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개봉한 따끈따끈한 신작 영화만을 본다는 이들에게는 오래된 필름 속 영화가 그저 흘러간 영화일 뿐이지만, 그래도 명작은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가 영원하다고 하였다. 1990년에 개봉하여서 아카데미상을 온통 휩쓸었다는 영화 늑대와의 춤을(Dances With Wolves)만 봐도 그렇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케빈 코스트너가 서부 개척지 들판에 서서 라코타족 인디언과 만나는 장면은 지금 봐도 여전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케빈 코스트너는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을 뿐 아니라 감독 및 제작까지 맡아 2,200만 달러의 제작비로 4억 2,4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이라는 대박을 터트리고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 배우로 올라섰다. 영화 "늑대와의 춤을"이 남긴 것은 영화에 대한 감동뿐만이 아니었다. '열 마리 곰', '발로 차는 새', '주먹 쥐고 일어서', '머리에 부는 바람'과 같이 인디언식 이름 짓기의 유행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인디언처럼 자연이나 개개인의 장단점, 성격에 따라 이름을 지으면 여권의 이름 기재란 공간을 늘려야 되어 불편하겠지만, 이름만으로 누군가의 성격을 볼 수 있다면 사회생활이 상당히 흥미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좋은 이름을 갖기 위해 행동을 좀 더 조심하게 되지 않을까.
가끔 식당 이름 중에 인디언식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마닐라 근교에 있는 카비테(Cavite) 지역에서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인 "카이난 사 발사(Kainan Sa Balsa)"도 그중 하나이다. 카이난 사 발사의 뜻은 간단하다. 일단 카이난(Kainan)은 간이 식당(eatery)이나 연회를 뜻하는 단어이다. 사(SA)는 장소를 나타낼 때 쓰는 말로 '~에'라는 뜻이며, 발사는 대나무 뗏목을 말한다. 물론 이 식당에 있는 나무가 진짜 발사나무(Balsa Wood)는 아니다. 오동나무보다도 가벼운 발사나무가 뗏목 등을 만드는데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에콰도르에서부터 비싼 발사 나무를 수입해다가 레스토랑을 짓기는 어렵다. 지름이 넓은 대나무가 사용되었을 뿐이다. 어쨌든 카인나 사 발사를 직역하면 "물에 뜨는 대나무 뗏목 오두막 식당" 정도가 되겠다. 그러니까 이곳은 그 이름만 봐도 레스토랑의 특징을 오롯이 알 수 있다.
그런데 카이난 사 발사(Kainan Sa Balsa)는 알고 보면 꽤 오래된 식당이다. 그러니까 이 일은 퀸토 부인이 식당 개업을 하려고 하던 1995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카비테 쪽에서는 어부들이 발사 뗏목 위에서 식사하곤 했다는데, 퀸토 부인에게는 그 모습이 퍽 좋아 보였나 보다. 낭만적인 분위기의 이국적인 식당을 만들고 싶었던 그녀는 작은 호수의 공간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대나무 오두막집을 잔뜩 가져다가 호수 위에 올려두었다. 일종의 플로팅 레스토랑(Floating restaurant)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은 아니다. 나무에 칠해진 페인트는 색이 매우 촌스럽고 가까이에서 보면 좀 엉성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이곳에 가면서 라구나나 딸락에 있는 '이스다안 플로팅 레스토랑 (isdaan floating restaurant)'과 같은 것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대규모 부지를 가지고 놀이공원처럼 운영되는 비싼 플로팅 레스토랑이 아니라 인테리어나 식기 등도 매우 값싼 제품을 사용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도 갈 수 있게끔 좀 더 로컬 스타일로 운영된다고 할까. 하지만 넓은 주차공간에 가득 찬 자동차들을 보면 이 지역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맛집임을 알게 된다. 호수가 작아서 그런지 아니면 이 동네의 수질이 원래 그런 것인지 물이 깨끗한 것도 아니건만,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인기가 꽤 좋은 편이다.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에게 약혼식을 한다거나 기념일 저녁 식사를 해야 할 때 어디로 가면 좋으냐고 물어보면 이곳을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시니강 등 필리핀 전통 음식을 판매하는데 틸라피아 생선구이나 이니하우 푸싯(그릴 오징어. inihaw na pusit), 바비큐 등이 베스트 셀러 메뉴라고 한다. 음식 가격은 대부분 저렴한 편인데, 해산물도 싱싱하고 대체로 맛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엄청나게 근사한 것을 기대해서는 곤란하지만, 식당 컨셉이 좀 독특하기는 하니 카피테의 바코르(BACOOR) 주변에 갔다가 마땅히 식사할 만한 곳이 보이지 않으면 들려봐도 좋겠다.
[필리핀 카비테] 카이난 사 발사(Kainan Sa Balsa) 레스토랑
■ 영업시간 : 오전 10시 ~ 오후 10시
■ 전화번호 : (046) 434 6498
■ 주소 : Gen. Evangelista Street, Bacoor, Cavite
■ 위치 : 필리핀 카비테 바코르(BACOOR) / 마닐라 시내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거리
▲ 카이난 사 발사(Kainan Sa Balsa) 레스토랑 입구
▲ 입구에서 음식을 고를 수 있다. 레촌 돼지 바비큐도 판다.
▲ 보기 힘든 디자인의 메뉴판. 음식 가격은 대체로 저렴한 편이다.
▲ 가족 단위의 고객을 위해 오두막이 하나씩 만들어져 있다.
▲ 입구에서 주문한 메뉴가 준비되면 직원이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다 준다.
▲ 바비큐 맛이 꽤 괜찮다.
▲ 입구 주차장도 크긴 하지만, 바깥에서 보기보다 내부가 꽤 넓은 편이다.
[필리핀 카비테] 로컬 스타일의 플로팅 레스토랑 - 카이난 사 발사(Kainan Sa Ba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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