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지루한 행보를 하며 느릿느릿 지나갔다.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건 감사하면서도 무의미하고, 다행스러우면서도 지루한 한 일이었다.
이런 더운 날씨에 어떻게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쓰고 다니냐고 투덜댔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다. 나는 마스크에 그럭저럭 적응을 해버렸다. 처음으로 바깥에 나가던 날 느낀 어지럼증은 이제 상당히 사라져서, 조금 호흡이 불편한 느낌만이 남았을 뿐이다. 실수로 마스크를 세 개나 겹쳐 쓰고 슈퍼에 가면서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오늘따라 숨쉬기가 좀 더 답답하다고만 여길 정도이니, 내 적응력도 나쁜 편만은 아니라고 할까. 페이스쉴드를 써도 머리가 어지럽지 않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런 적응이 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1년 만에 몰 오브 아시아(MOA) 쇼핑몰 안에 들어갔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고 조금 놀라야만 했다. 마닐라에서 복잡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모아이다. 손님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아에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도 띄엄띄엄 앉아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기 어려우니, 이래서야 가게 운영이 될까 걱정스럽다.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야 어떻게 월세를 내고 직원들 월급을 줄 것이란 말인가. 기분 전환이 좀 될까 싶어서 쇼핑몰 안에 들어가 본 것인데 팝콘 냄새가 사라진 영화관을 보고 있으려니 오히려 뭔가 울적한 기분마저 든다. 타인과 한 마디의 대화도 하지 않고 쇼핑몰 구경을 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가장 나쁜 점은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마닐라 생활] 파사이 몰 오브 아시아(MOA) 쇼핑몰 - 2021.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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