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서서히 잠이라도 드는 것처럼 시나브로 불이 꺼지면서 어둠이 도시를 덮었다. 공기마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올해는 완전히 분위기가 다운되어 버렸지만, 원래 부활절은 필리핀에서 해외여행 최고 성수기이다.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는 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게 될 정도로 날씨가 더울 때인 데다가 초·중·고 학생들의 여름방학이라 징검다리 휴일을 만들어 장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 여행도 많이 떠나서 부활절 전후한 기간이면 고속도로 톨게이트 주변으로 차가 꽉 막히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메트로 마닐라의 천만이 넘는 사람들을 모두 집에서 머물게 했다. 3월 29일부터 시작된 야간통행 금지는 무려 오후 6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해가 질 즈음만 되어도 주변이 온통 조용해진다. 다소 번잡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로 복작복작 활기찬 것이 필리핀의 매력 중 하나인데, 나에게는 이 조용함이 다소 기묘하게까지 여겨진다.
휴일의 의미가 상실된 지 오래지만 그래도 달력 숫자가 붉게 칠해진 날은 좀 기분이 달라진다. 하지만 부활절이라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많지 않았다. 에피소드가 긴 드라마를 보면 시간이 즐겁게 휙 지나간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드라마 시청에는 영 취미가 없다. 길고 긴 휴일 동안 내가 한 것은 단 두 가지. 나중에 어떤 백신을 맞을까 백신의 종류에 관한 공부를 한 것과 비비고에서 보내온 돈가스며 함박스테이크로 밥을 해 먹은 것이었다. 내게 있어 좀 더 힘든 것은 후자였다. 세상에는 남이 할 때만 쉬워 보이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요리도 그중 하나이다.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접시에 담는 일이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비비고 필리핀에서 진행하는 먹방 챌린지 이벤트에 참여한다고 돈가스며 함박스테이크를 이미 받아 둔 상황이었다. 공짜로 1,500페소어치 식사를 하려면 1분 이상의 동영상을 만들어야만 하는 임무를 갖고 있으니,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럭저럭 10분이면 될 저녁 준비를 상당히 길게 오랫동안 준비하고, 나로서는 좀 특별하게, 마치 외식을 한다는 느낌으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이야 대충 아무것이나 먹어도 크게 상관이 없다는 주의이지만, 이걸 한다고 잡념 없이 하루가 후다닥 지나간 느낌인 것이 더 고마웠다.
참, 음식 리뷰 쓰면서 맛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고메 바삭튀겨낸 돈카츠 통등심'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상표명이 무지하게 길다) 모짜렐라보다는 통등심이 좋았는데, 고기도 도톰하고 튀김옷도 적당히 바삭하여서 어설픈 식당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느낌이다. 통등심과 모짜젤라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통등심 편인데 크기도 더 큼지막하고, 좀 더 일반적인 돈가스 맛이 나기 때문이다. '고메 치즈 함박스테이크'는 딱 필리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런 맛인데 크기가 좀 작게 느껴진다. 소스도 넉넉하고 맛은 매우 괜찮은 편이지만 양이 좀 적어서 두 개는 조리해야 성인용 식사가 완성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비비고 만두를 매우 사랑하는 편인데, 통등심 돈가스도 만두와 함께 쇼핑목록에 추가하여도 좋을 듯 하다.
※ "위 포스팅은 000으로부터 무료로 제품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라는 식의 문구를 한번 적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적어도 될 것 같다. 이 글은 비비고 필리핀으로부터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를 무료로 받아서 작성했다. 엄밀히 말하면 비비고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라고 한 것은 아니고 1분 이상의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미션이지만, 나로서는 이런 이벤트 참여 자체가 좀 특별한 일이었던 터라 블로그에 적었다.
+ 관련 글 보기 : [마닐라 생활] 비비고 필리핀에서 하는 먹방 챌린지 이벤트(Bibigo Mukbang Challenge Event)
필리핀에서 비비고 제품을 좀 많이 사야하는데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고 싶다면, 비비고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주문해도 된다. 3천 페소이상 사면 배송비가 무료이다.
- 공식 페이스북 : www.facebook.com/bibigomarket/
- 쇼핑몰 바로 가기 : www.bibigomarket.ph/
[마닐라 생활] 부활절과 비비고의 돈가스, 그리고 곰 계란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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