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음식점 메뉴판에서 볼 수 있는 것 중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고 하면 바로 '시가(market price)'라는 글씨이다. 해산물과 같이 가격 변동이 심한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주는 경우에만 시가라고 가격을 써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왜 시가라고 써두는지 이유를 안다고 하여 그 글씨가 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임대료 비싸기로 유명한 마카티 그린벨트 근처에 있는 중식당에 갔는데, 살아 있는 랍스터가 레스토랑 한쪽에 보이고 메뉴판에 시가라고 적혀 있으면 음식 주문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전 대통령이었던 노이노이 아키노 대통령이 중국식 해산물 요리를 먹으러 단골로 방문하던 곳이라고 하면 두말할 것 없다.
메트로 마닐라에서 이런저런 중식당이 대단히도 많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중국 식당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하면 아마 차이나타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에서 맛집이라고 알려진 음식점들 대부분은 찾아가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데다가, 알고 보면 특별한 맛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동베이 덤플링(Dong-Bei Dumplings)처럼 가성비가 좋은 곳은 많지만, 멀리 찾아가는 수고스러움을 감당할 정도의 매력이 넘치는 곳은 많지 않다고 할까. 그래서 마닐라에서 좀 고급스러운 중식당을 가려고 한다면 차라리 마카티나 보니파시오, 혹은 그린힐즈와 같은 곳에 가는 편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대체 어디에 가면 좋을까?
중국인이 잔뜩 늘어나면서 최근 마카티에는 중식당이 무척이나 많이 생겼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중국식이라서 쉽게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지 않는다. 손님을 중국인만 받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인지, 메뉴판에 한자만 잔뜩 써두어서 대체 어떤 메뉴가 있는지조차 파악이 어려운 곳도 있다. 중요한 식사 자리라서 좀 검증된 곳을 가고 싶다면, 음식점이 개업한 날짜를 보면 된다. 임대료가 워낙 비싼 곳이다 보니 손님이 없으면 곧 문을 닫곤 하기 때문이다. 음식 가격이 저렴한 곳도 버텨내기 어려운 지역인데 하물며 고급 레스토랑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 맛에 대한 평가야 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오래된 식당에 가면 맛이나 서비스, 식당 인테리어 그 어느 것 하나라도 괜찮기 마련이다.
그리고 마카티에서 오래된 중식당을 꼽으라고 한다면 '하이신루(Hai Shin Lou)'가 빠질 수 없다. 그린벨트에서 돈 보스코 스쿨 가는 길에 있는 이 중식당은 2003년에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고급 중식당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체 무엇이 과연 정통인지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곳에서 파는 "정통 홍콩식 중국요리"가 정확히 의미하는 바는 모르겠지만, 메뉴판에 적힌 가격이 다른 중식당보다 조금 비싼 것은 알 수 있다. (제비집 요리처럼 메뉴에 따라 아주 비싼 것도 있다. ) 기대한 것만큼 내부 인테리어가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직원의 태도나 손님들의 옷차림을 보면 좋은 음식점에 왔다고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 식당이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깥에서 보기보다 테이블이 무척 많다는 점이었다. 음식점 직원 말에 따르면 이곳은 3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인데, 가족 모임을 좋아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취향에 딱 맞게끔 파티용 단체 룸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매장이 얼마나 넓은지 살펴보게 된 까닭이 식당 규모가 생각보다 큰 것이 신기해서는 아니었고, 그저 식당 안에 놓인 수족관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수족관 안에는 가재니 랍스터 등 이름만 알고 먹어본 경험은 많이 없는 것들이 잔뜩 있었다. 그중에는 마닐라 오션파크에 가져다 놓고 아이들에게 그 이름을 알려주는 용도로 두어도 될 것 같을 정도로 큰 녀석도 눈에 띈다. 그러니까 이곳이 고급 식자재만을 쓰고, 음식의 맛이 매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진짜 싱싱한 재료를 쓰기 때문이다. 하긴, 향신료 등도 홍콩에서 직접 수입하여 쓴다고 하니 음식 가격이 저렴해질 수는 없을 것이었다. 가격이 비싼 것만 빼면 음식의 맛이나 서비스 모두 만족스럽다. 가격이 비싸다는 소문이 났지만, 식당 앞 주차장은 늘 만차였던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던 셈이다.
[필리핀 마닐라] 하이신루(Hai Shin Lou - Seafood King Restaurant)
- 전화번호 : 02) 892 5148, (02) 752 7433,
-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3시 / 오후 3시 ~ 오후 10시 (딤섬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주문 가능)
- 주소 : 810 Arnaiz Ave., (Formerly Pasay Rd.) San Lorenzo Village, Makati City, Metro Manila, Philippines
- 위치 : 마닐라 마카티. 그린벨트 쇼핑몰 근처
▲ 음식점 내부
▲ 이 중식당에서는 해산물을 고르면 주방에서 바로 요리해서 가져다 준다.
▲ 메뉴판의 씨푸드 페이지는 온통 시가(market price)이다. 생선은 매우 좋아하지만 시가 가격은 무서워서, 좀 저렴한 것만 골라서 주문했다.
▲ 크리스마스 등 연말이 되면 식당 안에 자리가 없다. 전화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필리핀 마닐라] 아키노 대통령이 단골이었다는 마카티의 고급 중식당 - 하이신루(Hai Shin L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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