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정육점에 가서 소고기를 사야 한다. 붉은 살집이 적당히 붙어 있는 갈비 부분이면 좋겠지만, 꼭 갈비가 아니라도 괜찮다. 소의 무릎뼈 부분을 준비해도 되고, 뒷다리나 머리 부분을 써도 된다. 기름기 있는 부분을 좋아하지 않으면 살코기만을 준비해도 된다. 돈이 좀 부족하면 잡뼈를 사거나 소의 혓바닥을 사다가 넣어도 된다. 소의 어떤 부위를 사용해도 괜찮지만, 될 수 있으면 뼈가 있는 부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소고기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물을 끓여 살짝 대처 낸다. 소고기가 준비되었으면 채소를 다듬어야 한다. 감자나 배추, 양배추, 고구마, 옥수수, 양파 등을 넣어도 되지만 채소를 사러 시장에 갈 시간이 없다면 무와 대파, 마늘 정도만 준비해도 된다. 여기까지 준비가 끝났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에 들어갈 차례이다. 재료 준비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요리 시간은 짧지 않으니, 적어도 몇 시간은 외출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준비된 소고기를 뼛국물이 완전히 우러날 때까지 오래오래 끊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물이 맑아질 정도로 푹 고아내서 질긴 소고기가 어린아이가 먹어도 될 정도로 부드러워졌으면 채소와 후추, 피쉬소스 등을 넣고 다시 한번 끊여낸 뒤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한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생겨난 필리핀 음식 중에 불랄로(Bulalo)라는 이름의 음식이 있다. 포체로(Pochero. 필리핀 전통 탕요리)를 좀 더 간소화시켜 만들기 시작했다는 불랄로는 필리핀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의 맑고 진한 고깃국인데 꼭 한국의 갈비탕이나 소고깃국과 비슷하다. 도가니탕과 비슷하다는 이도 있지만, 도가니탕보다는 국물이 훨씬 맑은 편이다. 뼈에 붙은 살점이 부드럽게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익힌 소고기와 함께 진한 국물을 먹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따알호수로 유명한 따가이따이(Tagaytay) 지역에서 시작된 음식이라고 하는데, 서늘한 날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벽이면 긴 소매 옷이 필요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는 따가이따이는 예전에 소를 많이 키우기로 유명한 동네였다. 소를 많이 키우고, 날씨가 서늘하니 따뜻한 소고깃국이 생겨났는데 그게 바로 불랄로라는 것이다. 따가이따이가 아닌 바탕가스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어서 불랄로를 놓고 루손섬 남부 지역의 요리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필리핀 전역에서 따가이따이만큼 불랄로를 파는 식당이 많은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Leslie's Restaurant, Balay Dako, Diner’s Bulalohan, Bulalo Capital, LZM Restaurant 등 뜨끈한 불랄로로 유명해진 맛집도 많은데, 불랄로 끊이는 것을 멈추기가 어려운지 상당수는 24시간 문을 열기도 한다. 그런데 따가이따이의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불랄로 맛을 좀 보려고 하면 가격이 생각보다 좀 비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고기를 푹 고아내는 것의 정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레슬리에서 700페소나 되는 불랄로 가격을 보면 서민을 위한 곳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주머니는 가볍고, 식구는 많은 필리핀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갈까?
가게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따지지 않고, 따가이따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불랄로를 먹고자 한다면 마호가니 마켓에 가면 된다. 소고기를 주로 파는 축산시장에서 무슨 불랄로를 먹느냐고 하겠지만, 과일가게와 소고기 정육점을 지나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불랄로한(Bulalohan)이라고 부르는 불랄로 전문 음식점으로 가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파는 불랄로 가격은 350페소. 불랄로 캐피탈 레스토랑과 가격이 비슷해서 뭐가 싼 것일까 싶지만 음식의 양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여섯 명 정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양의 불랄로를 준다. 프라이드치킨이든 뭐든 그 어떤 것을 먹어도 밥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필리핀 사람들을 위해 밥도 파는데 1인분에 20페소이다. 시원한 음료수가 필요하다면 100페소를 주고 페트병에 든 1.5ℓ 콜라도 주문할 수 있다. 길쭉한 건물 한 층 가득 고만고만한 식당이 쭉 있지만, Barboza’s Kitchenette가 그중 좀 유명하다. 국물이 좀 느끼하게 여겨지면 라부요(labuyo. 빨간색의 작은 고추)를 좀 달라고 해서 잘게 다진 뒤 국물에 넣어 먹어도 좋다. 이곳의 숟가락은 두께가 얇아서 끝이 날카로운 덕분에 라부요를 다지기 좋다.
필리핀 따가이따이 마호가니 마켓(Tagaytay’s Mahogany Beef Market and Bulalohan)
■ 영업시간 : 24시간 영업(일부 가게)
■ 주소 : 10 Mahogany Ave, Tagaytay, Cavite
■ 위치 : 필리핀 따가이따이 / 법원 및 LTO 바로 옆
▲ 불랄로(Bulalo)
▲ 따가이따이에서 불랄로(Bulalo)를 먹으면 공룡을 잡아다가 끊여내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뼈를 보게 될 수도 있다.
▲ 필리핀 따가이따이. 시티랜드(Cityland Tagaytay)
▲ 스타벅스에서 바탕가스 방향으로 가다가 법원(Trial Court)이 보이면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 SM세이브모어(SM Savemore Tagaytay) 쇼핑몰
▲ 따가이따이 마호가니 마켓(Mahogany Beef Market & Bulalohan)
▲ 예전에는 이 근처에 도축장이 크게 있었다는데, 바탕가스 등 다른 곳으로 모두 이전한 것 같다. 도축장 구경을 가보려고 알아봤지만, 이미 따가이따이의 땅값이 확 올라버려서 그런지 이 근처에는 도축장이 없었다.
▲ 마호가니 마켓에서는 주로 소고기를 판다. 진열 형태가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고기가 신선한지 정육점 특유의 냄새는 거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날씨가 나쁜 날에는 가끔 소고기 냄새가 올라오기도 한다.
▲ 치차론(Chicharrón)를 만드는 용도인지 껍데기 부분도 판다.
▲ 시장표 불랄로를 먹고 싶다면 길쭉한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 2층에 올라가면 불랄로를 파는 작은 식당이 바로 쭉 보인다.
▲ 마호가니 마켓은 일반 재래시장이라기보다는 축산시장에 가깝지만, 그래도 과일 등도 살 수 있다.
▲ 과일 가격은 따가이따이의 길가에 있는 과일가게보다 저렴한 편이다. 바나나 다발도 살 수 있다.
▲ 잭프루트는 신선함이 생명이다. 바로 먹을 정도의 양만 사는 것이 좋다.
▲ 따가이따이에서 주로 재배하는 것은 파인애플이다. 출하량이 많은 시기에 가면 가격이 확 내려가는데, 작은 것은 10페소에 팔기도 한다. 마닐라에서는 요즘 파인애플 가격이 많이 올라서 좀 큰 것을 고르면 100페소는 줘야 한다.
▲ 찹쌀을 쪄서 만드는 필리핀 스타일의 떡, 슈만(Suman Malagkit)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음식] 말라킷(malagkit) 찹쌀로 만드는 필리핀식 떡 카카닌(kakanin)의 종류)
▲ Mahogany Market Flower Shop. 마호가니마켓 시장 한쪽에서는 꽃 화분도 판다. 허브 종류나 작은 선인장은 물론이고 커피나무 모종도 살 수 있다.
▲ 가지 사세요!
▲ 선인장 화분
▲ Talisay
▲ 따알화산
[필리핀 따가이따이] 마호가니마켓 재래시장에서는 불랄로(Bulalo)가 350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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