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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마닐라 동물원(Manila Zoo)의 코끼리 말리 이야기

by 필인러브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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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동물원의 코끼리 말리. 이 사진은 지난 2014년도에 찍은 것이라서 지금은 좀 더 나이가 들었다.

 

무려 46년 전의 일이다. 1977년 스리랑카에서는 마닐라로 귀중한 선물 하나를 보냈다. 필리핀에서는 보기 힘든 아시안 코끼리였다. 코끼리에게는 말리(Ma'ali)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마닐라 동물원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코끼리의 수명은 보통 60~70년 정도이지만 야생을 떠난 동물원의 코끼리는 제 수명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슬프게도, 말리에게는 제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컸다. 

정식 이름은 마닐라 주로지컬 보테니컬 가든(Manila Zoological and Botanical Garden(이지만 보통 그냥 마닐라 주(Manila Zoo)라고 부르는 마닐라 동물원이 새로 문을 열었다. 마닐라 요트 클럽 바로 근처에 있는 이 동물원은 1959년에 문을 연 동물원으로 규모는 약 5.5헥타르에 달한다. 다른 동물원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마닐라 시내에 있음을 고려하면 꽤 큰 편인 동물원이다. 

그런데 이 마닐라의 동물원은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물원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동물을 학대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리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영양실조 증상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사자의 모습이 목격되면서 동물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동물에게 식사조차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예산이 부족하다면 동물원 시설을 폐쇄해야 마땅했지만, 간혹 동물보호단체에서 시위를 벌일 뿐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9년 마닐라베이로 동물들의 배설물을 그대로 배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수처리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동물의 분뇨를 마닐라베이로 그냥 흘러가게 둔다는 것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동물원이 택한 것은 시설의 무기한 폐쇄였다. 어떻게 하겠다는 안내도 없이 황급히 문을 닫아버린 동물원은 그렇게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졌다. 

 

리노베이션을 하기 전 동물원의 모습. 이때만 해도 동물원 입장료는 100페소였다.


그러다가 2020년 7월, 마닐라 시티에서는 동물원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시 마닐라 시장은 이스코 모레노(Isko Moreno Domagoso)였는데, 그때부터 대선에 나갈 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실로 의욕적인 태도로 동물원 시설을 재정비하는 것에 힘썼다. 심한 악취가 풍기던 낡은 우리가 철거되고, 깨끗한 유리 칸막이가 만들어졌다. 동물들을 보살피기 위한 전문 수의사가 고용되었으며, 산책로와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도 만들어졌다. 2021년 12월 마닐라동물원은 다시 문을 열었지만 곧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인근 슈퍼에 식료품을 사러 가는 일에도 통행증이 필요하던 상황에서 동물원 운영이 될 리가 없었다. 그러자 마닐라 시티에서는 새로 지은 동물원을 한동안 백신접종장소로 사용했다. 백신접종자를 늘릴 방책을 고심하던 마닐라 시에서 백신 접종을 하면 동물원을 관람할 수 있게 하겠다고 묘책을 낸 것이었다. 

각설하고, 지난 11월 21일에 동물원은 다시 문을 열었다. 나름대로 웹사이트까지 갖추었는데, 이 웹사이트를 통해 입장권의 온라인 구매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 문을 열면서 동물원 입장료가 훌쩍 올랐다. 무려 300페소나 된다. 2세 미만은 무료라고 하지만 학생도 200페소를 내야 한다니 필리핀 사람들의 최저 임금을 고려했을 때 그 비용이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렇게 돈을 내어도 볼 수 있는 동물이 많지는 않다. 동물원의 마스코트인 코끼리 말리와 클락의 주코비아(Zoocobia) 동물원에서 기증한 흰 시베리아 호랑이를 비롯하여 13종의 포유류, 38종의 조류, 21종의 파충류 등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식물원도 구경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선뜻 구경을 가자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비싼 금액이다. 이제 동물원마저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공간이 아닌 모양이다. 


[필리핀 마닐라] 마닐라 동물원(Manila Zoo)

■ 웹사이트 : https://www.manilazoo.ph/
■ 운영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 주소 : M. Adriatico St, Malate, Manila, 1004 Metro Manila
■ 위치 : 마닐라 요트클럽 근처
마닐라동물원은 마닐라 시내 중심지에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기는 쉽지 않다. LRT를 탄다면 Quirino Station에 내리면 된다. 도보 10분 거리이다. 
■ 입장료 : 

  입장료 
성인  300페소
학생 200페소
2세 이하 무료

- 마닐라 거주자는 입장료 50%할인 적용(성인의 경우 150페소) 

 

마닐라 동물원 웹사이트. 입장권을 미리 구매하려면 주소를 적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행정구역을 모두 적도록 하고 있다.
결제 수단은 다양한 편이다.

 

Welcome to Manila Zoo

[필리핀 마닐라] 마닐라 동물원(Manila Zoo)의 코끼리 말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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