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닐라에서 커피숍을 가고자 한다면 세 가지를 해야 한다. 발열 체크를 하고, 손 소독제를 사용한 뒤, QR코드 방명록을 적는 것이다. 나로서는 체온을 재는 직원이 두렵지만, 직원은 내가 두려울 것이다. 서로 번거로운 일이지만, 세상이 변했으니 어쩌겠는가. 36.5라는 숫자에 집착을 하며, 별일이 아닌 듯 무심하게 적응할 뿐이다.
가끔 푸드 판다의 배달 서비스를 받을 뿐, 외식 따위는 하지 않은지 오래이지만 마카티에 볼일이 생겨서 나왔다가 점심을 먹을 때가 되어버렸다. 예전 같으면 그린벨트 쇼핑몰 안의 식당이라도 들어가겠지만, 코로나19가 내게 쇼핑몰에 대한 묘한 거부감을 심어주었다. 머리로는 길거리나 쇼핑몰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렵다. 마스크와 페이스쉴드 때문인지 숨이 탁 막히는 기분마저 들어서 최대한 방문하지 않는 쪽을 택하고 있다.
멀지 않은 거리 내에서 어디가 가장 한가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팀 홀튼(Tim Hortons)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했다. 팀 홀튼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매장을 늘려나가도 필리핀 사람들의 스타벅스에 대한 사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니 스타벅스보다는 팀홀튼 쪽이 한가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마스크와 플라스틱 가벽 때문에 주문받는 직원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럭저럭 내가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고 싶어한다는 것을 직원에게 전달하니, 직원이 포장을 하겠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매장에서 식사하겠다고 답하고 가장 한가해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커피숍에 앉아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는 것. 이깟 것이 뭐라고 마음이 이상했다. 주변이 온통 바이러스로 얼룩져 있는 기분이 들어 잠시 집 앞 편의점에 나가는 일조차 버겁게 느꼈었는데, 이런 내가 아무렇지 않게 커피숍에 앉아 있다니 지난 3월부터의 일이 온통 꿈은 아니었을까. 세상이 온통 <트루먼 쇼>처럼 느껴졌다.
[필리핀 마닐라 생활] 팀 홀튼(Tim Hortons) 요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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