관이 언제 다시 북적이게 될 수 있을까, 예전의 모습이 그리웠다.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필리핀 대사관 앞에 부착된 페이스쉴드 착용에 대한 안내문. 이 안내문을 보고 필리핀 정부에서 페이스쉴드를 쓰라고 강요한 것도 벌써 일 년이 지난 일이 되어 버렸음을 깨달았다. 일 년 전이나 지금이나 코로나19 확진자는 여전히 많다.
방문객을 잃어버린 대사관에 늘어난 것은 커다란 개 한 마리이다. 늘씬하게 잘생긴 개 한 마리가 덩그러니 문 앞에 묶여 있었다.

 

[마닐라 생활] 필리핀 대사관과 페이스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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