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언제 제가 플라스틱으로 된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죠! 나중에 발급되면 우체국을 통해 보낼 터이니 기다려요!"
필리핀 교통국(LTO) 직원은 종이로 된 운전면허증을 내게 주면서 필포스트(PHLPost) 우체국을 통해 운전면허증이 전달될 것이라고 알려왔다. 운전면허증을 만들기 위한 플라스틱 카드의 공급부족으로 당장은 발급이 안 되지만, 나중에 플라스틱이 생기면 만들어서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뭐 그런 이야기이다. 이미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읽었던 터라 무슨 이야기인지 더 물을 것도 없었다. 이럴 때는 운전면허증의 흐릿한 흑백 복사본 종이가 훼손되지 않도록 비닐 폴더에 넣어 잘 보관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콘도 관리비나 수도세, 전기요금 모두 온라인 납부가 가능한 세상에 살면서 누군가 내게 편지를 보낼 일이란 전혀 없어서 한참 만에 우편함을 열었더니 필포스트(PHLPost) 우체국에서 발송된 낯선 우편물 하나가 들어 있었다. 우체국으로 와서 우편물을 찾으러 오라는 통지서인데, 보낸 사람의 주소가 퀘존인 것을 보아서는 운전면허증이 틀림없다. 신분증이 하나 필요했을 뿐, 정말 운전을 하려고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것은 아니라서 잊고 있었지만 가만히 헤아려보니 LTO에 다녀온 것도 벌써 두 달은 족히 넘은 듯했다. 필리핀 교통국(LTO)이나 우체국 그 누구도 내게 문자메시지 하나 보내지 않아서 우편물이 왔는지도 몰랐지만, 1월 중순에 보낸 것 같아서 서둘러 타귁 비쿠탄에 있는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통지서에는 한 달 이내에 우편물을 수령하면 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그동안 마닐라 생활한 경험을 토대로 필리핀 관공서를 보았을 때 가장 신뢰하기 힘든 곳 중 하나가 바로 필리핀 우체국이다.
미루어 둔다고 하여서 없어지지 않는 일은 빨리 해치워 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며 힘차게 우체국으로 출발했지만, 하늘이 허옇게 보일 정도로 더운 날이었다. 더위를 뚫고 우체국에 가면서 이번에도 우편물을 받는 것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지 궁금해했는데 우체국 직원은 따로 돈을 받지 않고 바로 봉투를 건네주었다. 필포스트(PHLPost) 우체국은 시답잖은 일을 해줌에도 그에 대한 수수료를 잘 청구하는 편이지만, LTO에서 보내온 운전면허증을 받는 것은 무료인 모양이다. 대신 편지봉투에는 그 어떤 안내문 하나 없이 운전면허증만 덜렁 들어 있었다. 필리핀 교통국(LTO)에서 불편하게 해 죄송하다는 식의 공손한 편지를 동봉하리라는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불필요한 종이를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형식이나 절차를 무시하다니 참으로 필리핀다웠다.
[마닐라 생활] 필포스트 우체국에서 필리핀 LTO의 운전면허증 수령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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