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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마숭이 지오리저브 열대우림 생태공원(Masungi Georeserve)

by 필인러브 2019.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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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이름은 대체 어떻게 읽어요? 마숭이? 마숭기?"

"마숭이(Masungi)로 읽어주세요. 저 산이 뾰족뾰족한 게 보이시죠? 타갈로그어로 뾰족뾰족한 것을 마성키(Masungki)라고 해요. 이곳의 이름은 마성키에서 유래되었지요."

마숭이 지오리저브 보존지구의 베이스캠프에서 트래킹 코스에 대해 안내를 해주던 직원은 딱 봐도 좋은 집 안에서 자라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는 여자였다. 간혹 부모님에게 매우 사랑받고 컸으리라 짐작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그런 타입의 여자였다. 그림 같은 미녀는 아니지만 웃는 모습이 꽤 사랑스럽다. 그녀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산에 대한 주의사항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이야기에 도통 집중하지 못한 것은 주변 풍경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었다. 공기가 어찌나 상쾌한지 머릿속 묵은 먼지까지 날려주는 기분이다. 하늘은 살짝 흐렸지만, 해가 뜨겁지 않아서 등산하기는 딱 좋은 날이었다. 분무기를 사용한 듯 비가 살짝 흩뿌려 주어서 발이 미끄러운 것만 조심한다면 산에 가기 참으로 적당한 날씨였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나는 등산을 참 좋아했다. 미래의 희망사항 중 하나가 산 속에서 사는 일이기도 하다.  


리잘(Rizal province) 지역에 있는 마숭이 지오리저브(Masungi Georeserve) 열대우림 생태공원은 필리핀에서는 좀 보기 드문 독특한 곳이다. 수천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라임스톤(석회암)의 카르스트 지형은 자신의 예술성을 모두 발휘하여 산 곳곳에 독특한 모양새의 바위를 만들어 냈는데, 그 풍경이 꽤 근사하다. 생태공원 관리소에서 그 바위 사이사이에 굵은 밧줄로 거미줄을 친 것과 같은 해먹 구조물을 만들어서 다이나믹한 트래킹 코스를 연출해두기도 했다. 마욘화산(Mayon Volcano)을 등산한 뒤로 이런 시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매우 낮아진 나로서는 마숭이 시설 관리소에서 깔끔하게 지역을 관리하는 것도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필리핀에서는 드물게 체계적인 트래킹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공원까지 가는 길이 문제였다. 마닐라 근교에 있어 지도 위에서 보면 매우 가깝게 보이지만, 그 길이 모두 교통체증이 심하기도 유명한 곳이었다. 차가 워낙 막혀서인지 때로는 수빅보다도 더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도착하면, 차에서 시달렸던 고통 따위야 아무렇지 않게 여겨진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지역사회의 상생적 발전을 도모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것이 이렇게 현실로 구현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이 지속 가능한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되기까지 그 과정은 길고도 험란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이 지역은 토지 개발의 희생양이었다. 동네 이곳저곳에서 온종일 나무가 넘어지는 소리가 메아리쳐서 들리곤 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베어진 나무가 어디로 가는지 동네 사람들은 알 수 없었지만, 열대우림 속 나무는 불법으로 마구 벌채되었고 산 곳곳에 대규모 채석장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생각하지도 않던 돈이 생겨 즐거워하던 동네 사람들이었지만 곧 상황이 그게 아님을 깨달아야 했다. 무분별한 무분별한 삼림벌채의 결과는 뻔했다. 몇몇 부자들의 배만 잔뜩 불린 채 환경은 점차 파괴되었다. 얼마나 환경 파괴가 심했는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필리핀 정부에서 나서서 지역 환경회복을 시작해야 했는데, 당시로써는 매우 드문 활동이었다. 이권을 둘러싼 이런저런 잡음이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필리핀 정부에서 환경 보호를 논하기 시작하면서 나무는 날카로운 칼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도망갔던 야생 동물도 돌아왔다. 2015년도가 되자 마숭이 지오리저브에서는 여행객을 위한 트래킹 코스를 개발하여 일반인에게 개방하기 시작했는데, 야생의 동식물과 어우러진 독특한 암석 지대 덕분에 필리핀 사람들에게 지질 관광 명소가 되었다. 마숭이 지오리저브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 등 SNS를 위한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꽤 유명세를 치렀는데, 필리핀에서 잘 나간다는 인플루언서들은 죄다 탱크톱에 레깅스 차림으로 이곳에서 와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나로서는 왜 필리핀 사람들이 최대한 헐벗은 차림으로 등산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받으려면 등산복 따위는 절대 입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듯하다.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마숭이 지오리저브 열대우림 생태공원(Masungi Georeserve)


마숭이 지오리저브(Masungi Georeserve)는 현재 디스커버리 트레일(Discovery Trail)과 레가시 트레일(Legacy Trail) 두 가지 코스로 트래킹 코스를 나누어서 방문객을 받고 있는데, 환경보호를 위해 등산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현지 전문 산악가이드가 동행하여 코스를 안내해주는데 코스별 혹은 그룹별로 약 30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출발하도록 하여 트래킹 코스가 붐비지 않도록 하고 있다. 투어 가능 인원이 많지 않은 까닭에 여행객이 많은 시즌이 되면 주말마다 예약이 꽉 차서 한 달 정도 전에 방문을 신청하는 것이 좋을 정도이다. tvN '서울메이트 2' 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김숙, 산다라 박 등이 마숭이 지오리저브에서 트래킹하는 것이 나온 뒤로는 한국인의 방문도 늘었다고 한다. 절벽에 거미줄을 친 것처럼 안전빔을 엮어 만든 사폿(Sapot) 거미줄이 이곳의 하이하이트 명소인데, 이 거미줄 모양의 구조물을 보려면 디스커버리 트레일 코스를 가야 한다. 행잉브릿지와 카르스트 지형의 동굴 탐험 등이 포함되는데 산 정상까지 쭉 걸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산등성이를 돌면서 주요 코스를 체험하는 형태이다. 난이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지칠만하면 색다른 멋진 풍경이 눈에 보여서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마지막 봉우리까지 코스를 다 돌면 베이스캠프 쪽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3~4시간이 걸린다. 거미줄처럼 발밑에 쳐진 로프 밧줄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많이 무섭거나 하지는 않지만,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이 방문하기는 별로 적합하지 않다. 


전화번호 : +63 908 888 70 02, +63 995 186 99 11 (8:00 am-5:00 pm, Mon - Sat)

■ 홈페이지 : https://www.masungigeoreserve.com/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asungigeoreserve




■ 주소 : Kilometer 47 Marcos Highway, Baras, Rizal, Philippines, 1970, Marcos Highway, Baras, 1970 Rizal

■ 위치 : 필리핀 리잘 주, 마르코스 하이웨이 

 입장료 : 주중 1,500페소, 주말 1,800페소

■ 트래킹 이용팁 

- 날씨에 따라 방문이 어려울 수 있는 데다가 가끔 특별한 환경보존 행사를 하기도 하므로 방문 전에 페이스북에 공지 게시글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 트래킹 코스는 디스커버리 트레일(Discovery Trail)과 레가시 트레일(Legacy Trail) 두 가지 코스로 운영된다. 디스커버리 트레일은 13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지만, 레가시 트레일은 10세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다. 

- 트래킹 팀은 최소 7명, 최대 14명으로 구성된다. 당일 예약 손님이 많으면, 적절히 인원 조절을 하여 다른 팀과 합류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야간 트래킹 코스도 운영되는데,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하여 석양이 질 때까지 진행된다. 

- 옷차림 규정은 없지만, 거미줄 모양으로 쳐진 줄을 이용해서 올라가야 하므로 슬리퍼 차림은 곤란하다. 편안한 운동화 또는 등산화를 신고 가는 것이 좋다. 

- 마숭이 지오리저브는 트레킹 참여 인원에 제한을 두고 있어서 미리 방문 예약을 하지 않으면 트래킹이 불가능하다. 

- 마닐라 생활 중이라서 자가용을 가지고 있다면 마숭이 지오리저브 웹 사이트를 통해 직접 예약을 하여 입장권만 구매하면 된다. 결제는 BPI 은행 계좌 도는 페이팔,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 바로가기 : https://www.masungigeoreserve.com/trailvisitrequest/discoverytrail/ )

- 마숭이 지오리저브 측에서 공식 여행 파트너를 몇 곳 정해 투어 신청을 받는다고 안내를 받아서 확인해 보았는데 가격이 거의 비슷했다. 마닐라의 데이투어가 대부분 그렇지만, 투어 비용의 대부분이 입장료와 마닐라에서부터의 차비로 구성되는데 차량 이용 인원이 많아지면 투어 가격이 내려가는 식이다.  트래킹 코스 자체는 생태공원 측에서 알아서 진행하고 있으니, 차량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만 꼼꼼히 확인하면 될 것 같다. 한국인 직원이 있는 여행사로 온필 여행사를 예로 들면 주중에는 78,000원(6명이 갈 경우), 주말에는 109,500원(4명이 갈 경우)으로 확인된다. ( 바로가기 : http://www.onfill.com/

- 혼자 필리핀을 자유여행하고 있어서 자가용도 없고, 그렇다고 차량을 빌리기도 부담스러우면 Tanlines Philippines라는 이름의 필리핀 현지여행사에서 진행하는 홉 온, 홉 오프 서비스 Hop-On, Hop-Off Service)의 단체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Tanlines 라운지에서 아침식사, 왕복 교통편, 입장권 요금을 포함하여 주중 2,700페소, 주말 3,200페소인데 1인 예약도 가능하다. 투어 포함사항을 보면 간식과 라운지 편의시설 이용이 적혀 있는데, 이건 어떤 여행사를 통해 가도 포함되는 것이라서 큰 의미가 없다. 마카티 피불고스 한인타운 쪽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한다.  ( 바로가기 : https://tanlinesph.com/manila-masungi-manila





▲ 마숭이 지오리저브 열대우림 생태공원(Masungi Georeserve) 입구 




▲ 이곳 계단을 올라가면 베이스캠프가 보인다. 




▲ 바닥까지 아주 예쁘다. 




▲ 베이스캠프. 이곳에서 간단히 트래킹 교육을 받고 출발하게 된다. 안전모는 무료로 빌려준다. 





▲ 이곳에서 이런 희귀야생동물이 산다고 한다. 





▲ 마숭이 생태공원 안은 전체 금연이다. 1회용품 사용도 금지라서 슈퍼에서 생수를 사서 가면 곤란하다. 본인의 물통을 가지고 가면 트레일의 시작 지점과 끝 지점에 식수 리필 스테이션이 있다. 입구 교육 센터에서 물통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 출발 





▲ 이 트래킹 코스는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이런 곳을 올라가서 돌아 내려올 바에는 그냥 완주하게 된다. 




▲ 사폿(Sapot). 사폿은 거미줄을 의미한다고 한다. 




▲ 재주 좋은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 거미줄 로프 아래 부분을 자세히 보면 이런 장식도 보인다. 



▲ 가이드가 이름이 무엇인지 죄다 알려주었지만, 리잘 주를 떠나 마닐라에 도착하는 순간 모두 잊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날 풍경이 꽤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 아름다웠다. 





▲ 지루하지 않게끔 엄청 귀여운 도마뱀 녀석이 보이기도 한다. 



▲ 이곳의 가이드는 정말 마음에 든다. 트래킹 중간중간 어떤 풀이 먹을 수 있는 것인지까지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 아이스커피 생각이 간절할 때 커피나무를 보여주기도 한다. 



▲ 심각하게 뚱뚱하면 트래킹이 좀 힘들 수도 있다. 






▲ 생선 모양 생선 그릴 






▲ 오르락내리락해야 해서 꽤 운동이 된다. 






▲ 산길을 걷는 시간보다 밧줄을 잡고 있는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이 정도까지 오면 좀 힘들어진다. 






▲ 시원해서 계속 있고 싶었던 동굴 Yungib ni Ruben 





▲ 나나이 봉우리(Nanay Peak)






▲ 따따이 봉우리(Tatay Peak)




▲ 물을 마셔야 할 것 같지만, 발을 씻을 수 있게 해둔 곳이다. 



▲ 리와산 포인트(Liwasan Point)




▲ 꽤 길어서 후다닥 뛰어가면 꽤 재밌다. 



▲  바야왁 포인트(Bayawak Point). 여기까지 오면 트래킹 코스가 거의 끝난다. 



  가이드가 이곳을 내려가면 이제 간식 시간이라고 알려준다. 그 어떤 설명보다 반가웠다.  



  이곳에서 간식을 먹게 된다. 






 식빵과 함께 오가닉 상추와 마요네즈 참지를 주는데, 트래킹을 마친 뒤라서 그런지 상당히 맛있다. 




  타이어로 만든 그네



 투어를 마칠 때 즈음 상당히 어여쁜 색감의 뱀도 보았다.  




 마숭이 지오리저브는 가이드 팁이 금지되어 있다. 손님이 좀 더 만족하면서도 환경을 좀 더 환경친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팁을 주고 싶으면 이 기부함에 넣으면 된다고 하는데, 보트맨들의 지나친 팁 요구가 지겨워서 팍상한 폭포에 가지 않는 나로서는 이 노팁 정책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마숭이 지오리저브 열대우림 생태공원(Masungi Geores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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