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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음식•맛집

[필리핀 마닐라] 라푸라푸(다금바리)와 복어 회 사이에서 - 마카티 마산가든

by PHILINLOVE 2019.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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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페소 지프니 값도 아까워하는 편이지만 입맛만큼은 꽤 고급인데, 이를테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복어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복어를 먹어본 것이 언제였던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니, 이제는 누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오징어라고 답해준다. 하지만 필리핀 마닐라에도 복어를 파는 식당이 있다. 나로서는 매우 신기한 노릇이지만, 마카티 피불고스에 있는 마산가든 이란 이름의 한국음식점에 가면 가게 안에 수족관에 복어를 놓고 복어회니 이런 음식을 판다. 여느 한식당처럼 이런저런 한국 음식을 모두 파니 복요리만 취급하는 복어전문집이라고 보기는 어려워도 1979년부터 영업을 한 오래된 식당이라 복어 다루는 솜씨만은 믿을 만하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생활하게 되면 복요리와 같은 것을 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기뻐진다.


좀 특별한 날이라서 맛있는 것을 얻어먹을 기회가 생겨 마카티에 있는 마산가든에 갔다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식 회를 먹겠다는 것까지는 쉽게 결심을 했는데, 다금바리와 복어 중 어느 것을 먹으면 좋을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격이라도 좀 차이가 나면 선뜻 결정하겠지만 1k에 2,400페소로 가격도 똑같다. 회 정식을 주문하면 밑반찬으로 야채 샐러드와 오징어무침, 생선구이, 생선조림, 매운탕이 함께 나온다고 적혀 있는 것도 같으니 대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뭘 먹어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1인분에 천 페소가 훌쩍 넘는 비싼 음식을 먹는 일은 내게 매우 드문 일이니 보다 신중한 마음으로 내가 좀 더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집중하여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밥 사주는 사람 입에서 지루한 목소리로 아무것이나 먹자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메뉴판을 오래 쳐다보고는 결국 다금바리 회 정식을 주문했다. 엄밀히 말하면 다금바리는 아니고 라푸라푸(Lapu-Lapu)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이다. 라푸라푸가 한국의 다금바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흔히 '필리핀 다금바리'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맛이나 식감은 좀 다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제주도에도 진짜 다금바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고, 자바리나 능성어를 다금바리라고 부르면서 파는 것이라고 하니, 라푸라푸에게 너는 진짜 다금바리가 아니라고 뭐라고 할 일은 아니다. 어쨌든 고급 어종이고, 귀한 식자재임은 분명하다.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최고급 횟감을 먹는 것이라면서 라푸라푸 요리를 필리핀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꼽는 사람도 꽤 많이 보았다. 여행 중에 꼭 무언가 하야만 하는 것을 만드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라푸라푸가 필리핀에 와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인가는 의문이지만, 늘 먹는 음식이 아니라서 그런지 호화로운 기분을 내는 것은 사실이다. 


마산가든에서 파는 라푸라푸 생선회의 맛은 딱 내가 기억하던 그 맛이었다. 적당히 쫄깃하고 적당히 차갑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것이 좀 있었다. 일단 밑반찬으로 오징어무침이 나오지 않았다. 메뉴판 위에 조그맣게 변경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는데, 그게 하필 오늘이었나보다. 그리고 연두부 등 밑반찬 맛이 평범했던 것에 비해 부침개와 꽁치 김치찜이 심각하게 맛이 좋았다. 특히 꽁치 김치찜은 정말 밥도둑 반찬이라고 할까. 이 정도 맛있는 꽁치 김치찜을 팔면 공깃밥이 70페소라도 추가 주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입맛 당기는 반찬을 가득 앞에 두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필리핀 마닐라 맛집 - 마카티 마산가든(Masan Garden Korean Restaurant)


■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1시 

■ 전화번호(02) 8896 5094 / 0917-799-0106




■ 주소 : 29 Polaris, Makati, 1209 Kalakhang Maynila, 필리핀

■ 위치 : 마카티 피불고스 한인타운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마산가든





▲ 식당 내부. 시끄럽지 않고 조용해서 손님 대접하기 좋은 분위기이다.



▲ 안쪽에 따로 단체실도 있다. 





▲ 가게 한쪽 벽면에 수조를 놓고 복어 등 물고기를 보여준다. 



▲ 라푸라푸 회 



▲ 회 아래에는 채소가 깔려 있다. 





▲ 이런 회는 자주 먹는 것이 아니라서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숟가락 포장지에 인쇄된 글씨에 따르면 마산가든은 무려 1979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마카티 터줏대감이다. 



▲ 바삭바삭한 부침개도 나온다. 



▲ 꽁치 



▲ 어떻게 하면 김치찜을 이렇게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 즐거운 식사 :) 



▲ 마산가든에서는 원래 부가세를 별도로 받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규정이 바뀌어서 따로 받는다. 



▲ 영수증 글씨가 거의 내 수준이다. 암호같다.  



▲ 메뉴판 








▲ 복분자 술이 먹고 싶었지만, 500페소이기에 맥주로 만족하기로 했다. 라푸라푸 회를 얻어 먹으면서 술까지 비싼 것을 먹으면 다음에 또 이런 식사를 할 기회가 사라진다. 



[필리핀 마닐라] 라푸라푸(다금바리)와 복어 회 사이에서 - 마카티 마산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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