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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중교통] 60만 지프니 운전자와 지프니 현대화 프로그램

by 필인러브 2023.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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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2017년 6월 19일, 필리핀 교통 문제의 해결 및 인프라 건설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중교통 차량 현대화 프로그램(Public Utility Vehicle Modernization Program, PUVMP)'을 발표했다. 필리핀 교통부(DOTr)의 행정명령(Department Order No. 2017-011)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교통안전과 대중교통 이용의 편리함을 개선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향상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대신할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단 교통 인프라 개발 쪽을 보면 앙카스(Angkas)에 운영 허가를 주기로 한 것이 눈에 띈다. 그랩(Grab)의 오토바이 버전이라는 앙카스는 저렴한 이용료와 신속함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등장, 필리핀의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지만 불법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오토바이나 스쿠터가 대중교통으로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Republic Act No. 4136)에 따라 오토바이는 개인용으로만 허용되어 운송 차량 서비스 제공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앙카스에게 운영 허가를 내주었다는 것은 오토바이 택시도 합법적인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노후화된 대중교통차량(PUV. Public Utility Vehicle)을 현대화된 차량으로 교체하는 일이었다. 공공 유틸리티 차량 현대화 프로그램(PUV Modernization Program)의 대상은 지프니를 비롯하여 버스, 트라이시클 등과 같은 대중교통 차량이다. 노후화된 대중교통을 현대화된 차량으로 교체함으로써 서민들의 교통안전과 대중교통 이용의 편리함을 도모하고, 전기지프니(e-jeep)와 전기삼륜차(E-Trike) 전기차와 같은 오염물질 배출량 적은 친환경 교통수단을 늘려서 대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메트로 마닐라 지역 내 등록된 차량 10대 중 4대는 지프니라는 상황(2018년 기준)에서 낡은 지프니가 마닐라의 거리에서 사라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프니 현대화 프로그램

지프니 현대화 프로그램

지프니 현대화 프로그램(PUVMP)가 추진될 당시 필리핀 정부에서는 지프니가 무려 45만 대에 이른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45만 대나 되는 차량을 한꺼번에 바꾸기란 어려우니, 필리핀 정부에서는 2020년까지를 1차 기한으로 두고 사용 기간이 15년 이상 된 20만 대의 차량에 대해서만 전기차나 신형 디젤차로 교체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전체 지프니 차량의 약 10%를 전기지프니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오염가스 배출이 적고 쾌적한 지프니를 누가 마다하겠느냐마는 문제는 돈이다. 신형 지프니를 사려면 돈이 든다. 그리고 60만 명에 달한다는 필리핀의 지프니 운전사 대다수는 600페소 미만의 일당을 받는다. 

대중교통차량 협동조합에서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신형 지프니를 사려면 140만∼160만 페소 정도가 드는데 그런 큰돈을 지프니 운전기사나 소규모 운수업체에서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며 반발에 나섰다. 그리고 지프니 조합의 반발이 거세지자 필리핀 정부에서는 차량 교체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금을 지원하고 7년간 대출 분할 상환을 할 수 있게 하겠다며 지프니 운전기사 달래기에 나섰다. 15억 페소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여서 운전사들을 위해 보조금 지원을 지원하고, 차량 금액의 5%를 계약금으로 먼저 내면 나머지 금액은 이자율 6%로 7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대출을 해주는 등의 자금 조달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지프니 운송노조에서는 수십 만의 지프니 운전자들이 모두 생계 수단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며 동정심에 호소하기도 하고, 새로운 지프니 모델로 교체하면 이용료를 지금처럼 저렴하게 받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지프니 현대화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 여론을 조성하려고 애썼다. 교통혼잡이 지프니 때문이 아니라 차의 수에 비해 도로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라는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지프니 하나 때문에 대기 오염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도 지프니가 없는 수빅 등과 도시로 가면 한결 공기가 깨끗하고, 차도 덜 막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의 원인이 지프니 하나만은 아니겠지만 주범인 것은 확실하다. 

시민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사태 해결이 어렵자 정부가 가난한 운전기사들을 쫓아내고 대기업에서 대중교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수작이라는 비판을 하면서 지역별로 혹은 전국적으로 파업을 감행하기도 했다. 운송노조의 반발은 강력했고, 지프니 파업으로 대중교통 마비되면서 마닐라의 학교가 휴교를 결정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건 역시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다. 육상 운송 프랜차이즈 및 규제 위원회(LTFRB)에서는 지프니의 단계적 폐지 기한(Jeepney phaseout deadline)을 2020년에서 2021년, 2022년, 2023년 6월, 최근에는 2023년 12월로 계속 연기하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계속 마감일이 연기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니, 그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혹은 느리게 올 것인지만이 문제인 셈이다. 

 


* 지프니 운전자 수
필리핀에 대체 얼마나 많은 지프니 운전기사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2020년 블룸버그에서는 필리핀에 약 60만 명의 운전자가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최근 필리핀 신문을 보면 지프니 운전기사가 약 10만 명 정도라고 안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 메트로 마닐라 지역에 있는 운전자는 약 3만 명으로 추정된다.

* 지프니 운전자의 수입 
지프니 운전자의 하루 수입은 평균 2,500~3,000페소로 추정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연료비와 유지비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필리핀에서는 프랜차이즈(지프니 운영허가권)를 가진 사업주가 지프니를 여러 대 가지고 운전기사를 교대 근무할 수 있도록 고용하여 지프니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지프니 운전기사의 하루 일당은 보통 5~600페소라고 한다. 생계를 겨우 꾸려나갈 수 있는 최저 임금에 가까운 수입이다.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신형 지프니
도로의 왕으로 불리는 지프니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육상 운송 프랜차이즈 및 규제 위원회(LTFRB)PUV Modernization Program
· philstar: Jeepney modernization program: Drivers have a steep price to pay
· CNN Philippines: DTI unveils plans for modern jeepney
· CNN Philippines: TIMELINE: The government’s PUV phaseout program
· 
INQUIRER: 
Jeepney phaseout: It’s more than just new vehicles

· Rappler: Why jeepney phaseout is anti-poor, will do little for environment

· Bloomberg: Manila’s Iconic Jeepneys Are One More Casualty of the Pandemic

[필리핀 대중교통] 60만 지프니 운전자와 지프니 현대화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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