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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루손섬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산속 깐띤(Canteen)의 10페소 라이스

by 필인러브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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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엘리아 목장(Rancho Elias)을 빠져나와 산 아래로 내려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핸드폰 시그널이 있는지 확인하고 웨이즈 내비게이션 앱을 켜보는 것이었다. 라유니온(La Union) 산가브리엘에서 사가다(Sagada)까지 거리는 대략 172km. 숫자만 보면 크게 멀지 않게 보이지만, 일로코스 수르(Ilocos Sur)를 지나 마운틴 프라빈스(Mountain Province)까지 가는 길은 직선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움직임이 많은 동네가 아니라 차가 막힐 걱정은 없지만, 온통 구불구불 좁은 산길이니 속도를 내기란 어렵다. 그래서 쉬지 않고 달려도 5시간은 족히 차를 타야만 사가다에 도착할 수 있다. 

먼 길 가려면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만 하는데 타구딘(Tagudin)까지 가도 아침을 먹을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특별히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하는 욕심 따위는 하나도 없지만, 아직 이른 오전이라서 그런지 가게 문이 죄다 닫혀 있었다. 졸리비와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으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고, 작은 깐띤(Canteen) 식당에 가서 간단히 실록(Silog) 정도만 먹어도 좋을 듯하다고 생각했지만 원래 평소에 흔하게 있던 것도 필요할 때 쓰려고 하면 없는 법이다. 오죽하면 개똥도 약으로 쓸려면 없다는 속담이 생겨났겠는가. 하지만 운이 좋았다. 이미 아침이라기보다는 점심에 가까워진 시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산자락 끝에서 식당을 하나 발견한 것이다. 인가조차 보기 어려운 산길이 계속되기에 오후에 사가다에 도착하여서야 무언가 먹을 수 있겠다고 체념을 했었는데, 식사를 거르지 않게 되었으니 마음이 흡족하다. 

그런데 이 식당, 알고 보니 주방에서 보이는 풍경이 그림이다. 바로 옆에 작은 개울이 있는데 멀리서도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훤히 보인다. 게다가 주인아주머니는 시골 인심이 좋다는 이야기를 저절로 하게 만드는 분이셨다. 밥을 먹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즐거웠을 터인데, 계란프라이를 좀 해줄 수 있느냐는 부탁에 흔쾌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해주신다. 써니사이드업이 좋은지 아니면 오믈렛이 좋은지 묻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가장 고마운 것은 밥이었다. 주방에서 밥솥을 들고 나오시더니, 찬밥도 있기는 하지만 마침 방금 밥을 하였으니 따뜻한 밥으로 주겠다며 갓 지은 밥을 접시 가득 수북하게 퍼담아 주신다. 마닐라였다면 족히 세 그릇은 되었을 양의 밥은 단돈 10페소. 한국 돈으로 약 250원밖에 하지 않는다. 아자와 함께 이런 곳에 살면 언리미티드 라이스(밥 무제한)가 필요 없겠다는 농담을 하며  배부르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 실록(Silog) : 라이스(밥)와 계란(itlog)을 기본으로 롱가시나나 타파, 토시노 등과 같은 반찬과 곁들여진 필리핀 아침 식사. 곁들임 반찬이 무엇이냐에 따라 탑실록이니 토실록 등으로 불린다. 


작은 식당(Eatery) 하나를 발견했지만 아직 밥을 하지 않아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 들어야만 했다.
일로코스 수르(Ilocos Sur)
한적한 산속 마을에 있는 식당치고는 규모가 꽤 큰 편이다. 마미 누들(Mami Noodles)이 메인 메뉴라고 한다.
이게 라이스 1인분이다. 마닐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인심이다.
반찬과 국수는 각각 70페소이다.
계란프라이도 개당 10페소밖에 하지 않는다. 고작 3백 페소 정도로 즐기기에는 과분한 아침 식사이다.
필리핀은 전기세가 정말 비싸다. 이런 작은 식당에서도 전기세가 3천 페소 가까이 나온다.
다시 출발!
전망대
자세히 보면 누군가 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소나무의 향기로 가득한 길

CLARK GRAND RESORT HOTEL(PIKAW)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산속 깐띤(Canteen)의 10페소 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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