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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루손섬

[필리핀 사가다 여행] 100페소의 행복! 오렌지 농장에서의 감귤 따기 체험

by 필인러브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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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가다. 오렌지 농장

여행 중에는 시간이 속도감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특히 사가다(Sagada)와 같은 산골 마을에서 새벽 5시부터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면 상당히 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수마깅동굴과 행잉코핀스를 다 둘러보았음에도 아직 점심 때도 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11시부터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동굴을 기어 다닌 덕분에 디누구안(Dinuguan)이라도 기꺼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허기가 느껴졌다. 사가다는 마을 규모에 비하여 관광지가 많아서 가보고 싶은 곳이 아직 많지만 배가 고프니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하지만 사는 일이 늘 계획대로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점심을 먹기까지는 한참을 더 걷고, 한참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아자에게 목적지를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은 덕분이다. 전날 수마깅 동굴 근처에 있다는 가이야 카페(Gaia Cafe)에 가겠다고 이야기를 해었었기에 당연히 그쪽으로 가는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마을에서 오렌지농장까지 거리는 2.5 km 정도. 평소라면 기꺼이 걸어갈 거리이지만 배가 고픈 상황에서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30분이나 걷는 일이 쉽지 않다.

"대체 왜 우리가 지금 걸어서 오렌지농장에 가는 거야?"
"네가 가이드 아저씨에게 오렌지 농장이 어디냐고 물었잖아? 그래서 나는 당연히 거기로 가는 줄 알았지!"
"그런데 거기 밥은 팔아?"
"아마도? 카페가 있다고 검색은 되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가이드 아저씨와 헤어지기 전에 오렌지 따기 체험을 하려면 어디로 가야만 하느냐고 물어본 것은 사실이지만, 아자가 그걸 바로 오렌지 농장으로 가는 것으로 이해하였을 줄이야.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지만 되돌아가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벌써 1km 가까이 걸어왔으니 어떻게든 오렌지 농장까지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농장에 도착하여 좀 슬픈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손님이 잔뜩이라서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이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오렌지를 따고 있으면 어떻겠냐고 물어왔지만, 이런 상태에서 오렌지를 따면 염전 노예가 된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그래도 주문을 받는 아가씨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시내에서부터 걸어와서 너무 배가 고프다고, 지금 같아서는 테이블이라도 먹고 싶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30분 만에 먹을 수 있도록 식사 준비를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정말 딱 30분 만에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왔다. 음식에 대해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건만 이렇게 멋진 식사를 준비해 주다니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고슬고슬한 볶음밥이며 요구르트를 이용하여 만들었다는 소스까지, 배가 고프지 않아도 싹싹 먹어 치웠을 정도로 맛이 좋다. 특히 토스트와 함께 제공되는 마멀레이드(오렌지잼)는 그 맛이 일품이라 배가 부른지도 모르고 자꾸 먹게 된다. 당장 하나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참고 토스트 포장을 부탁했다. 내일 아침에 먹을 요량이었다. 


'사가다 락 인 앤드 카페(Sagada Rock Inn and Cafe)'는 2천 그루 정도의 오렌지 나무가 있는 대규모 농장이다. 원래 오렌지 과수원으로 시작했지만 농장 방문객이 늘면서 여러 방면으로 사업을 늘렸다고 한다. B&B 호텔과 레스토랑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농장 일부를 오렌지 따기(Orange-Picking) 체험 공간으로 만들어서 방문객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오렌지 수확시기에 방문하면 오렌지 따기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방금 딴 신선한 감귤을 맛보는 비용은 단돈 100페소.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비용으로는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사가다의 오렌지 농장에 가면서 새콤달콤한 맛의 둥근 오렌지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껍질이 두껍고 향기도 진하지 않은 데다가 크기도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네이블 오렌지(washington navel orange)과 감(persimmon)도 농장에서 생산된다고 하지만 방문객이 볼 수 있는 것은 감귤나무의 일종인 폰칸(Ponkan)이 대부분이다. 폰칸이 영어로 'Chinese Honey Orange'라고 표기된다고 하니 오렌지라고 불러도 거짓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포칸은 여러모로 오렌지라기보다는 노지감귤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가다 여행 중 이곳에 방문해 보기를 추천하는 것은 필리핀에서 과일, 특히 오렌지 따기를 체험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렌지 수확 시기가 아니더라도 시간만 괜찮다면 카페에 방문해도 좋을 듯한데 식사가 상당히 괜찮기 때문이다. 나무를 스쳐 가는 산들바람, 눈에 거슬리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평화로운 농장의 풍경, 신선하게 조리한 맛있는 음식 등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다. 


Sagada Rock Inn and Cafe

사가다 락 인 앤드 카페(Sagada Rock Inn and Cafe)

- 주소 : Staunton Rd, Sagada, Mountain Province
- 위치 : 필리핀 사가다(Sagada) 

- 100페소를 내면 30분 동안 오렌지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렌지 따기를 체험하는 동안 먹는 것은 무료이지만, 집으로 가지고 가고 싶으면 따로 값을 내야 한다. 포칸(Ponkan) 가격은 시즌에 따라 좀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대략 1kg에 100~140페소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오렌지 특유의 신맛이나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가격이 아주 저렴한 것도 아니라서 잔뜩 살 생각은 들지 않지만, 여행 중 먹을 정도로 1~2kg 정도 구매하면 좋은 간식이 된다.  
- 오렌지 따기는 늘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9월 말부터 슬슬 시작하여 2월 정도면 수확이 마무리된다. 오렌지 따기 체험을 하려면 12월에서 1월 사이가 가장 최적기라고 한다.

- 농장 주변에서는 인터넷 이용을 거의 포기하는 것이 좋다. 글로브나 스마트 모두 연결이 거의 되지 않는다. 대신 농장에서는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antay - Sagada Rd/Staunton Rd
마을에서 오렌지 농장까지 가는 길은 제법 예뻤다. 공기도 좋고, 길도 어여쁘니 컨디션만 좋았다면 기꺼이 즐길만한 장점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농장까지 걸어가는 일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Annyeongan id Sagada
이런 사가다 시골길에서 한식당을 보는 일은 놀랍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Annyeongan이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Our Lady of Mt. Carmel Church
Bomod-ok Falls까지 4km 떨어져 있다고 한다.
The Rusty Nail Inn and Cafe
어떻게 스쿠터를 저 위로 올렸을지, 재주가 대단하다.
Big Dipper sagada
여전히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는 조각품들
오렌지 농장을 만나기 500미터 전
도착!
백신카드를 보여달라는 Safety Seal 안내문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검사를 하지 않았다.
카페 내부. 바닥에서 천장까지 온통 나무로 꾸며서 따뜻한 느낌을 준다.
예쁘게 꾸며진 야외 테이블도 있다.
채소 자체의 맛이 살아 있는 로스티드 베지. 295페소
프라이드치킨 260페소
고슬고슬 잘 볶은 볶음밥
토스트와 오이주스도 정말 맛이 좋았다. 집으로 가지고 가고 싶은 맛이다.
배가 고프다고 마구 시키면 식사비가 꽤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렌지 마멀레이드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더니 직원이 250페소를 내면 마멀레이드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사가다의 오렌지. 실제로는 노지감귤에 가깝지만 이곳 사람들은 오렌지라고 부른다.
100페소를 내면 오렌지 따기를 체험할 수 있다.
사가다 락 인 앤 카페는 워낙 넓어서 농장 전체를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크기가 제각각인 데다가 당도도 높지 않다. 하지만 확실히 신선한 맛이 있다.

 



[필리핀 사가다 여행] 100페소의 행복! 오렌지 농장에서의 감귤 따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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