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가 어떤 음식인지에 대해 사전을 찾아보면 "얇게 썬 고기나 해산물, 채소 등을 끓는 육수에 넣어 살짝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 중국 요리"라고 나온다. 커다란 냄비 가득 육수를 넣고 이 육수가 테이블에서 끊기 시작하면 고기 먼저 살짝 데치듯 익혀 낸 뒤 건져서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한국의 찌개와 다르게 구멍 있는 국자를 이용하여 고기를 건져내서 먹는 것이 훠궈를 먹는 바른 방법이라고 하는데 국물을 함께 먹으면 고기 본연의 맛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샤부샤부와 훠궈가 거의 비슷한 의미로 쓰이니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훠궈와 샤부샤부는 사실 다른 음식이다. 보통 어디에서 시작했느냐, 육수 및 주재료로 무엇을 쓰느냐, 또는 소스의 중요성이 얼마 정도이냐 등으로 그 둘을 구분한다. 오래 끓인 진한 육수를 이용하여 양고기나 소고기, 채소 등을 육수에 넣고 익힌 뒤 특유의 소스를 가득 찍어 먹으면 중국식 훠궈이고, 좀 더 맑은 육수를 이용하여 소고기며 야채, 두부 등의 재료를 살짝 데친 뒤 간단한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일본식 샤부샤부가 된다. 하지만 애초 필리핀에서 파는 훠궈와 샤부샤부는 그 경계가 좀 불분명해 보인다. 간판에 '차이니스 핫팟'이라고 적혀있기는 해도 샤부샤부와 비슷하게 고기를 데쳐 먹게끔 해서 파는 경우가 많다. '훠궈(hwogwo)'라고 발음하기가 어려워서 그렇겠지만,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훠궈라는 명칭보다 '중국식 샤부샤부(Chineses Shabu-shabu)' 또는 '핫팟(Hot Pot)'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훠궈를 먹고 싶다면 생각보다 판매하는 음식점이 많지만, 혹 마카티 쪽에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이 훠궈집은 가게에 들어설 때마다 직원들이 한꺼번에 "신진진(Shanjinji)"이라고 크게 외쳐서 가게 이름이 무엇인지 외우게 만드는 곳인데 다른 곳보다 가게가 매우 깔끔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 인테리어부터 음식 맛이나 직원의 서비스까지 모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메뉴판이 태블릿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한자가 잔뜩 보여서 핫팟을 처음 먹는다면 주문하기가 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콤보 세트 메뉴로 시키면 무난하게 모두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국물만은 백탕과 홍탕 중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집의 홍탕은 정말 맵기 때문이다. 원래 중국인들은 이런 탕의 국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건더기까지 무척 맵게 된다. 국물 맛을 보려고 덤볐다가 이내 숟가락을 내려놓았을 정도로 독한 매운맛이니, 단순히 색만 붉은 홍탕이 아니다. 혹 담백한 것과 매운맛을 둘 다 맛보고 싶다면, 태극 모양의 가림막을 써서 가운데를 나눠 국물 맛을 다르게 하여 먹게 해 준다. 국물을 선택했다면 그다음은 소스 제조이다. 이 가게에는 다진 마늘이며 간장, 고추, 참기름에서부터 땅콩가루와 굴 소스 등등 필리핀에서 구할 수 있는 어지간한 소스는 모두 준비되어 있는데 손님이 원하는 대로 제조하여 먹을 수 있게끔 가게 구석에 소스 코너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이 소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무엇을 넣어 소스를 만들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면 직원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겠다. 일전에 왔을 때 이것저것 욕심스럽게 많이 넣기만 했을 뿐 도무지 손이 가지 않았던 소스를 만들었던 기억이 나서 직원에게 소스를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물었더니 매우 탁월한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바로 자신이 만들어 가져다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 것은 무척이나 탁월한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시간상으로 보았을 때 그냥 뚝딱 만들어다 준 것 같은데, 소스 맛이 정말 기가 막혔다. 무엇을 얼마나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스 때문에 입맛이 돌아서 소고기를 추가 주문하여볼까 싶을 정도이다. 소고기 한 접시를 추가로 주문하면서 중국 훠궈가 일본의 샤부샤부보다 재밌는 점이 다채로운 소스가 만들어 내는 풍미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필리핀 마닐라] 산진지 비프 핫팟(Shanjinji Beef Hotpot)
- 주소 : The Beacon - Roces Tower, Ground, Legazpi Village, Makati, Metro Manila
- 위치 :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돈보스코 스쿨(Don Bosco Technical Institute) 근처
▲ 음식점 입구
▲ 가게 내부
▲ 단체 손님을 위한 별실도 눈에 띈다.
▲ 식사가 끝날 때까지 직원이 도와준다.
▲ 필리핀 소고기는 맛이 좀 질긴 편이지만, 이 집은 맛이 괜찮은 편이다. 육회도 판다.
▲ 훠궈의 가장 대중적인 소스는 마장이라고 부르는 땅콩소스라고 한다. 다양하게 만든 소스에 고기며 채소를 푹 찍어 먹는 것이 훠궈 맛의 또다른 묘미이다.
▲ 직원이 제조해준 소스. 이런 소스라면 팔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 기본 반찬
▲ 볶음밥도 맛이 괜찮은 편이다.
▲ 아무리 건더기를 잔뜩 먹어도,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식사 끝에는 역시 국수가 나와야 무언가 다 먹은 기분이 든다. 건더기로 주문한 소고기며 채소를 소스에 최대한 담뿍 찍어 야무지게 다 먹었다면, 국물에 버미첼리 누들(Chinese vermicelli noodles. 당면)을 넣어 먹기도 잊지 말자. 쫀득한 그 맛이 별미이다.
▲ 소고기나 만두 등 건더기만 추가 주문할 수 있다.
▲ 메뉴판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에서 맛보는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 - 신진진 비프 핫팟(Shanjinji Beef Hot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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