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22페소(약 500원)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수박도 먹고, 지프니도 타고, 신문도 읽고, 고마운 이에게 팁도 주고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겠지만, 혹 차이나타운의 옹핀거리에 있다면 시오파오를 사서 먹는 것이 어떨까 싶다. 옹핀거리의 '상하이 프라이드 시오파오(Shanghai Fried Siopao)'에 가서 방금 구운 따뜻한 시오파오를 사는 것이다.
시오파오(Siopao)는 1920년대 중국 남부의 광둥성에서 온 중국인 이민자들이 만든 찐빵이다. 화교들이 고향에서 먹던 차시우바우(Cha siu bao)를 조금 변형하여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둥글납작한 작은 빵(hot bun)은 "먹기 편한 데다가 맛도 좋고, 가격마저 저렴한 음식"으로 필리핀 사람들에게 퍼지게 되었다. 간식으로 혹은 한 끼 식사 대용으로 먹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 시오파오는 곧 필리핀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하지만 필리핀에 처음 와서 길거리에 놓인 시오파오(Siopao)를 보고 찐빵인 줄 알고 덥석 집어 먹어보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먹던 팥 찐빵이나 야채 찐빵의 맛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시오파오(Siopao)는 양념된 고기로 속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새우 등등 그 어떤 것도 시오파오의 속 충전물로 사용될 수 있지만, 필리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돼지고기로 만든 아사도(asado. 양념한 고기찜)나 볼라볼라(bola bola. 미트볼 고기완자)이다. 소금에 절인 오리알 속을 채우기도 한다. 발효된 반죽에 이런저런 소를 넣어 쪄서 만드는 방식은 거의 비슷하지만, 속 재료가 다르니 그 맛이 다른 것은 당연지사. 팥소를 만들어서 팔았으면 싶지만, 쉽게 상해서 그러는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시오파오 볼라볼라(Bola-Bola Siopao)는 대체 무슨 의미일까? 타갈로그어로 볼라(bola)는 공(ball)을 의미한다. 하지만 식당에서 볼라볼라(bola bola)라고 하면 다진 고기로 만든 완자(미트볼)을 뜻한다. 보통 케첩이나 소스를 끼얹어 먹는지만, 시오파오 안에 넣어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식당이 아닌 곳에서 볼라볼라(bola bola)라고 말한다면 말장난으로 진실이 아닌 말을 했음을 의미한다. 농담 또는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 사용하는 관용표현인 셈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단순한 볼라볼라라고 보기는 어려운 필리핀 도시괴담 중 하나가 바로 시오파오가 고양이 고기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시오파오를 만들어 파는 상인들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던 데다가 시오파오의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 보니 중국인들이 진짜 고기를 이용하여 만들지 않았으리라는 소문이 생긴 것이다. 이 소문은 냐용파오(ngyaopao)나 시오미유(siomeow)라는 은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오래된 도시 괴담을 무조건 중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저 돈을 낸 만큼 얻게 된다"는 격언에 따라 나온 이야기에 가깝다. 시오파오가 그만큼 저렴하고 맛있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이 고양이 도시 괴담의 출처에 대해서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바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마몬룩(Ma Mon Luk) 레스토랑의 인기를 시샘하여 경쟁사에서 거짓 소문을 퍼트렸다는 것이다. 마론룩에서 시오파오로 크게 인기를 끌자 주변 다른 식당에서 이런 악의적인 소문을 냈다는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고양이 고기에 대한 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게 크게 퍼졌다. 결국 1990년대 후반 필리핀 식약청(FDA-Philippine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관련하여 검사작업에 나섰고, 시중에 판매 중인 시오파오를 가져다가 검사했지만 고양이 고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각설하고, 비단 시오파오가 아니더라도 마닐라 차이나타운의 중식당에서 다른 지역보다 싼 가격에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차이나타운에는 가성비 좋다는 평가를 받는 레스토랑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비논도 사람들이 간식으로 가장 사랑하는 것은 상하이 프라이드 시오파오(Shanghai Fried Siopao)에서 파는 시오파오가 아닐까 싶다. 이 집에서는 다진고기와 채소로 속을 채운 시오파오를 파는데 동네 사람들에게 대단히 인기이다. 시오파오를 커다란 둥근 팬에 놓고 살짝 구워 주는데 바닥의 바삭함과 빵의 부드러움이 적절히 조화되는 맛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빵 부분과 속에 넣은 다진 고기가 모자라지도 혹은 넘치지도 않게끔 어우러져 있으니 입안이 즐겁다. 원래 16페소이던 시오파오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22페소가 되기는 했어도 그 맛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가게에 앉을 자리는 없지만, 되도록 구매하자마자 뜨거울 때 먹어보자. 길거리에 서서 먹는 것이 좀 불편하기는 하여도 뜨거울 때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
[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상하이 프라이드 시오파오(Shanghai Fried Siopao)
■ 전화번호 : 02-87340886
■ 영업시간 : 오전 6시 ~ 오후 7시 (가게 주인 마음이라서 정확하지 않음)
■ 주소 : 828 Ongpin Street, Binondo, City of Manila 1006 Metro Manila
■ 위치 : 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옹핀거리
▲ 차이나타운 라이라이 호텔(Chinatown Lai Lai Hotel)를 찾아가면 된다. 모퉁이를 돌아 근처에 가게가 있다.
▲ 프라이드 시오파오
▲ 중국식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이 오뎅 비슷한 것도 먹어보자. 꽤 맛있다.
▲ 필리핀 마닐라 차이나타운
▲ 한국식품점 - Willgo Korean Grocery
▲ Davids Tea House - Hotpot Restaurant
▲ 동네 산책
[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22페소의 행복, 상하이 프라이드 시오파오(Shanghai Fried Siop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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