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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중교통] PNR 철도의 기찻길 주변 트롤리(Trolley) 손수레

by 필인러브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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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의 투투반(Tutuban)이나 라구나의 노스바뇨스(Los Baños) 등 PNR 철도의 기찻길 주변으로 가면 필리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교통수단을 볼 수 있다. 바로 기찻길의 선로를 이용하여 만든 트롤리(Trolley)라는 이름을 가진 개방형 4륜 수레이다.

버려진 목재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손수레는 기찻길 너비에 꼭 알맞은 크기라서 사람의 힘으로 밀어 움직일 수 있다. 바퀴가 달린 푸시카트(Pushcart) 형태의 인력거인 셈이다. 드라이버의 품이 들 뿐 따로 연료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트라이시클보다 이용료가 저렴한데, 동네마다 다르지만 보통 10페소(한화 약 240원) 정도면 탑승할 수 있다. 불편하고 위험하지만 기찻길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짐을 가지고 이동할 때 이만한 것이 없다. 동네 사람들은 이 트롤리를 놓고 연료가 필요하지 않으니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이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이 트롤리가 남아 있는 동네가 많지 않다. PNR(Philippine National Railways) 철도 주변에서는 합법적인 소유권이나 임차권 없이 국공유지나 사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는 형태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주민 상당수가 퇴거 조치 되었기 때문이다.

기찻길 주변으로 형성된 거주 지역

필리핀에서도 지난 1970년대부터 토지 무단 점유가 주요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필리핀에서는 빈 땅을 무단으로 점유하여 이루어진 빈민 주거 지역을 스쿼터(Squatter)라고 부르는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1975년 서명한 대통령령 제772호(Presidential Decree 772)에 따르면 빈민 주거지를 강제 철거할 수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이 법이 강둑이나 철도 등을 따라 불법적으로 세워진 건축물을 철거하고 스쿼터 지역 거주민을 강제 퇴거할 수 있는 근거인 셈이다.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점유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토지에 울타리가 쳐져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냥 방치해 두면 불법적으로 점유되기 쉽기 때문에 가드(경비원)가 상주하여 지키도록 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불법 거주자를 내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소유자가 불분명한 땅에 오랜 시간 거주하면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필리핀 법에서는 토지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해 토지 소유자가 공식적인 퇴거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지방정부에서 나서 6개월 이내에 불법 거주자를 이주하도록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강제 퇴거 조치가 쉽게 진행될 리가 없다. 그래서 필리핀에서는 방화로 의심되는 대규모의 화재 이후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동안 곳곳에 원인 불명의 화재가 휩쓸고 지나가고 무단점거자들에 대한 대규모의 철거가 이루어졌지만, 철도 주변의 토지의 경우 개인 소유가 아닌 곳이 많으니 기차역(PNR Station) 주변으로 형성된 대규모의 스쿼터는 비교적 큰 변화 없이 남게 되었다. 오래전 진행된 조사이기는 하지만, 2012년에 진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 인구의 약 13.7%가 PNR 철도 주변에 불법 거주하는 형태로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물론 스쿼터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10년에 제정된 필리핀 공화국법(Republic Act.10023)에 따르면 소유자가 불분명한 주거용 토지에 10년 이상 거주한 실제 점유자는 일정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고 적절한 절차를 걸치면 토지의 타이틀(권리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타이틀을 획득에 성공하면 주택 신축 등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철도 주변에서 사는 극빈층 사람들이 법에 따른 적절한 절차를 거칠만한 비용을 낼 여력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지방정부에서 나서 주거 단지로 개발하고 빈곤을 완화할 수 있는 생계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좋겠지만, 지방 정부의 예산이 철도 주변에까지 미치기란 쉽지 않다. 지방정부(LGU)는 조례를 통해 철도 주변의 국유지를 주거지로 전환할 수 있지만 주택지로 전환하려면 PNR 철도의 관리 지침에 따라 철길로부터 5미터가 떨어져 있어야만 하니 개발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무허가 스쿼터(불법점거지역) 때문에 지역 전체의 주거 환경이 점점 낙후된다는 것이다. 스쿼터 주민 대다수가 생계 유지가 어려운 절대빈곤층에 속한다. 본인이 취업 의사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고용자가 원하는 능력이 없는 상황이라 실업률도 굉장히 높다. 거주민 대부분은 무직자이거나 최저 임금 이하의 소득을 가지고 생활한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당장 먹을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데 주거 환경에 신경을 쓸 여력이 있을 리가 없다. 강제 퇴거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기초 인프라 시설의 구축을 기대할 수도 없다. 도시 개발에서 소외된 채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머리를 이어 지어진 집들 사이로 발생하는 각종 범죄는 지역 전체를 우범지대로 만들고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스쿼터에서 삶의 질에 대한 개선은 먼 나라 이야기이다. 

하지만 스쿼터에 산다고 하여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차선로 위에서 트롤리(Trolley) 수레를 끄는 일이란 고되고 벌이도 시원치 않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PNR 기찻길의 선로 위에서 힘겹게 수레를 끌고 있다. 그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가족에게 밥 한 끼 배불리 먹이고 싶다는 희망이다. 

 


필리핀 마닐라
빈민 주거 지역
PNR 기찻길 주변 풍경
튜브로 만든 수영장에서 더위를 식히는 아이들
트롤리
기차가 올 시간이 되면 이렇게 수레를 들어서 선로 옆으로 치워두어야만 한다.
트롤리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만든 기차길 옆 간이식당
지프니


[필리핀 대중교통] PNR 철도의 기찻길 주변 트롤리(Trolley) 손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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