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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활155

[필리핀 마닐라] 게으른 오후,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 산책 상상력 따위는 하나도 꺼낼 필요가 없는 동네였다. 반질대는 길 위에 허술한 곳이라고는 없다. 쭉 뻗은 도로 위에는 마치 자를 대고 그은 것처럼 반듯하게 만들어둔 거대한 빌딩들이 가득하고, 가로수조차 일렬로 서서 반짝댄다. 한참을 걸어도 상상 밖의 일은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다소 지루한 일이지만, 쾌적함은 지루함을 이기고 있었다. 사람이 만든 그늘보다는 자연이 만든 그늘을 좋아하지만 요즘과 같은 때에 누가 만든 그늘이냐를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무턱대고 걷기에는 너무 더운 날이었다.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 거리 위까지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전적으로 코로나19때문만이라는 보이지 않는다. 해가 지나치게 뜨거운 탓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일주일 내내 집 바깥으로는 한 걸음도 하지 않다가.. 2021. 5. 14.
[필리핀 마닐라] 클룩에서 여행 대신 코로나19 검사를 예약하는 시대 최근 필리핀 관광부(DOT)에서는 올해 1분기 필리핀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3만 명도 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해야만 했다. 이런 때에 호텔이나 여행사, 스파, 마사지샵 등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사업체의 규모가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는다. 호텔이며 렌터카, 여행 액티비티 등 여행 및 레저 예약 플랫폼인 클룩(KLOOK Philippines)에서 최근 코로나19 검사 상품을 내놓았다. 클룩에서 코로나19 검사 서비스라도 판매하여 어려움을 극복하여 보겠다는 마음이 느껴지지만, 여행 액티비티를 예약 사이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예약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음에 마음이 착잡하다. 하긴, PNB은행에서까지 코로나19 보험을 판매한다고 나서고 있.. 2021. 5. 2.
[필리핀 마닐라] '만약에'와 스카이웨이 만약에 코로나 사태가 생기지 않았더라면... 않았더라면.. 않았더라면. 마지막으로 지프니를 타본 것이 일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나는 가끔 '만약에'로 시작되는 많은 생각을 해본다. 선크림의 유통기간이 지난 것을 발견할 때, 가벼운 옷을 입고 초록이 진한 산으로 가고 싶을 때, 늦은 밤 편의점이라도 나가고 싶을 때, 네모난 벽 속에서 머리가 멍해지는 오후이면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생각은 헤어진 많은 인연만큼이나 쓸모가 없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지 생각을 해보았자 마음만 더 건조해질 뿐 변화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내가 집에 머무는 동안 조금씩, 혹은 눈에 띄게 마닐라의 곳곳은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 속에서 내 마음을 헝크는 것은.. 2021. 4. 17.
[필리핀 마닐라] ECQ 격리단계 마지막 날, 마카티 그린벨트 쇼핑몰 풍경 내가 사는 콘도는 지은 지 몇 년이나 지났음에도 입주가 완전히 되지 않아서 입주민이 많지 않은 편인데, 이런 와중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넘쳐나는 모양이었다. 새로 확진자가 나와 방역 조치를 하였지만 조심해서 생활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까칠해진다. 어차피 외출 따위는 거의 하지 않고 있으니 필리핀 정부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 단계를 계속 ECQ로 놓든 아니면 MECQ로 바꾸든 생활의 변화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남의 나라에 살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할 수는 없다.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이 메트로 마닐라의 방역 단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발표를 오후 3시에나 한다는 신문 기사를 본 뒤 마스크를 두 개나 쓰고, 페이스쉴드로 얼굴을 가린 .. 2021. 4. 12.
[필리핀 마닐라] 삼겹살라맛의 철조망 야외 식당 볼일이 있어 리틀도쿄 근처를 지나다가 마카티 시네마 스퀘어(Makati Cinema Square)에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철조망이 길가에 가득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꽤 촘촘하게 잘 만들어진 철조망은 아슬아슬하게 도로 경계선까지 설치되어있었다. 그리고 길모퉁이를 가득 차지하고 있는 낯선 철조망 안에는 네모난 식탁이 가득했다. 코로나19 이후 외식이란 것 자체가 드문 일이 되었지만, 메트로 마닐라에 ECQ 격리단계가 시작되면서 외식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필리핀 정부에서 식당 실내영업(Dine-in)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방역 시설을 갖춘 야외 오픈 레스토랑에 대해서는 영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그런 시설을 갖춘 곳이 많을 리가 없다. 하긴, 정부 방역수칙을 떠나 손님들도 식당 .. 2021. 4. 10.
[마닐라 생활] 비비고 필리핀에서 하는 먹방 챌린지 이벤트(Bibigo Mukbang Challenge Event) 비비고 필리핀(Bibigo Market)에서 최근 시작한 매우 신기한 이벤트 하나. 물론 비비고 필리핀에서는 필리핀 사람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계획했겠지만, 이벤트 참여에는 국경이 없다. 그러니까 한국인인 나도 참여할 수 있다. 나에게는 묘한 강박증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컴퓨터 바탕화면에 폴더가 보이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 바탕화면에는 폴더가 존재하지 않는다. 바탕화면만큼은 아니지만, 메일함에 읽지 않는 이메일 표시가 보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마다 하는 일이 이메일을 지우는 것인데, 99.9%가 영양가 없는 이메일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받는 이메일은 각종 체험단에 참가하라는 것인데, 대체 필리핀에 있는 내게 왜 여수의 호텔이나 부산의 미용실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하는지 .. 2021. 4. 1.
[필리핀 마닐라] 공차의 밀크티와 35페소 아끼기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요즘, 좀 즐거웠던 소소한 일 하나. 공차(Gong cha)에서 BOTTY라는 페이스북 챗봇을 통해 음료를 주문하면 반값으로 살 수 있다고 하기에 오래간만에 밀크티를 먹어보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이 이벤트, 매장 픽업은 해당 사항이 없고 꼭 배달을 받아야만 음료 할인이 되었다. 바로 옆 건물에 공차 매장이 있는지라 매장까지 아주 천천히 걸어도 3분도 채 걸리지 않을 터인데 배달 서비스를 쓰려니 무언가 어색해서 꼼꼼히 살펴봤지만, 배달 방식으로 주문할 때만 50% 할인쿠폰이 적용되었다. 그냥 주문할까도 잠깐 생각해보았지만, 모처럼 반값 할인을 하는데 정가를 주고 음료를 사려니 현명하지 못한 소비자가 된 기분이 든다. 나는 무엇이 최선인지 연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래저래 계산기를 두들.. 2021. 3. 29.
[마닐라 생활] 나는요 갈 곳도 없고 심심해서 나와봤죠 어쩌면 나는 지루한 영화 속에 출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처럼 사는 것도 아니건만, 내 삶에 "ECQ 시즌2"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외출을 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통금 시간이 오후 6시부터 시작된다는 소식은 우울하게만 들린다. 자발적으로 바깥출입을 삼가는 것과 강제적으로 외출의 금지되는 것의 차이 때문이었다. 그래도 인간의 경험은 소중한 것이라서, 작년 ECQ 시즌1 기간 중의 경험이 나에게 장보기를 해두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쇼핑몰이 문을 닫을 뿐 슈퍼마켓이나 약국은 평소처럼 문을 연다고 했지만, 외출증을 가져오라는 소리를 시작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바랑가이 확인증을 받으려고 바랑가이 사무소에 다섯 번도 넘게 전화를 해야만 했던 기억이 있었다. 장을 보러 나가겠다고 바.. 2021. 3. 29.
[필리핀 마닐라] 3,584명의 야간통행금지 위반자와 인권침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메트로 마닐라 지역에 다시 야간통행금지(curfew)가 시작되었다. 필리핀 정부에서 야간통행금지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게 하여 사람들의 접촉을 줄이고, 대규모 모임이나 축하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통행금지령을 어기고 외출을 하면 어떤 처벌(penalty)을 받게 될까? 야간통행금지가 시작된 지난 3월 15일, 필리핀 국립경찰(PNP, Philippine National Police)에서는 무려 8,341명의 경찰관을 메트로 마닐라 거리 곳곳에 배치했다. 그리고 373개의 지역 검문소와 경찰 순찰을 통해 위반자를 잡았는데, 무려 3,584명이 통금 규정을 어겼다고 한다. 이들 중 547명은 경고만 받고 풀려났지만, 1,449명은 .. 2021. 3. 17.