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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게으른 오후,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 산책

by 필인러브 2021.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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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따위는 하나도 꺼낼 필요가 없는 동네였다. 반질대는 길 위에 허술한 곳이라고는 없다. 쭉 뻗은 도로 위에는 마치 자를 대고 그은 것처럼 반듯하게 만들어둔 거대한 빌딩들이 가득하고, 가로수조차 일렬로 서서 반짝댄다. 한참을 걸어도 상상 밖의 일은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다소 지루한 일이지만, 쾌적함은 지루함을 이기고 있었다. 

사람이 만든 그늘보다는 자연이 만든 그늘을 좋아하지만 요즘과 같은 때에 누가 만든 그늘이냐를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무턱대고 걷기에는 너무 더운 날이었다.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 거리 위까지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전적으로 코로나19때문만이라는 보이지 않는다. 해가 지나치게 뜨거운 탓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일주일 내내 집 바깥으로는 한 걸음도 하지 않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나와야만 이렇게 푹푹 찌는 날씨에 산책을 나올 마음이 생길 터였다. 비라도 내리면 더위가 좀 가실 것 같지만, 찌는 듯한 더위를 쓸어줄 빗방울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에 안도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면서 오랜만에 거리를 돌아다녔다. 더위를 가득 품은 몸에서 땀이 또르르 흘러내렸지만,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느껴졌다. 빌딩 숲 사이에서 일요일 오후가 살찐 고양이처럼 게으르게 흘러갔다.  


필리핀 마닐라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Bonifacio Highstreet) - Old Navy Taguig
세다호텔(Seda Hotel BGC) 
Ore Central Building. 코트라 마닐라 무역관이 이 건물 14층에 있다. 
Trade and Financial Tower
W City Center
아디아스(adidas)
마네킹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실 세계를 잘 반영하는 마네킹

 

 

[필리핀 마닐라] 게으른 오후,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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