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살면서 느끼는 낯선 문화 중 하나가 바로 묘지문화이다. 마을 끝자락에 공동묘지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주거지 바로 옆에 묘지가 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네그로스섬 여행을 하면서 대문을 나서면 바로 묘지가 보이는 호텔에 묵었던 적이 있는데 오히려 조용해서 좋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처럼 공동묘지가 주택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죽는 사람은 나의 가족이었던 사람일 뿐, 전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고 할까. 아니면 죽음이 삶의 반대가 아닌 삶의 끝자락에 불과하다고 할까.
필리핀 사가다(Sagada)의 관광안내소 바로 근처에 보면 잘 지어진 멋진 교회를 하나 볼 수 있다. 성모 마리아 교회(St. Mary's Episcopal Church)라는 이름의 이 교회는 지난 1904년 지어진 교회로 가톨릭 신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필리핀에서는 보기 드문 성공회 교회이다. 성공회의 선교사들이 사가다 지역을 방문했었고, 미국 성공회의 후원으로 세워졌다고 하는데 초창기에만 해도 인근에 있던 나무를 이용하여 목재로 지었다고 한다. 이후 자연재해로 손상된 건물을 몇 번이나 다시 지어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교회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상당히 잘 지어진 느낌을 준다. 잠깐 들린 방문객의 마음에도 평온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니 말이다.
성당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성공회 교회 바로 옆으로 조성된 성공회 공동묘지(Sagada Anglican Cemetery)이다. 캄포 산토(Campo santo)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묘지는 행잉 코핀스(Hanging Coffins)에 가는 길목에 있어서 일부러 방문하지 않아도 보게 되는데 필리핀에 있는 다른 일반적인 묘지와는 좀 다른 느낌의 공동묘지이다. 만성절 시즌에도 이곳 사람들은 촛불을 켜는 대신 솔가지에 불을 붙이는 식의 독특한 풍습을 보여준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군인들의 무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그중에는 코리아(KOREA)라고 적힌 비석도 볼 수 있다. 1924년에 태어나 1951년에 한국전에서 돌아가신 알버트(ALBERT WATKINS)라는 분의 비석으로 6.25 전쟁 참전용사였다고 한다.
※ 성공회 : 1534년에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분파한 개신교 교회
[필리핀 사가다 여행] 성공회 교회와 공동묘지(Campo s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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