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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루손섬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사가다에 가기 위해 여행가방을 꾸리는 일이란

by 필인러브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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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람들의 여행 가방. 이렇게 짐을 잔뜩 꾸리면 여행 경비를 줄일 수 있다. 확신하건대 이 속 안에는 전기밥솥도 있을 것이다.

 

여행 가방을 싸는 일은 귀찮으면서도 즐거운 일이다. 여행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하면서 갈아입을 옷을 챙겨야 함은 귀찮지만, 가방을 들고 방문할 곳을 생각하면 상당히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여행 가방에 무엇을 넣느냐는 얼마나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특정 물건이 없어서 생기는 불편함과 물건을 들고 다니는 일의 불편함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불편하게 여겨지는지를 판단해야만 한다.

 

이를테면 수건만 해도 그렇다. 도시에 있는 고급 호텔에 간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필리핀 시골에 있는 숙소에서는 수건 속 섬유 가닥들이 피부에 잔뜩 붙는 질 나쁜 수건을 주기 일쑤이다. 몸이야 그럭저럭 닦아낼 수 있지만 얼굴은 좀 다르다. 수건의 섬유 가닥 때문에 온종일 예민한 사람이 된다. 그러니까 수건이 주는 가려운 느낌을 견딜 수 없다면 작은 수건이라도 하나 가방 안에 챙겨 넣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불편함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나에게 있어 가장 견디기 어려운 불편함은 바로 추위가 된다. 

 

연말이라고 2주일이나 되는 긴 휴가를 얻었다. J에게 시그널이 없는 산속으로 여행을 떠날 요량이라 메시지 응답을 할 수 없다고 말을 해놓고 루손섬 북부에 며칠 다녀오기로 했다. 신문에서 사가다(Sagada) 지역의 관광이 재개되었다는 소식을 보고 나니 요즘 사가다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져 버린 것이다. 바나웨(banaue) 라이스 테라스는 워낙 많이 가봐서 크게 흥미가 없지만, 로나 할머니 얼굴을 본 것도 이미 3년이 훌쩍 넘어 있었다. 할머니가 잘 계시는지 궁금하므로 잠시 바나웨도 들렀다 오기로 했다. 문제는 날씨이다. 필리핀 기상청에서는 사가다의 날씨가 11도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낮에는 기온이 다소 올라가지만 그래도 18도 이상을 올라가지 못했다. 한국에서 바로 사가다로 가면 크게 춥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마닐라 특유의 더운 날씨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견디기 쉽지 않은 추위이다. 가지고 있는 겨울옷이라고 해야 작은 상자 하나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보잘것없지만, 두툼한 양말도 챙기고, 겨울 모자도 챙겨야만 했다. 그렇게 내 짐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아직 해님도 일어나지 못하고 주변이 온통 컴컴한 새벽 시간, 그 어떤 때보다 일찍 일어나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언제 어디로 가고 싶을지 나도 내 마음을 알 수 없으므로 호텔 예약 따위는 생략하고, 대신 현금을 좀 넉넉히 챙겨 넣는 것으로 준비를 마무리했다. 드디어 여행을 떠날 시간이었다. 

 

Lakeshore Pampanga 고속도로 휴게소
Starbucks Lakeshore
보통은 아침 식사를 먹지 않지만 여행 중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사가다에 가기 위해 여행가방을 꾸리는 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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