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내게 너무 완벽한 단팥빵, 포르모사 빵집(Formosa Bakeshop)

나이가 들어서야 음식의 맛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게 있어 단팥빵은 그런 음식 중 하나이다. 나의 유년 시절을 함께 했던 시골집 근처에는 빵집이라는 것이 없었다. 빵은 차를 타고 나가야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주전부리로 단팥빵이 떨어지는 일이 없었는데, 순전히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온종일 바깥에서 뛰어놀 뿐 먹는 것에는 도통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손녀딸을 위해 할아버지는 간식값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어른들이 할아버지를 위해 사다 놓는 간식은 모두 내 것이나 진배없었으니, 주머니에서 단것이 떨어질 시간이 없었다. 유일한 불만은 빵이 늘 단팥빵이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이 철없는 투덜댐은 "케이크가 맛있더구나."라는 할아버지의 말씀 한마디에 곧 사라졌다. 촌스러운 꽃장식이 올라간 버터크림 케이크가 빵집 진열대를 장악하던 때였다. 할아버지가 케이크를 드시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어른들은 사다만 드릴 뿐 할아버지가 진짜 드시는지 눈여겨보는 일이 없었으니 괜찮았다. 그 어느 날인가는 마당에 심어 꽃밭을 만들 욕심에 따로 모아둔 케이크의 꽃장식을 개미들에게 뺏기고 아침부터 엉엉 울다가, 할아버지 손을 붙잡고 시내 빵집에 케이크를 사러 가기도 했다. 그날 내가 케이크를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케이크 꽃밭은 만들었던 것 같다.  

16세기 대만을 지나가던 포르투갈 사람들이 대만을 보고 참 아름다운 섬이라고 하여 "일하 포모사(Ilha Formosa)"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뒤 수백 년 동안 서양에서는 대만을 포르모사(Formosa. 아름다움을 의미)라고 불렀다. 장개석이 대만으로 간 뒤 타이완(Taiwan)이란 단어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게 되면서 포르모사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구칭이란 설명과 함께 영어사전에 등록되었다. 하지만 이름이 좀 바뀌었다고 하여서 대만 특유의 매력이나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닐라 차이나타운 비논도 옹핀거리에  포르모사 베이크샵(Formosa Bakeshop)이란 이름의 빵집이 하나 있다. 이름 그대로 대만에서 온 빵집이라고 하는데, 빵집 주장에 따르면 설탕을 적게 쓰고 좀 더 건강한 빵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얼마나 설탕을 적게 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쁘게 만들어진 단팥빵을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나곤 한다. 이 빵집의 단팥빵이 이상적인 단팥빵의 맛을 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 동네 빵집과 거의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맛이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아진다. 그래서 색소가 잔뜩 들어 있는 버터크림 케이크에는 흥미를 잃은지 오래인 주제에 단팥빵만은 하나 사다가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곤 한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단팥빵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포르모사 베이크샵 (Formosa Bakeshop) 

포르모사 베이크샵은 퀘존 SM CITY NORTH EDSA 쇼핑몰과 SM시티 마닐라, SM시티 클락 등에도 매장을 가지고 있다. 

■ 전화번호 : 02-8708 9160

■ 주소 : Mandarin Square, Ongpin St., Binondo

■ 위치 : 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옹핀거리 만다린 스퀘어 건물 1층 / 라이라이 호텔(Chinatown Lai Lai Hotel) 근처 

▲ 필리핀 마닐라. 포르모사 빵집(Formosa Bakeshop)

▲ 조각으로 팔면 먹어 보고 싶은 케이크도 있다. 

▲ 빵집 앞을 보면 과일 좌판을 볼 수 있는데, 과일이 굉장히 싱싱하다. 

▲ 체리며 청포도, 홍시도 보인다.  

▲ 과일이며 채소 모두 싱싱해서 좀 사고 싶지만,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주제에 이걸 사면 집에 오자마자 엄청난 피곤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내게 너무 완벽한 단팥빵, 포르모사 빵집(Formosa Bake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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