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유명해지기 위해서 꼭 다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은 작곡가 비제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제가 작품을 적게 썼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카르멘'과 '아를르의 여인' 두 작품만으로도 비제라는 이름 두 글자를 널리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카르멘이란 작품이 유명해진 것은 비제가 죽은 뒤라고 하니, 비제는 죽고 나서 생기는 것들이 무슨 소용이냐는 말을 증명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피아노에 소질을 보이면서 음악가의 길을 걸었던 비제는 스승의 딸과 결혼하여 죽기 전까지 매우 평온한 삶을 살았다고 하니, 충분히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작품이 유명해지는 광경을 보지 못했음은 아쉬운 일이지만, 죽은 뒤라도 유명해지길 원하는 이가 보면 매우 복 받은 삶이 아닐 수 없다. 암튼. 비제를 유명하게 만든 '아를르의 여인'은 프랑스의 소설가 알퐁소 도데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마지막 수업'과 '별'을 비롯하여 수없이 많은 명작 단편을 남긴 알퐁스 도데는 비제와 다르게 성장 과정이 평탄하지 않았다. 그는 남부 프랑스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청소년기가 되기도 전에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어짐에 따라 성인이 되기까지 꽤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16세 어린 나이에 중학교에서 자습 감독 교사가 되고, 파리로 올라가서 했던 젊은 시절의 고생담은 그의 책 '꼬마철학자 다니엘'에 잘 나와 있는데, 체구도 작고 성격도 소심하여 교사 생활을 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던 모양인지 그 시절의 묘사가 너무 시시콜콜하여 독자들까지 다니엘의 고생에 감정이입이 될 정도이다.
마닐라에서 따아이따이로 가기 전에 카비테(Cavite)주에 알폰소(Alfonso)라는 이름이 아주 어여쁜 동네가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동네가 소설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좀 호감을 느끼고 있다. 골목길까지 진한 녹색이 물들어 있는 동네라서, 소설 '별'에 나오는 목동과 같은 이가 이 동네 어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알폰소는 동네 이름만 어여쁠 뿐이다. 나무는 우거졌지만, 시골길은 좁고, 딱히 볼거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가이따이 따알호수와 거리가 매우 가깝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달라서 알폰소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하면 소냐스 가든(Sonya's Garden)이란 이름의 레스토랑 정도만이 떠오를 정도이다. 그런데 알폰소에 진저브레드 하우스(The Gingerbread house)란 이름의 장소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진저 브레드 하우스 모양으로 만든 테마파크인데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사진을 찍고, 잠깐 산책하며 놀기는 좋아서 한번 가볼 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으니, 기껏 알폰소까지 갔는데 매표소 앞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 때문에 사진 속에서 보았을 때는 꽤 어여쁘던 장소들이 축축하고 시들하게 변했다. 따스한 햇볕 아래 보면 좀 더 좋아 보일 터인데 하는 마음에 들 정도로 시설물이 지저분하게 변했지만, 불평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비가 내린 덕분에 공기가 매우 산뜻해졌기 때문이었다.
카비테 알폰소, 진저브레드 하우스(The Gingerbread house)
진저브레드 하우스는 입장료가 매우 저렴해서,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한다면 따가이따이 가는 길에 잠깐 들려 구경하고 가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입장료가 50페소임을 잊지 말자. 가끔 아이들을 위한 만들기 행사 등을 하기도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잠깐 산책하고 사진 찍는 것 외에 크게 즐길거리가 있지 않다. 하긴, 입장료로 50페소를 내놓고 엄청나게 멋진 것을 기대한다면 주인 입장에서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고 싶거나, 아이들 데리고 잠깐 놀러 갈 곳을 찾는다면 방문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thegingerbreadhouseph/
■ 전화번호 : 0917 630 3124 / 0922-894-5171
■ 오픈 시간 : 오전 8시 ~ 오후 6시
■ 입장료 : 50페소
■ 주소 : Brgy Palumlum Alfonso, Cavite
■ 위치 : 필리핀 카비떼, 알폰소 (따가이따이 근처)
▲ 필리핀 따가이따이
▲ 따가이따이를 지나서 알폰소로 가는 길. 길이 좁은 편인 데다가 언덕길이 많다.
▲ 따가이따이 트윈레이크 옆에 있는 DOMAINE LE JARDIN 빌리지
▲ 필리핀 사람들은 회사 단합대회를 즐기는 편이라서 규모가 좀 큰 회사에서는 매년 혹은 분기별로 꼭 단합대회를 하는데, 알폰소에서는 회사 팀빌딩 행사를 하기 위한 장소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 Reptiland Adventure. 회사 단합대회를 위한 장소로 주로 쓰이지만, 일반인의 방문도 받는다고 한다.
▲ 진저브레드 하우스(The Gingerbread house) 도착!
▲ 따로 매표소가 있는 것은 아니고, 입구에 있는 빵집 비슷한 곳에 가서 입장료를 내게 되어 있다.
▲ 진저브레드 하우스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빵집에 생강빵은 보이지 않는다.
▲ 대체 어디에서 마사지를 받게 되는지는 몰라도 마사지 서비스도 한다.
▲ 가까이에서 보면 별로이지만, 사진 배경으로 보이기에는 그럴듯한 것들이 잔뜩이다.
▲ 시설물이 조금 낡아서 가까이에서 보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 내가 방문한 날은 날씨가 좋지 못하여서 그런지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방문객이 늘어난다고 한다.
▲ 어릴 적에 보던 트램펄린도 있다. 15분에 20페소라고 하니 한번 타보고 싶지만, 몸무게를 생각하여 참았다.
▲ 손톱 물들이는 데 쓰이는 봉숭아 꽃잎도 보인다.
▲ 아라비카 커피나무
▲ 키우고 있는 거북이와 똑같은 종류의 거북이를 발견했다. 좀 더 몸집이 큰 것을 보아 형(키우고 있는 거북이 이름이다)보다 나이가 더 많은 듯했다.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 형이 훨씬 잘생겼다.
▲ 명색이 진저브레드 하우스인데, 생강은 보이지 않고 강황만 보였다.
▲ 크리스마스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진저브레드 쿠키 하우스처럼 생긴 이 집은 카페 겸 기념품 가게이다. 컵케이크나 머핀 등을 팔지만 S&R 쇼핑몰에서 제품을 가지고 오는 듯하여 손이 가지는 않는다. 소소한 기념품을 잘 사는 편인데도 딱히 손이 가는 물건이 없었다.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카비떼의 작은 테마파크, 진저브레드 하우스(The Gingerbread house)
- Copyright 2019.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all rights reserved -
※ 저작권에 관한 경고 : 필인러브(PHILINLOVE)의 콘텐츠(글. 사진, 동영상 등 모든 저작물과 창작물)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입니다. 필인러브의 콘텐츠를 개인 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올리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전 동의 없이 내용을 재편집하거나, 출처 없이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실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루손섬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스페인 식민지 시대로의 시간 여행,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 데 아쿠자르 (0) | 2019.12.10 |
---|---|
[필리핀 바탕가스 자유여행] 세계 최고 높이의 성모상, 몬테마리아(MONTEMARIA) (0) | 2019.09.05 |
[필리핀 클락 여행] 마닐라에서 아쿠아 플래닛(Aqua Planet) 워터파크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 (0) | 2019.07.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