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온종일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중독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카페인 중독자가 커피 마시기를 중단하면 두통이나 피로, 졸음, 산만함, 우울증과 같은 금단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주변 사람들이 질려 할 정도로 커피를 많이 마시면서도 아직 금단 증상에 시달린 적이 없는데, 특이한 신체를 가졌거나 카페인에 내성이 생겨서는 아니고 몸에 커피 공급을 중단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핸드 드리퍼를 사다가 집에서 내려 먹는데, 250g씩 파는 원두가 성에 차지 않아서 1kg씩 사다 놓는다. 그러니까 집에 쌀이 떨어지는 일은 있어도 커피가 떨어지는 일은 없다. 우물물을 길어 써야 하는 시골 산속에 살면서도 나무 장작으로 물을 끓여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서 내가 모든 커피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커피 프로젝트(Coffee Project)의 커피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진하다기 보다는 강한 아메리카노의 맛은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커피 프로젝트(Coffee Project)는 2014년에 퀘존에서 1호점을 내면서 시작된 커피전문점 브랜드인데, 매장 곳곳에 꽃이며 장식품을 놓아두어 마치 정원을 옮겨둔 것 같은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자랑하면서 매장 수를 마흔개 넘게 늘려나갔다. 커피 프로젝트 측의 이야기에 따르면 자신들은 가볍게 로스팅한 싱글 오리진 커피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대체 가벼운 로스팅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생크림은 잔뜩 뿌려주니 필리핀 사람들 입맛에는 맞는 모양이다. 하지만 생크림 가득한 커피는 전혀 내 취향은 아니라 한두 번 가보고 발걸음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커피를 마시러 멀리 라스피냐스 시티에 있다는 매장까지 다녀온 것은 필리핀의 유명서점인 풀리북(Fully Booked)과 함께 북카페 형태로 만들었다는 매장 구경을 하고 싶어서였다.
지난해 12월 커피 프로젝트에서는 라스피냐스에 있는 '에비아 라이프스타일 센터(Evia Lifestyle Center)' 쇼핑몰 안에 필리핀 내 42번째 지점을 내면서 매장을 좀 색다르게 꾸몄다. '커피 프로젝트 블랙(Coffee Project Black)'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매장은 바로 옆에 '풀리북(Fully Booked)' 서점을 두고 커피숍과 서점을 함께 운영한다. 따뜻한 색감의 거대한 창문과 매장 구석구석에 놓여 있는 편안한 의자, 거기에 잘 디자인된 책꽂이까지, 인테리어 컨셉이 매우 독특하여 오픈 초기부터 화제가 되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본다거나 지인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게끔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데, 사용하기 애매하여 비워놓기 일쑤인 쇼핑몰 입구 공간까지 100% 활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커피 프로젝트 측의 홍보 문구에 따르면, "신중하게 선별된 문학 작품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든 하이브리드 공간"이 매장 컨셉이란다. 커피 한 잔 가격이 보통 200페소를 넘으니 다른 매장보다 비싼 편이지만, 카페수아다(Caphesuada)나 질소 커피(Nitro Cold Brew) 등과 같은 독특한 커피를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매장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비싼 커피가 아니다. 이곳 매장을 화사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마이크 스틸키(Mike Stilkey)의 책 그림(BOOK SCULPTURES)이다. 마이크 스틸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화가로 오래된 책을 모아서 쌓아 올린 뒤 책 표지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작가이다. 그의 책 그림은 컨셉 자체도 독특하지만, 특유의 색감을 가지고 있어 시선을 끈다. 이런 색감을 손가락 끝으로 창조해낼 수 있다면 마음이 얼마나 행복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일부러 라스피냐스까지 가볼 정도로 엄청난 것은 아니지만, 근처에 있다면 벽면을 가득 채운 책 그림을 보러 잠시 들려봐도 좋겠다.
[필리핀 마닐라] 라스피냐스 시티, 커피 프로젝트 블랙(Coffee Project Black x Fully Booked)
■ 전화번호 : (02) 8403 8567
■ 주소 : Ground Floor, Evia Lifestyle Center, Daang Hari Road, Almanza Dos, Las Piñas City
■ 위치 : 라스피냐스 시티(Las Piñas City) 에비아 라이프스타일 센터 쇼핑몰 입구
▲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라스피냐스 시티(Las Piñas City). 라스피냐스에 있는 쇼핑몰까지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은 드문 일이지만, 마이크 스틸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커피전문점에 매장 인테리어 구경을 하러 가러 간다. 그리고 보니 마닐라에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지만, 누가 라스피냐스 시티에 있는 당하리(Daang Hari)에 간다고 하기에 피식 웃은 적이 있다. 한국의 시골 어디에 있음 직한 당하리라는 지명이 어쩐지 친근하게 들린 것이다.
▲ 커피 프로젝트 블랙(Coffee Project Black + Fully Booked)
▲ 쇼핑몰 입구에서부터 마이크 스틸키(Mike Stilkey) 특유의 독특한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작가는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도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 풀리북 서점 공간. 이곳에서는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에 있는 풀리북 서점처럼 책으로 만든 그림으로 매장을 꾸며서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 에비아 라이프스타일 센터 쇼핑몰.
▲ 리조트 월드 마닐라 비슷하다.
▲ 어린이용 화장실 시설도 되어 있다.
▲ 이 쇼핑몰에는 커피 프로젝트 매장이 두 개나 있다. 커피 프로젝트 블랙(Coffee Project Black) 매장으로 가려면 사진 가운데 노란색 건물 쪽으로 가야 한다.
▲ 매장 내부
[필리핀 마닐라] 마이크 스틸키의 책 그림과 함께 하는 커피전문점, 커피 프로젝트 블랙(Coffee Project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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