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대만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지만, 가지고 간 돈의 대부분을 먹는 것으로 소진했다. 차비도 아끼고, 숙박비도 아끼고 모든 것을 아끼고 아껴서 절약한 돈으로 딤섬을 사 먹었다. 꽤 길었던 여행 기간 내내 하루라도 샤오롱바오를 먹지 않은 날이 없었을 싶을 정도로 샤오롱바오를 맛있있게 한다는 집을 찾아다녔는데,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대만 여행 중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은 다름 아닌 육우면이었다. 그것도 맛집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찾아가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공원 옆에 지나가다가 들어간 집이었다. 외국인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동네 가게에 일하는 직원과 내가 대화가 될 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메뉴판마저 모두 낯선 글자이니, 미소 그리고 손짓과 발짓을 통해 옆 테이블 사람들이 먹는 걸 나도 먹고 싶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육우면이 어찌나 맛이 좋던지! 밤이 늦어진 줄도 모르고, 열심히 주문한 보람을 느끼면서 국물까지 남김없이 한 그릇을 다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 그때 먹었던 육우면만 생각날 정도이다.
마닐라 마카티의 메디컬 센터(Makati Medical Center) 병원에서 PNR 부엔디아(Buendia) 기차역 사이에는 중국 혹은 대만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며 편의시설이 매우 많은 편이다. 근처 어딘가에 대규모 콜센터가 있으리라고 짐작되지만, 마닐라에 사는 중국인만큼 말 걸기 어려운 대상도 없으니 확인할 길은 없다. 중국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지만, 대만 사람도 제법 많은 까닭에 이곳에는 마닐라에서 보기 드물게 대만슈퍼까지 있다. 대만슈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마카티에서 냉동만두를 사고 싶다면 '타이페이 마켓 플레이스(TPE Market Place)'에 가서 냉동만두를 사면 된다. 근처 중국슈퍼 또는 쇼핑몰 등에서 파는 만두와 비교해봐도 훨씬 맛이 좋은데, 특히 돼지고기부추만두가 매우 맛있다. 대만에서 물건 가지고 오는 일이 쉽지 않은지 진열대가 텅 비어 있는 날도 있지만, "3시 15분 밀크티"나 "흑인 치약" 등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이 대만 슈퍼 바로 맞은편 건물 지하 1층에 가면 근처에서 일하는 대만 사람들이 자주 간다는 대만음식점이 하나 있다.
건물 뒤편 지하에 있는 터라 들어가는 입구 찾기가 쉽지 않아서 대체 장사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일단 들어가 보면 꽤 환하고 깔끔해서 대만 음식점답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이런저런 대만 음식을 파는데, (대만음식점이니 대만 음식을 파는 것이 당연하지만, 바깥에서 보면 별로 그렇게 생기지 않아서 하는 소리이다) 묘하게도 대만에서 먹었던 육우면 비슷한 육우면도 판다. 물론 그때 맛있게 먹었던 공원 옆 식당의 그 맛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그때의 그리움을 달래기에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가게 이름에 버블티라는 단어가 붙은 이 집에서 버블티(밀크티)만 맛이 없으니 묘한 일이다. 우육면이나 밥, 디저트 등 음식은 대부분 맛이 괜찮지만, 밀크티는 좀 싱겁게 느껴진다. 밀크티 진하게 만들기보다 육우면 맛있게 만들기가 더 어려울 터인데 싶어 아쉽다고 생각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집 메뉴판에 적힌 밀크티의 종류가 무려 11가지나 된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혹 굉장히 맛이 좋았더라면 무엇이 최고인지 알고 싶다는 핑계로 나머지 10개도 모두 사 먹어 보려고 했었을 터이지만, 내 입맛에는 밀크티 맛이 영 싱거우니 그럴 일이 없다. 그러니 밀크티 아홉 잔을 마실 돈으로 육우면 세 그릇을 사서 먹는 편을 택하기로 했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대만식품점, 타이페이 마켓 플레이스(TPE Market Place)
[필리핀 마닐라] 보탄 버블티 카페(Botan Bubble Tea Cafe)
- 영업시간 : 오전 10시 30분 ~ 오후 11시 30분
- 전화번호 : 02 8236888
- 주소 : Basement 1, West of Ayala, Urban Avenue, Legaspi Village, Makati City
- 위치 :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마카티 메디컬 센터(Makati Medical Center) 근처
▲ 가게 내부
▲ 밀크티
▲ 육우면
▲ 돈가스는 그냥 그렇다. 마닐라에서 돈가스를 먹고 싶다면, 야부(Yabu)에 가는 편이 낫다.
▲ 만두
▲ 메뉴판
[필리핀 마닐라] 대만 사람들이 자주 가는 대만음식점, 보탄 버블티 카페(Botan Bubble Tea Cafe)
-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written by Salin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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