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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활155

[마닐라 생활]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베트남 슈퍼에 가면 "8시부터 사람이 없기에 일찍 가게 문을 닫았어." 나의 냉장고 사정을 걱정해주는 유일한 친구, 왕완딩 씨에게 통금 소식을 들었느냐고 연락이 왔다. 다음 주부터 또 통행 금지가 시행된다고 알고 있다고 답을 했더니, 리베르타드 역 주변으로는 벌써 단속이 시작되어서 8시 즈음부터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코로나19가 퍼지지 않도록 외출을 삼가라고 하지만, 그것도 한두 달이다. 자전거를 끌고 비논도며 산후안까지 쉼 없이 돌아다니던 나와 같은 인간에게 집 안에만 머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반년이 넘게 집 안에만 머문 것은 무심코 바깥에 나갔다가 세상 온 천지가 나쁜 바이러스로 가득한 기분이 들면서 호흡마저 가빠지는 증상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열 명에서 백 명이 되고,.. 2021. 3. 13.
[필리핀 마닐라] 2월의 마지막 날, 말라테 거리 풍경 코로나19 따위는 우리는 잘 모르는 일이에요! 로빈슨 쇼핑몰 앞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코로나19가 이곳에만 침범하지 않은 듯 평소와 다를 바 없다. 차도 사람도 잔뜩이라 "말라떼는 역시 말라떼"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이다. 만날 조용한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복잡한 곳에 나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쇼핑몰 앞이 어찌나 복잡하게 느껴지는지 지끈지끈 골치가 아파지는 느낌이다. 대체 얼마를 받고 어떤 일을 주로 해주는 것일까. 로빈슨 쇼핑몰 앞에 대한공인탐정연구협회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은 신기했지만, 신호를 기다리느냐고 잠깐 머무는 것만으로도 지쳐버린 나는 재빨리 분주한 거리를 빠져나와 레메디오스 서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말라떼에 마닐라코리아타운(Manila Korea-town)이 개발된.. 2021. 3. 10.
[마닐라 생활] 신분증 없이 PNB 은행에 가도 되나 요즘 마닐라는 조금씩 더위로 물들고 있다. 여행하기에 가장 날씨가 적합하다는 1월과 2월을 하릴없이 허무하게 보내고, 어느덧 다시 더위의 계절로 가고 있다. 돈을 좀 찾아야 하여 더위를 무릅쓰고 PNB 은행에 갔다가 헉 소리를 내야 했다. 힘껏 은행까지 가서 신분증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저체온증도 아닌데 어찌 된 영문인지 35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나오는 묘한 체온계로 체온을 재고, 번호표까지 손에 든 뒤에야 신분증을 빼놓은 지갑을 보니 헉 소리가 저절로 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신분증을 들고 오는 일이야 큰일도 아니지만, 코로나19 증상은 없는지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문제였다. 한국에 있는 은행은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필리핀에 있는 은행에서 신분증 없이 돈을 찾은 기억은 전혀 없다. 그러.. 2021. 3. 8.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레가스피 선데이마켓(Legazpi Sunday Market) 마닐라에는 밝고 깨끗하게 단장한 슈퍼마켓이 즐비하지만, 그래도 굳이 마카티의 레가스피 선데이마켓을 찾아가는 것은 선데이마켓만이 가진 독특함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만이 가지는 건강한 활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오전의 뜨거운 햇살을 천막 하나만으로 막아놓은 시장이지만, 차가운 에어컨의 유혹보다 강한 흡족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물리적 거리두기를 해서야 시장이 가진 즐거움을 오롯이 느끼기 어려워진다. 무릇 시장이란 혼잡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야 제맛이거늘, 시장에는 시끌벅적함이 사라져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 내는 경쾌한 소음이 사라진 시장을 보는 것이란 어쩐지 소금을 치지 않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다. 신년이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가서 차이나타운 근처에서 파는 군밤을 먹어야.. 2021. 3. 7.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의 차 없는 거리에서 즐기는 야외 레스토랑 행사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마카티 시티에서 'Makati Street Meet at Rada & Leviste'라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름 그대로 라다 거리(Rada St.)와 레비스테 거리(Leviste St.)를 중심으로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 거리 위에 테이블을 놓아 식사를 할 수 있게끔 하는 행사이다. 큰 볼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야시장 비슷한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원래 마카티 시티에서는 지난 2월 28일에 라다 거리만을 대상으로 Makati Street Meet at Rada 행사를 진행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자 행사 날짜를 늘리고, 레비스테 거리(Leviste St.)까지 행사장을 확장했다. 라다 거리에 있는 와이드 플로워(Wildflour Café .. 2021. 3. 4.
[마닐라 생활] 파사이 몰 오브 아시아(MOA) 쇼핑몰 - 2021.02.21 하루하루가 지루한 행보를 하며 느릿느릿 지나갔다.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건 감사하면서도 무의미하고, 다행스러우면서도 지루한 한 일이었다. 이런 더운 날씨에 어떻게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쓰고 다니냐고 투덜댔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다. 나는 마스크에 그럭저럭 적응을 해버렸다. 처음으로 바깥에 나가던 날 느낀 어지럼증은 이제 상당히 사라져서, 조금 호흡이 불편한 느낌만이 남았을 뿐이다. 실수로 마스크를 세 개나 겹쳐 쓰고 슈퍼에 가면서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오늘따라 숨쉬기가 좀 더 답답하다고만 여길 정도이니, 내 적응력도 나쁜 편만은 아니라고 할까. 페이스쉴드를 써도 머리가 어지럽지 않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런 적응이 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1년 만에 몰 오브 아시아(.. 2021. 2. 21.
[필리핀 마닐라] 타귁 시티의 고급 묘지 안에서 코로나19 검사받기 3천 페소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고 돈이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5천 페소가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저렴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기로 했다. 입맛도 좋고, 냄새도 잘 맡고, 열도 없고, 코로나19의 증상은 전혀 없었지만, 이사를 하려면 코로나19 음성확인서가 필요했다. 새로 이사하는 곳에서는 코로나19 음성확인서가 없으면 입주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꼭 항원검사가 아닌 RT-PCR 방법으로 한 검사확인서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항원검사라면 700페소면 되지만, RT-PCR 검사는 그렇게 저렴하게 검사를 하는 곳이 없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가격이 싼 곳을 찾아서 필리핀 보건부(DOH)에서 인증했다는 시설을 죄다 뒤지기.. 2021. 2. 17.
[필리핀 마닐라] 북적임이 사라진 마카티 그린벨트 쇼핑몰 문을 닫을 시간이 되려면 한참이나 남아 있었건만, 쇼핑몰 안에는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예년 같았으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데이트 나온 커플이 잔뜩이었을 터인데, 흡사 지구 멸망을 다룬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하긴, 웃고 떠드는 사람이 없어서 서운해 하는 나도 거의 일 년 만에 그린벨트 쇼핑몰 안에 들어와 본 터였다. 머리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집 안에만 있다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슬금슬금 외출을 하기는 했지만, 거대한 쇼핑몰 건물 안에 들어가는 일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은 둘째로 두고라도 마스크와 페이스쉴드가 갑갑하여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 2021. 2. 14.
[필리핀 마닐라] 팻시 클라인과 므두셀라 증후군 귀가 늙지 않기 위해서는 최신곡을 좀 들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노화라는 단어보다 성장이란 단어가 더 어울릴법한 나이에도 흑백 화면 속의 노래를 더 좋아했던 나로서는 최신곡을 챙겨 듣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로드 맥퀸(Rod McKuen)이나 팻시 클라인(Patsy Cline)과 같은 분들의 목소리 쪽이 내 취향에 맞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언뜻 들리는 노래가 한국 걸그룹의 노래인 것은 알 수 있었다. 공원 모퉁이 한적한 곳에서 남자가 케이팝 노래를 배경으로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삼각대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틱톡 동영상이라도 찍는 것 같은데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똑같은 동작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나무 그늘이 있기는 하여도 꽤 더운 날씨인데, .. 2021.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