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내 원대한 계획 중 하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날짜를 기약하지 않고 필리핀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필리핀의 7천 개가 넘는 섬을 모두 돌아보는 일은 이미 오래 전에 포기했지만, 여행 경비를 모두 다 모으면 굉장히 긴 시간을 두고 필리핀 여행을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매우 천천히,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면 잠깐 살다가 떠나는 식으로 필리핀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런 여행 중에 사가다(Sagada)에 오게 되면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싶은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점심을 먹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내 멋진 운동화가 배신을 했다. 처음에는 왼쪽 신발의 밑창이 떨어져 나가더니 이내 오른쪽 신발마저 밑창이 떨어져 버렸다.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는 동안 한 번도 신지 않고 얌전히 보관해 두었다가 신고 나왔는데 기어이 배신을 한 것이다. 밑창이 떨어진 신발을 신고 산길을 걷기가 쉽지 않아 신발을 버리고 맨발로 걸어 숙소로 돌아왔더니 급격하게 피곤함이 몰려왔다. 피곤하기도 하고 점심에 워낙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 치웠던 터라 저녁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외출 채비를 하고 바깥으로 나간 것은 꼭 가보고 싶은 카페가 있어서였다. 바나웨에 가기 위해 새벽에 사가다를 떠나기로 결정하였으니, 마을을 떠나기 전 사가다 커피라도 한 잔 마시려면 몸을 일으켜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숙소에서 카페까지는 1km가 조금 넘는 거리였지만 새벽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닌 덕분에 1km가 10km는 족히 되는 듯 느껴졌다. 그래도 그렇게 걸어간 보람이 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편안한 분위기인 데다가 음식도 정갈하고 주인도 친절하니 더는 바랄 것이 없다. 발코니 쪽으로 나가면 나지막하게 자리 잡은 라이스 테라스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이 카페의 이름은 가이아 카페. 모든 것들의 어머니이자 대지의 여신이라는 가이아(Gaia)의 이름이 카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린다. 하지만 뜨거운 사가다 커피를 한 컵 마시고 난 뒤에도 하품이 멈추지 않으니 일단 숙소로 돌아가고 나중에 긴 여행을 하게 되면 다시 이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리라 다짐했다. 이렇게 고단한 몸을 이끌고 와서 대충 구경을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몸으로 와서 책을 좀 읽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발코니에 나가 들판의 색감이 어떻게 변하는지 찬찬히 바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가다 가이아 카페(Gaia Cafe)
- 주소 : South Rd, Sagada, 2619 Mountain Province
- 위치 : 필리핀 사가다(Sagada)
[필리핀 사가다 여행] 가이아 카페(Gaia Cafe)에서의 뜨거운 사가다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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