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르소곤 지역을 여행할 때 미개척지에서 새로 길을 만드는 모습까지 보아서 어지간한 일에는 제법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던 듯하다. 엘리아 목장(Rancho Elias)까지 가는 길은 지독하게도 험했다. 초행길이라서 그런지 산 위로 이어지는 좁은 길은 끝이 없어 보였다. 구글맵에서조차 표시되지 않은 길이 불빛 하나 없이 길게 늘어져 있으니 계속 가도 괜찮을지 걱정마저 되지만 후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군데군데 비포장도로마저 보인다. 자갈 따위를 이용하여 대충 만들어진 길을 보니 왜 호스트가 찾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염려하였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산길 위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을을 감싸고 있는 것은 수많은 별이었다. 마닐라와 같은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밝은 별이다.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작은 사리사리 스토어조차 보이지 않는 동네에 식당이 있을 리가 없다. 짐가방 속에서 컵라면을 찾아 대충 허기를 달래고, 뜨겁게 달콤한 커피까지 한 잔 타서 마시고 나니 그제야 주변 사물이 눈에 들어온다.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담요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 흔들 침대에 누워 한참이나 별을 바라보았다.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별들은 맑고도 화려했다. 별들의 움직임에 맞추어 산의 풀벌레들이 신나는 음악을 연주해주는 밤이었다. 마당 어딘가에 게코 도마뱀이 있는지 특유의 꾸룩 소리를 내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나저나, 아침에 일어나서 목장 주변을 둘러보고야 왜 이곳 숙소 로고에 오리가 그려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수히 많은 오리와 거위, 타조들이 목장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목장 관리인 언니에게 키워서 파느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세차게 저으면서 아니라고 알려준다. 집주인이 워낙 가금류를 좋아해서 키우는 것일 뿐 팔거나 잡아먹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망고나무가 잔뜩 심어져 있는 목장 끝으로는 잘생긴 허스키도 네 마리나 보이고, 저 멀리 어디선가 돼지 울음소리도 들린다. 사가다까지 가려면 일찍 출발해야 되겠지만, 영화 '꼬마 돼지 베이브' 속에 들어온 기분으로 천천히 목장 주변을 산책했다.
Rancho Elias by King Zigorah's Den
- 주소 : Barangay Lacong, San Gabriel, La Union
- 위치 : 필리핀 라유니온, 산가브리엘, 라콩 바랑가이(Barangay Lacong)
- 에어비앤비 : https://airbnb.com/h/sgl-001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꼬마 돼지 베이브와 에어비앤비 엘리아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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