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내에서 식사하시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를 보여주세요!"
매장 안은 밝고 시원해 보였지만, 백신 접종증명서가 없는 나는 매장 밖에 마련된 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함께 간 K는 백신접종서를 가지고 있어서 재빨리 내밀어 보았지만, 직원 왈, 모두 접종증명서가 있어야만 매장 안에 들어갈 수 있단다. 요즘 필리핀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자에게만 매장 내 식사를 허용하고 있었다. 그것도 매장 수용 인원의 10%만 매장 내 식사가 가능하다고 했으니, 테이블이 많지 않은 식당에서는 손님 받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매장 바깥 야외 테이블에 앉는 것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것 역시 매장 수용 인원의 30%까지 가능했다. 날씨도 덥고 어디선가 모기가 날아와 내 피를 탐해서 바깥 자리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필리핀 정부 규정이 그렇다면야 별도리가 없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배달만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그나마 규정이 바뀌어 바깥에서라도 식사를 하게 된 것을 고맙게 여기기로 했다.
후덥지근한 것이 비라도 한바탕 쏟아질 기세라고 생각하면서 재빨리 초밥을 먹고 집에 돌아와 서둘러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초밥을 먹고 불과 두어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고 하면 굉장히 식탐이 있어 보이지만, 이건 결코 내가 식탐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워낙 빈약한 식사를 한 터라 배가 고팠을 뿐이다.
예로부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게 외관이 깔끔하고, 음식의 가격대도 꽤 비싼 편이라서 나로서는 맛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겐키 스시(Genki Sushi)의 직원이 가지고 온 초밥은 실망 그 자체였다. 상당히 빈약하게 만들어진 초밥에는 고추냉이조차 들어가 있지 않았다. 직원이 자그마한 접시에 간장과 고추냉이를 가져다주긴 했지만, 연어를 들어내고 밥에 고추냉이를 바르고 있으려니 실망감을 감추기 어렵다. 게다가 초밥 위에 올려진 회조차 상태가 좋지 못했다. 참치를 최대한 얇게 썰어낸 것이야 원가 절감 차원에서 그랬으려니 이해해보려고 해도 오징어의 색이 누르스름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싱싱해 보이지 않는 것들로 초밥을 만들어 먹어도 괜찮을까 궁금할 정도이다. 하지만 연어 크로켓을 받아들고 나서 초밥은 그나마 괜찮은 것임을 깨달았다. 자그마한 접시에 동전만한 크로켓이 고작 5개 담겨 있었다. 무려 200페소나 하는 크로켓이건만 양이 어찌나 적은지 한입에 모두 털어 넣고 우물우물 씹어도 될 것 같았다. 이런 음식을 먹고 1,013페소나 되는 돈을 내려니 아깝지만, 먹어 보고 주문하자고 초밥을 양껏 주문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깨달은 바이지만, 기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내가 간 식당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스시 레스토랑 체인임을 알았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이 하는 곳을 가고 싶지 않아서 고르고 골라 간 것이었는데, 간판 모양만 보고 대만식이 아닐까 생각한 것은 순전히 내 오해였음을 깨달은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 백신 예방접종 증명서가 있어야 매장 내에서 밥을 먹을 수 있어요! - Genki Sushi
- Copyright 2021.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all rights reserved -
※ 저작권에 관한 경고 : 필인러브(PHILINLOVE)의 콘텐츠(글. 사진, 동영상 등 모든 저작물과 창작물)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입니다. 필인러브의 콘텐츠를 개인 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올리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전 동의 없이 내용을 재편집하거나, 출처 없이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실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필리핀 음식•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리핀 마닐라 맛집] 한식 - 이가 레스토랑(Lee's Korean Restaurant) (0) | 2021.10.09 |
---|---|
[필리핀 마닐라] BOGO, 그 마법의 단어 - 딤섬 맛집 시린(SHI LIN) (2) | 2021.05.31 |
[필리핀 마닐라] 쿠바오 파머스마켓에서 수산물 주문하기 (feat. 새우, 게, 오징어, 갈치) (0) | 2021.05.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