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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생활] 베트남축구대표팀의 역전 드라마 (인도네시아와의 축구 경기 풍경)

by 필인러브 2019.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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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어디에서 오신 거예요?"

"하노이에서도 좀 왔는데, 대부분 사이공(호찌민)에서 왔어요!"


흥겨운 응원 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울리는 듯한 기분으로 축구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관광버스 옆에서 경기장 쪽을 바라보며 깃발을 들고 있는 분을 보았다. 이런 모습으로 관광버스 옆에 서 있다면 여행가이드일 확률이 백에 가깝다. 나는 대체 다들 어디에서 오셨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자신은 호찌민에서 왔으며 5일 일정으로 마닐라에 머문다고 알려준다. 이렇게 해외 원정 응원을 온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그 숫자를 물어보니 가이드가 말하시기를, 자신이 데리고 온 여행객은 100여 명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단다. 아마 그런 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눈치이다. 그래도 나는 가이드 분와 헤어지며 "축하해요!"라는 말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일요일이었고 오후 7시가 넘었지만, 축구 경기장 주변으로 차가 무척이나 막혔다. 그랩 택시를 타서 택시 미터기가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는데 차가 움직이지를 못하니 조금 답답하다. 성질 급한 나는 그랩 기사 아저씨에게 길가에 세워주면 걸어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랩 운전기사는 내 제안에 반색하더니, 길을 아느냐고 묻고는 길가에 나를 내려주었다. 그런데 경기장 앞까지 택시를 타겠다고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은 상당히 잘한 행동이었다. 센추리 파크 호텔 옆으로 교통이 통제되어 있었는데 축구 경기장 주변으로 관광버스가 가득했다. 의외로 관람객이 좀 있는가 싶어서 서둘러 매표소로 갔지만, 좌석이 모두 팔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당황을 해야 했다.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 경기장은 넓고, 필리핀 사람들이 450페소나 주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축구 경기를 보러오지 않을 터이니 쉽게 표를 살 수 있으리라 지레짐작했는데, 내 착각이었다. 매표소 직원이 450페소짜리 입장권은 이미 매진되었지만 250페소짜리 입장권은 아직 살 수 있다고 알려주기에 재빨리 표를 사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축구 경기장 안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베트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응원 머리띠와 베트남 국기 모양의 스티커까지, 누가 봐도 모두 베트남 사람들이다. 마카티 산안토니오 빌리지 쪽에 가면 베트남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기는 하지만, 필리핀에서 이렇게 많은 베트남 사람들을 한꺼번에 보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한꺼번에 "베트남!"을 외치는 응원의 목소리는 상당히 흥겨워서 무척 인상적이기까지 했다. 옆에 있는 사람까지 그 분위기에 취하여 소리 지르게 힘이 있는 응원이다. 나는 기꺼이 함께 베트남을 외치다가 문득 남의 나라 경기에 뭐 이렇게까지 열심히 응원하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도네시아에 아무런 악감정이 없음에도 어쩐지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거칠어 보이고, 베트남 선수들은 젊잖게 페어플레이를 하는 듯한 기분마저 드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그나저나 어울리지 않게 소리를 질렀더니 목이 마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경기장 주변 어디에도 작은 매점 하나 보이지 않았으니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축구대표팀이 2대 1로 경기에 이겨서 그런 것이겠지만, 목이 제법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축구 경기는 생각보다 재밌고, 생각보다 흥겨웠다. 내가 카메라를 내려놓을 때마다 베트남축구대표팀이 골을 넣는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경기에 이겼으니 그런 사소한 것은 아무렇지 않게 여겨졌다. 화요일에 있다는 싱가포르와의 경기는 보러 오지 못하겠지만, 결승전을 할 때는 다시 응원하러 오리라. 나는 생전 보지도 않던 축구 경기가 갑자기 좋아졌다. 




■ 베트남축구대표팀 동남아시안게임(SEA게임) 경기 일정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19년 12월 2일 현재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까지 모두 이긴 상태로, B조 1위이다. 12월 3일에는 싱가포르, 5일에는 태국과 경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12월 3일 화요일 오후 8시 : 베트남 vs 싱가포르 (한국 시각으로 오후 8시 50분부터 중계시작) 

- 경기장 :  마닐라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Rizal Memorial Stadium. RMSC Football Stadium)


 12월 5일 목요일 오후 4시 : 베트남 vs 태국 (한국 시각으로 오후 4시 50분부터 중계시작) 

- 경기장 : 카비테 스타디움(CAVITE STADIUM)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생활] 제30회 동남아시아 경기대회(SEA 게임)의 뒷이야기와 경기 일정

[필리핀 생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축구대표팀의 동남아시안게임(SEA 게임) 축구 경기 일정

[필리핀 생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축구대표팀 경기 관람방법(12월 1일 경기)





필리핀 마닐라 말라떼 



▲ 축구 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센추리 파크 호텔(Century Park Hotel Manila)동남아시안게임(SEA게임)에 온 선수들을 청소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입실하지 못하게 했다는 문제의 그 호텔이다. 




▲ 마닐라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Rizal Memorial Stadium. RMSC Football Stadium) 앞 



▲ 축구 경기 관람권





















▲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박항서 감독님 














































[필리핀 생활] 베트남축구대표팀의 역전 드라마 (인도네시아와의 축구 경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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