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따위는 우리는 잘 모르는 일이에요!
로빈슨 쇼핑몰 앞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코로나19가 이곳에만 침범하지 않은 듯 평소와 다를 바 없다. 차도 사람도 잔뜩이라 "말라떼는 역시 말라떼"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이다. 만날 조용한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복잡한 곳에 나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쇼핑몰 앞이 어찌나 복잡하게 느껴지는지 지끈지끈 골치가 아파지는 느낌이다.
대체 얼마를 받고 어떤 일을 주로 해주는 것일까. 로빈슨 쇼핑몰 앞에 대한공인탐정연구협회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은 신기했지만, 신호를 기다리느냐고 잠깐 머무는 것만으로도 지쳐버린 나는 재빨리 분주한 거리를 빠져나와 레메디오스 서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말라떼에 마닐라코리아타운(Manila Korea-town)이 개발된다는 글을 쓰려니 말라떼의 풍경을 담은 사진 몇 장이 필요하여 나온 터라 분수대를 바라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뭐라고 웅얼웅얼 이야기를 하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주머니 속 동전 몇 개를 꺼내기를 아까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아저씨처럼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고 너무도 태연하게 맡겨놓은 동전을 되찾는 기색으로 오는 것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무엇보다 요즘 나는 누군가 낯선 사람과 옆에 서 있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더 가까이 오기 전에 황급히 자리를 뜨면서 당분간 관광객처럼 카메라를 들고 말라떼 거리를 어슬렁대는 일은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필리핀 마닐라] 2월의 마지막 날, 말라테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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