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비논도 에스콜타 거리에 있는 중식당 하나를 숨겨진 맛집이라고 소개해주면서 마닐라 차이나타운 근처에 사는 치노이(Tsinoy) 부자 아주머니들이 가족 모임 때 즐겨 가는 곳이라는 설명을 해주었다. 빈틈없이 깐깐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이 필리핀 화교 아주머니들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쳉 아주머니만 봐도 그렇다. 이번 설날에도 티코이(Tikoy)를 한 포대나 사서 가게 단골들에게 선물하시기에 이렇게 나누어 주려면 티코이 값으로 돈을 꽤 쓰셨겠다고 했더니 동네에서 직접 티코이 만드는 집을 찾아내어 파격가에 구매하셨단다. 다른 때라면 물건을 얼마에 사는 것이 적당한지 꼼꼼하게 알려주시면서, 티코이만큼은 나에게도 하나 선물한 터라 가격을 말하기가 난처한 모양이었다. 눈치로 짐작건대 시중의 절반 가격에 사신 모양이었다. 쳉 아주머니와 함께 몇 번 장을 보러 간 이후 나는 치노이 아주머니들의 거래 능력에 대해서 의심해본 적이 없다. 필리핀 전체 인구의 1%가 조금 넘는다는 필리핀 화교(치노이)가 어떻게 현지 경제의 70%를 장악했는지 이해가 된다고 할까. 적당한 가격으로 살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그 끈기를 대단히 감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혹 내가 장사를 하게 된다면 쳉 아주머니와 같은 분은 손님으로 많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무튼, 그런 분들이 가족 식사를 위해 선택하는 레스토랑이라니, 음식의 맛이나 신선도, 가격 등에 대한 설명이 길게 필요 없어진다.
그런데 가게 안에 들어가자마자 왜 이 중식당이 가족 모임으로 사랑받는지 알 것 같았다. 넓은 레스토랑 안 테이블은 거의 단체 손님용이다. 그리고 마닐라에서 중식당이 모임에 최적화된 테이블을 잔뜩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혼자 혹은 두어 명이 가서 식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된다. 식당에서 눈치를 주거나 앉을 곳이 없어서는 물론 아니고 음식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옆 테이블에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들을 보니, 볶음밥에서부터 이런저런 요리까지 하나같이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양이 엄청날 것 같아 주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책자처럼 두꺼운 메뉴판을 한참이나 꼼꼼하게 보고, "시가"라고 적힌 메뉴를 피해 딤섬 하나와 볶음 누들, 그리고 오징어 튀김을 겨우 선택하였을 뿐이다. 옹핀 거리에 있는 '프레지던트 그랜드 팰리스(President Grand Palace)'만큼 볶음밥이 맛있을까 매우 궁금했지만, 다음 기회에 맛보는 것으로 미루기로 했다.
볶음국수에 들어간 새우며 오징어가 어찌나 싱싱한지 방금 바다에 잡아 온 것 같았다. 그래서 비논도, 아니 마닐라에서 먹은 볶음국수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한참 밥을 맛있게 먹는데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식당 안으로 들어오더니 2층으로 올라갔다. 누가 봐도 중국인의 얼굴이지만, 행동이 점잖은 데다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마닐라에 오래 산 치노이들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 숫자가 한둘이 아니었으니 무슨 중요한 모임이 있는 듯했다. 모두 붉은색 옷차림이라니, 대체 무슨 모임일까 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레스토랑 인테리어 구경을 핑계 삼아 2층으로 올라가 슬그머니 남의 모임을 기웃댔다. 착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내게 오늘 모임은 할머니의 팔순 잔치라고 알려주셨다. 요란한 풍선 장식만 봐서는 돌잔치 같았지만, 나이가 취향을 규정짓지는 않으므로 할머니라고 알록달록한 풍선을 좋아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나는 혹 내가 80세까지 살아서 생일잔치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잔뜩 준비해 놓고 살면서 고마웠던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 파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붉은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드레스코드 규정은 빼고 말이다.
[필리핀 마닐라] 우노 씨푸드 워프 팰러스 레스토랑(Uno Seafood Wharf Palace Restaurant)
■ 전화번호 : (02) 8232 1054
■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2시 30분 / 오후 5시 30분 ~ 오후 11시
■ 주소 : 266 Escolta Street, Manila, Muelle Del Banco Nacional, Binondo, Manila, Metro Manila
■ 위치 : 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에스콜타 거리. 칼보 빌딩 1층 머큐리 약국 옆
▲티코이(Tikoy). 찹쌀떡 비슷한 음식인데, 중국 사람들이 설날에 즐겨 먹는 음식이다.
▲ 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에스콜타 거리. 우노 씨푸드 워프 팰러스 레스토랑(Uno Seafood Wharf Palace Restaurant)
▲ 여러 명이 간다면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 레스토랑 내부
▲ 2층은 이렇게 생겼다.
▲ 수조에서 물고기를 선택하여 요리를 주문할 수 있다.
▲ 거북이를 가족 삼아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조만간 식재료가 될 거북이를 보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 맛집인 것은 인정하겠지만, 조명만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참 보기 싫게 나오게 하는 무시무시한 조명이다.
▲ 오징어튀김. 중국식 향신료 향을 살짝 풍긴다.
▲ 새우가 잔뜩 들어 있는 볶음국수. 일본 야키우동 비슷한데, 훨씬 더 맛있다.
▲ 한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의 딤섬이다.
▲ 오후 9시부터는 딤섬 가격을 할인한다.
[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치노이(화교)에게 유명한 맛집, 우노 씨푸드 레스토랑(UNO Seafood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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