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텔라 빵 한 조각 사겠다고 몰 오브 아시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일은 내가 봐도 별로 현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카스텔라는 빵이 좀 크니까 괜찮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로 했다. 바람직한 신체기능 유지를 유해 운동도 좀 할 필요가 있으니, 천천히 운동 삼아 가면 되는 것이다. 몰 오브 아시아에 새로 카스텔라 가게가 생겼다고 이야기를 들은 것이 벌써 몇 달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맛보지 못했으니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날씨가 묘하게도 후덥지근했다. 하늘색조차 뿌옇게 바랜 것이 금세 소나기가 내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질 그런 날이었다. 기상청 일기예보에 특별히 비 소식은 없었지만, 날씨가 시원찮으니 최대한 빨리 다녀오기로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몰 오브 아시아까지 가는 일은 꽤 즐겁기만 했으니, 최대한 빨리 다녀오겠다는 마음은 곧 사라졌다. 나로서는 매연으로 가득한 EDSA 거리에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MMDA에서는 마닐라의 공기 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키우고 있는 불쌍한 화분들 구경마저 즐거우니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하지만 카스텔라 가게에 빨리 간다고 빵을 두 개 주는 것도 아니므로, 서두를 필요란 전혀 없었다. 나는 아저씨가 트라이시클에 배게 싣는 것까지 천천히 구경을 하고 나서야 몰 오브 아시아 쇼핑몰 앞 지구 모양 조형물을 보러 갔다.
오랜만의 자전거 산책도 즐거웠지만, 이날 오후 나를 매우 행복하게 만든 것은 방금 구워서 특유의 따뜻한 냄새를 잔뜩 풍기는 카스텔라였다. 마카티 아얄라몰 서킷(Ayala Malls Circuit)에 있는 '오리지널 케이크(Original Cake Philippines)'보다 가격은 40페소 비싸지만, 맛이 훨씬 좋으니 40페소 더 주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그러니까 내 입맛에는 '오지지널 케이크'에서 파는 카스텔라보다 '짐스 레시피'에서 파는 카스텔라가 훨씬 오리지널에 가까웠다.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맛이 대만에서 사 먹었던 대왕카스테라와 맛이 거의 흡사해서, 대만에서 사 왔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이다. 하지만 짐스 레시피의 창업주인 짐(Jim)은 이 빵 가게를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 쿠알라룸푸르에서 작게 카스텔라 가게를 시작했었는데 그 맛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3년 만에 중국과 홍콩, 필리핀 등으로까지 매장을 넓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을 보면 단순히 운이 좋았다기보다는 그렇게 성공한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짐(Jim)은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계산대와 주방을 투명 유리창으로 나누어서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는 과정에서부터 모두 보여주고, 방금 오븐에서 나온 커다란 카스텔라를 손님 앞에 꺼내서 자르는 것이었다. 직원이 자로 크기를 잰 뒤 정확히 10등분 해서 자른 카스텔라는 빵 끝쪽에 로고를 각인한 뒤 귀여운 포장 상자에 담겨 판매되고 있었는데 선물용으로 쓰기도 그럴싸했다. 그래서일까, 가게에는 쉴 새 없이 손님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호기심이 많은 편이고, 새로 개업한 음식점에 가는 일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음식점이 문을 열면 개업 효과를 톡톡히 보는 편이지만, 짐스 레시피는 이미 개업한 지 6개월 정도 지난 상태이다. 그러니 아직도 이 정도로 손님이 많다면, 카스텔라의 맛이 필리핀 사람들 입맛에도 맞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집에 가서 먹으려고 했지만, 따뜻한 빵 냄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재빨리 한 조각 뜯어내 먹어 치우면서 나는 다음에 다시 와서 치즈 카스텔라도 사서 먹어보기로 마음먹었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마닐라] 지금은 대왕카스테라 전성시대! - 오리지널 케이크(Original Cake Philippines)
필리핀 마닐라. 대왕카스테라 가게 - 짐스 레시피(Jim's Recipe)
- 전화번호 : 02-252-1941
- 가격 : 오리지널 카스텔라(Original Sponge Cake) 180페소 / 치즈 카스텔라(Cheese Sponge Cake) 250페소
- 주소 : Level 1 North Parking SM Mall of Asia, Pasay, Metro Manila
- 매장 위치 : 몰 오브 아시아(SM Mall of Asia) 쇼핑몰 / SM슈퍼마켓 입구 근처
- 비고 : 짐스 레시피는 SM North EDSA에도 매장이 있다고 한다.
▲ 몰 오브 아시아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고 싶다면, EDSA LRT station 근처에서 지프니를 타도 된다. 지프니 앞에 SM MOA 라고 쓰여 있는 것을 타면 된다.
▲ 헤리티지 호텔 마닐라(The Heritage Hotel Manila)
▲ 헤리티지 호텔에서 몰 오브 아시아까지 걸어 가려면 좀 귀찮다. 그럴 때는 더블 드래곤 프라자(Double Dragon Plaza)에 가면 된다.
▲ 대체 어디까지 베개를 가지고 가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카스텔라를 사러 가야 하므로 따라가 보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 더블 드래곤 프라자(Double Dragon Plaza). 망이나살(Mang Inasal) 창업주인 에드가 J. 시아 2세(Edgar J. Sia II)가 만든 건물이다.
▲ 건물이 진짜 길다. 상가도 있지만, 각종 사무실이 더 많은 것 같다. '관광인프라 및 기업구역청(TIEZA)에서도 이곳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
▲ 몰 오브 아시아 쇼핑몰. 이 지구 모양 조형물은 의외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Globe of the Eye"라는 이름이다.
▲ 짐스 레시피(Jim's Recipe) 매장 입구
▲ 메뉴판
▲ 카스테라 컷팅은 언제봐도 진지하게 이루어진다. 10조각으로 나눈다고 한다.
▲ 매장 한쪽을 가득 차지한 계란이 눈에 띈다.
▲ 지난 주에 다시 갔었는데, 그때는 각인하는 기계가 고장이 났다고 빵에 로고를 찍지 않고 그냥 주었다. 카스텔라 맛과 아무 상관도 없는데, 어쩐지 아쉬웠다.
▲ 카스텔라가 꽤 크다. 가방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 (Mall of Asia Arena) 공연장. 한류의 영향으로 아이돌 가수 공연도 많이 한다.
▲ MET Live 쇼핑몰. 지난해 말에 문을 연 쇼핑몰이다. 아직 쇼핑몰 전체에 상가가 입점한 것 같지는 않다.
▲ 나는 이 우산을 진지하게 부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가게 아저씨가 내 자전거에는 설치가 어렵다고 했으니, 그냥 부러워만 하기로 했다.
[필리핀 마닐라] 대만의 카스텔라 맛 그대로! 짐스 레시피(Jim's Re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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